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아내의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일본의 장례절차를 지켜보며 적지 않은 문화차이를 느꼈다. 지역과 상황, 가족의 전통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병원에서 돌아가신 할아버지는 장례식장이 만 실이라 집으로 모셔왔다. 냉장 시설이 돼있는 관을 처음 본 순간이었다.

장례식장으로 옮긴 첫날 조문객들은 고인의 얼굴을 보며 작별인사를 했지만 한국처럼 밥을 먹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이틀 뒤 고별식이 열렸다. 유족들의 인사말이 끝난 뒤 조문객들은 제단에 전시된 꽃을 꺾어 할아버지의 관을 장식하며 작별을 고했다.

우리는 할아버지를 모시고 화장장으로 이동했다. 마지막 가족들만 들어가는 방에 모여 관 뚜껑을 열고 손자들은 할아버지 얼굴에 볼을 비비기도 하고 사진도 찍는 모습들이 참 보기 좋았다.

화장을 마친 할아버지를 모시고 장례식장에 돌아오니 조문객들은 식사를 하며 한줌의 재로 돌아온 할아버지를 맞아 술을 올리고 고인에 대한 추억을 떠올렸다.

올해 4회를 맞는 “엔딩산업전시회”는 장례산업전시회로 8월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도쿄 빅사이트에서 개최됐다. 베이비붐 세대가 70대로 접어들면서 시장규모는 약1조8000억 엔으로 확대된 규모다.

전통을 중시하는 일본에서도 실용성과 IT와 융합되는 장례문화로 조금씩 변화하는 추세다.

“자택공양”은 고인의 유골을 자택에 모시는 것으로 유지와 관리가 힘들며 비싼 무덤보다는 “정든 집에서 잔다.”라는 선전구호로 관람객에게 설명했다.

일본인들은 자기 묘를 미리 사놓은 경우가 대부분이며 보통 50만 엔부터 시작한다.

업체 관계자에게 일본에 이런 전통이 있냐는 질문에 “약 10여 년 전부터 시작됐으며 이제부터 우리가 더욱 확장시키겠다”고 한다. 유골을 여러 곳에 분산해서 안치하는 경우도 있기에 가능한 문화다.

자택공양의 장점은 “고인을 항상 가까이서 느낄 수 있으며 정든 장소에서의 안정감, 추석이나 한식 때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되는 점과 비용절감이다.

“소울 주얼리”는 유골 일부를 집에서 보관할 수 있는 유골 함과 반지나 목걸이에 고인의 유골 일부를 넣는 제품을 만든다. 그리운 이와 항상 함께 한다는 의미다.

“고인이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다” “하늘나라”로 고인을 보내는 우주 장이 상품화 됐다.

고무나무에서 생산하는 유상의 수액으로 만든 거대한 풍선(지름 2~3m)에 유골을 넣어 헬륨을 주입해 하늘로 띄우면 약2시간 후 고도 30~35Km(성층권)부근에서 기압의 팽창으로 우주에 뿌려지는 형식이다. 이는 길게는 약 240년 동안 우주궤도를 돈다고 한다. 비용은 기본 24만 엔이며 부부나 형제가 동시에 치를 경우 12만 엔이 추가되며 애완동물은 18만 엔이다.

장례산업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가족구성원이 된 반려동물도 하나의 카테고리에 포함시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전시회 참가부스가운데 유일한 외국기업인 ㈜융합기술의 정연식대표는 스마트 봉인함을 선보였다. 납골당 안이 보이는 투명 화면에 고인의 사진 및 동영상 시연이 가능한 제품으로 디지털과 융화를 시도하는 일본의 장례문화변화 덕분에 업체들이 문의가 늘고 있다고 한다.

유품청소 및 특수청소업체 “ToDo-Company”는 직원들이 목격한 고독 사 현장을 미니어처로 재현했다. 목욕탕, 화장실에서 사망한 경우도 있고 자살한 케이스도 있다. 방안에 쓰레기가 잔뜩 쌓인 경우는 의외로 여성들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물건을 사고 그것이 점점 쌓여 가는 경우도 있고 쓰레기를 버리는 규칙이 까다로운 지역에 살며 이웃들과 트러블이 생기면서 쓰레기를 방치해 두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경제대국 일본에서 의외로 아사도 발생한다고 한다. 파견 직이나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면서 비싼 임대료나 전기세 지출로 생활고에 시달리다 굶어 죽은 시신 주변에는 팩 보리차만 쌓여 있었다고 한다.

1인세대가 늘며 고독 사가 증가하지만 이웃 주민이 악취 등으로 이상한 낌새를 알아도 자기가 사건에 휘말리는 것을 꺼려해 모르는 척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개인주의와 소극적인 일본 국민성이 엿보이는 경제대국의 이면이다.



RJ통신/ kimjeonguk.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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