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990년대 초반 DOS 기반의 286을 거쳐 Window 기반의 386 PC로 바뀌어 가면서 한동안 OS인 윈도우 패키지 판매로 짭짤하게 돈을 벌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당시 용산 전자상가에서는 윈도우 패키지가 현금과 동일한 가치를 가지로 거래가 되곤 했습니다.

이 당시 IT 분야의 돈벌이는 OS 판매와 H/W 판매가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삼성을 필두로 삼보, 대우, 현대컴퓨터까지 대기업들이 줄줄이 시장에 진입해서 이전투구를 했습니다.

그 당시 모든 소프트웨어는 패키지 형태로 제작되었고 교보문고를 비롯하여 영풍문고나 용산 전자상가, 그리고 필자가 경영하던 C-Mart나 세진컴퓨터랜드와 같은 컴퓨터 종합 양판점에서 서적 팔리듯 팔리던 시기였습니다.

이 당시 필자는 경쟁 회사와 손잡고 롯데호텔 크리스탈 볼륨을 빌려 신제품 발표회와 제품 판매를 위한 할인 행사를 대대적으로 벌려 하루 매출이 1억 원을 넘긴 적도 있을 정도로 활발히 사업을 전개했습니다. (특히 아래아한글의 신버전이 출시되는 시점에서의 매출은 대박이 났습니다.) 

필자는 그때 한글과 컴퓨터의 이찬진 사장님을 만나 공동으로 패키지 제작 회사를 경영하면서 많은 수익을 내는 경험을 했습니다. 또한, 당시 업계에서 활발하게 활약하던 사람들은 우리나라 IT 업계의 1세대로 불리는 분들로써 국내 최초의 워드프로세스를 개발한 강태진 사장님을 비롯하여 아래아한글로 유명한 이찬진 사장님, v3로 일약 스타가 된 안철수 씨 등 내로라 하는 분들이었으며, 이분들과 만나고 협업하며 신나게 사업을 했던 기억이 아스라합니다.

그러다가 월드와이드웹(WWW)으로 대변되는 인터넷 세상이 활성화되면서, 소프트웨어 유통 방식은 인터넷 다운로드 방식을 거쳐 이제는 아예 빌려 쓰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뿐 아니라 WWW의 진화는 어느새 네이버와 다음, 그리고 해외에서는 구글과 페이스북, 그리고 유튜브와 아마존이 시장을 독식하는 시대로 전환되었고, 이제는 현실 세계를 나타내는 아톰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나타내는 비트 세계가 융합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장황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앤 미우라 고(Ann Miura-Ko)’라는 스탠퍼드 대학교의 교수이자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실리콘 밸리 벤처캐피탈의 임원인 그녀가 이런 말을 한 것이 기억나기 때문입니다.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기업가 정신을 강의하는 그녀는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두 가지를 조언한다고 합니다.

그중 하나는 인문학적 소양으로 마음을 채우라는 것입니다.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컴퓨터 보안에 매진하는 학생들에게 기묘한 조언처럼 들리겠지만, 그녀 자신이 1995년 수강한 디지털 회로 강의가 이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구식이 되어버렸어도 그 당시 들었던 문학과 역사 강의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녀의 마음속에 남아 있다고 합니다. (팀 패리스 지음/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 174쪽)

제가 블록체이너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위에 열거한 Dos와 Window 그리고 크롬으로 진화되는 OS 시장의 변화와 흐름, 그리고 미우라 고가 언급한 잠깐의 시간이 지나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디지털 회로의 기술처럼,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관한 온갖 합의 방식에 대한 기술적 구현과 코인 설계 등 잠깐의 시간이 지나면 공개된 소스코드로 그 가치에 대한 의미가 없어질 것이 뻔한 것들.

즉, 자연스럽게 사라질 기술의 습득에 너무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는 블록체이너들에게 조금 더 시야를 넓힐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차라리 남들이 시작하지 않는 dApp 비즈니스 모델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기업의 가치가 수익에서 입증되듯이 블록체인 생태계의 가치 역시 참여자의 충성도와 사용자로부터 인정받을 것이 당연하기에 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데 조금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을 권합니다.



신근영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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