[김영헌의 마중물] 갈등은 나쁜 것인가?
 상사뿐만 아니라 동료, 부하직원과 갈등 없이 지내고 싶다는 임원이 무척 많다. 조직 생활하는 그들의 희망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갈등이 무척 많다는 것이 모 대기업 임원의 하소연이다. 얼마 전 필자가 그와 코칭대화를 하면서 “갈등은 무조건 나쁜 것이라 생각하시는지요?” 질문했다. 그는 “당연히 나쁘지요”라고 대답했다. 과연 그럴까?


  갈등(葛藤)이란 칡(葛)과 등나무(藤)가 합쳐진 단어이다. 국어사전에 보면 갈등(葛藤)이란 칡(葛)과 등나무(藤)가 서로 복잡하게 얽히는 것과 같이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의지나 처지, 이해관계 등이 서로 달라 적대시하거나 충돌을 일으킴을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있다.

  갈등은 주체에 따라 개인 내 갈등, 개인 간 갈등, 집단 간 갈등, 개인과 집단이나 조직간 갈등 그리고 조직간 갈등 등으로 다양하다. 그러나 조직 경영에서 중요하게 취급되는 갈등은 개인 간 갈등과 집단 간 갈등이 대표적이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직 내 관리자들은 갈등관리에 자신의 총 활동 시간의 21%를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갈등 관련 초기 연구들은 갈등은 무조건적 부정적인 것으로 여겼다. 여기서는 갈등이 주로 의사소통의 단절, 상호 신뢰의 부족, 상대방 무시 등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고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려고 했다. 그 후 점차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인정하게 됐다. 즉, 조직 내에서 어느 정도 갈등은 필요하며 활력소가 될 수 있다는 견해다. 특히 과업수행과 관련해서 생기는 갈등은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상호 경쟁과 혁신을 일으켜 성과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예를 들면 ▪갈등으로 인하여 자신의 취약점을 발견할 수 있다.▪개인이나 집단이 갈등상태에 있게 되면 무사안일을 탈피하여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갈등을 극복하여 환경에 잘 적응하려는 충동에너지가 발산되어 변화에 적응 능력이 향상된다.▪외부와의 갈등은 집단 내부의 응집력을 향상시켜 더 많은 정보소통을 통한 효율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갈등의 강도와 조직의 성과를 연구한 학자들에 따르면 갈등의 부재는 지리멸렬하고 갈등이 지나치게 많으면 혼란과 자멸이 이루어져 부정적 결과를 낳는다고 한다. 그러나 적당한 갈등은 활력을 주어 긍정적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이는 스트레스와 성과의 관계를 연구한 여키스와 닷슨의 주장과 유사하다. 즉 적정수준까지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면 성과가 개선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적정수준이 넘으면 성과는 다시 감소했다. 물론 개인마다 적정 스트레스 수준이 다르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갈등과 관련 많이 회자되는 메기와 미꾸라지의 이야기가 있다. 양식장의 미꾸라지들이 자꾸만 병에 걸리고 죽어 나가자 주인이 어느 날 메기를 몇 마리 잡아서 넣었다. 메기를 넣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미꾸라지들이 전보다 튼튼하게 자랐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주는 사료만 먹고 빈둥거리던 미꾸라지들이 메기가 들어오면서 마구 헤엄치고 활동량이 많아 먹이도 잘 먹고 튼튼하게 된 것이다. 안전지대가 늘 좋은 것은 아니다.

  로빈스은 갈등을 기능적 갈등과 역기능적 갈등으로 나누었다. 전자는 조직의 목표달성에 도움이 되고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하는 것이다. 후자는 조직의 성과를 저해하는 불필요한 갈등이다.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건설적 비판과 파괴적 비판이 있다.예를 들면 사람자체에 대해 비판을 하는 것은 파괴적 비판이고, 그 사람의 행동에 포커스를 맞추면 건설적 비판이 된다. 모든 비판이 다 갈등이 되는 것은 아니다. 건설적 비판은 사람의 행동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갈등을 해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첫째, 갈등의 원인을 명확히 인식해라.

 우리가 느끼는 갈등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개인적 요인으로 상반된 가치관, 지나친 기대감이나 경쟁심,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이나 행동이 그것이다 그다음은 업무상 요인으로 불명확하거나 중복되는 업무, 공동 책임의 업무, 무리한 업무 시간의 압박 등이다. 마지막은 조직상의 요인으로 제한된 자원이나 의사소통 결핍, 만장일치 요구 등이 있다. 이 원인을 잘 파악하고, 이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상황에 맞게 관리해라.

 라힘은 갈등 관리의 유형을 다섯 가지로 구분했다. 타인에 대한 관심의 정도와 자신에 대한 관심의 정도에 따라 협력형, 배려형, 지배형, 회피형 그리고 중간지대의 타협형으로 나누었다. 예를 들면, 위급상황에서 단호한 행동이 필요할 때, 조화와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할 때, 현재 문제가 다른 문제와 연관이 있을 때. 시간 압박으로 일단 해결점에 도달해야 할 때 등 상황이 다르면 갈등 관리 기법도 다르게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셋째. 공동의 목적설정과 관심사를 강조해라.

 특히 개인이나 집단 간 공동의 목적을 재설정하거나 쌍방간 더 큰 목적을 설정하는 것은 갈등 해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하나는 구동존이(求同存異) 대동소이(大同小異) 전략도 도움이 된다. 즉 차이는 남겨놓고 공통점을 추구하다면 같은 것은 점점 커지고 차이점은 작아지는 것이다. 같은 점이 커지고 차이점이 점점 작아지면 갈등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만, 협상하는 데 있어서도 아주 효과적인 기법이다.

  조직 생활시 필자 상사가 늘 강조한 이야기가 있다. “서로 갈등 없이 일하라”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갈등의 발생이 필연적으로 나타나고 또한 일정 부분 긍정적이다. 따라서 우리는 갈등의 긍정적인 측면을 북돋우고 부정적인 측면은 억제하려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김영헌 /경희대 겸임교수, 前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