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헌의 마중물] 윤리적 딜레마
 요즘 <기업의 윤리적 책임>에 대한 논의가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소유주의 <갑질 논란>도 윤리적인 문제다. 얼마 전 모 CEO 조찬포럼 후 자수성가한 한 CEO와 이런 주제로 대화했다. 그는 “윤리적이란 어떠해야 하는가?” 원초적인 질문을 했다. 필자는 기업의 <윤리적 책임>과 구성원의 <윤리의식>으로 나누어 봐야 한다고 대답했다.


  우선 기업 차원에서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하나는 유엔 글로벌 콤팩트에서 제시한 4대 부문 10대 원칙이다.  4대 부문은 인권, 노동규칙, 환경, 반부패다.  10대 원칙 중 몇 가지를 살펴보면 ▪기업은 국제적으로 선언된 인권 보호를 지지하고 존중해야 한다. ▪기업은 고용과 업무에서 차별을 철폐해야 한다. ▪기업은 환경문제에 대한 예방적 접근을 지지해야 한다. ▪기업은 부당 취득 및 뇌물 등을 포함하는 모든 형태의 부패에 반대해야 한다.

  또 하나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은 라젠드라 시소디어 교수가 이야기한 것이다. 바로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 간의 상생 경영이다. 그는 사업가치, 인간가치, 사회가치, 환경가치 등을 균형적으로 추구해야 사랑받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가 제시한 SPICEE 모델이다. 우호적인 정부, 지역사회(Socity) 역량 있는 공급, 협력사(Partners) 장기 가치를 중시하는 투자자(Investors) 열성적, 충성도 높은 고객(Customers) 의욕이 넘치는 구성원(Employees) 지속 가능한 자원, 환경(Environment) 등이다. 이들 6개 부문 사이에 부족함이 없는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한편, 개인이 조직 생활 과정에서 윤리적 갈등을 겪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진실 대 충성이다. 진실을 말할 것인가 아니면 진실을 밝히지 말라는 상사나 조직에 충성할 것인가. 둘째, 단기 대 장기다. 당신의 결정이 단기적인 결과를 가져오는가 아니면 장기적인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가. 셋째 당신의 선택이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가 아니면 집단이나 지역사회에 영향을 미치는가 등이다. 이것 말고도 실사례에서 수많은 윤리적 딜레마가 있을 수 있다.

  직장 윤리 분야 전문가인 낸 드마스는 구성원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윤리와 직장 모두 지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윤리 우선순위 나침반을 제시했다. 가장 중요한 첫 번째는 “자기 자신을 보호하라.” 다. 그다음 “회사와 고객을 보호하라.” 다. 마지막으로 “상사를 보호하라.” 상사가 어떻게 지시하였던 오늘날 비즈니스 세계에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책임지는 사람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다. 어떤 경우에도 법적 경제적 손실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그는 나침판에서 순서가 중요함을 역설했다. 이 순서의 나침판을 따르면 모든 윤리적 딜레마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다. 이 순서를 혼동하게 되면 직업을 잃을 수도 있고 자신의 평판과 자신감도 잃게 될 수 있다. 대부분 직장인들은 자신의 윤리와 상사의 요구 간에 조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때 무엇이 옳은지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무엇이 옳은지 확실치 않다면 윤리부서에 질문해야 한다.

  필자는 기업의 소유주나 CEO에게 시대정신의 하나인 <사회적 책임과 윤리의식>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앞에서 언급한 유엔 글로벌 콤팩트에서 제시한 사항을 준수하고, 이해 관계자에게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구성원들에게 두 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우선 올바른 일을 올바르게 하겠다는 신념이다. 아무리 성과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법적, 사회 통념상 어긋나는 일이라면 해서는 안 된다. 둘째, 내가 하는 일을 공개해도 좋은가다. 예를 들면 선물을 받는 데 있어 이것이 내일 신문에 공개되어 뇌물로 인식된다면 받아서는 안 된다. 또한 세상에는 비밀이 없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말처럼 언젠가는 밝혀진다고 생각하자.

  대화를 마치면서 그  CEO는  “제가 볼 때 CEO 역할은 운동장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운동장 안에서 자유롭게 도전하고 스스로 윤리의식을 갖고 마음껏 뛰게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이런 CEO가 우리 사회에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면 이제 소유주의 <갑질 논란>이나 구성원들이 <윤리적 딜레마>에 빠지는 뉴스가 적어질 것이다.

  <김영헌 / 경희대 겸임교수, 前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