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둘레길 걷기를 끝낸 게 언젠데 글 사진 올리記는 여태 쫑치지 못하고 빌빌 거리고 있으니 원~

서울둘레길 두번째 완주 도전에 나선 건 지난 4월 15일, 여덟번 걸음 끝에 5월 26일에 완주를 마무리 했지요. 그러나 둘레길 글 사진 올리記는 7회에서 멈춰 버렸습니다. 단 한 회를 남겨 놓고서 차일피일 미루다 독한 여름을 다 보낸 겁니다.

늘 핑계는 있지요. 호구지책이 우선이라 그렇습니다.

6호선 노원구 화랑대역을 출발해 화랑대역 > 불암산 > 덕릉고개 > 수락산 > 도봉산역(서울 창포원)까지 17.7km를 걸었던 서울둘레길 8일차 구간을 뒤늦게 사진과 캡션으로 되새김코자 합니다.
서울둘레길 8일차(終) - 노원구 화랑대역에서 도봉구 도봉산역까지
서울둘레길 8일차(終) - 노원구 화랑대역에서 도봉구 도봉산역까지
화랑대역 4번출구로 나와 노원구 원자력병원 후문 건너편 공릉산 백세문으로 들어섭니다. 수락산, 불암산 등산 안내도가 세워져 있는 이곳은 건각들의 오산(불수사도북: 불암, 수락, 사패, 도봉, 북한산) 종주 나들머리이기도 합니다.
서울둘레길 8일차(終) - 노원구 화랑대역에서 도봉구 도봉산역까지
서울둘레길을 걷다가 山 경계나 區 경계가 바뀌면 으레 해당 지자체에서 조성한 무슨무슨 길이 나타납니다. 이번엔 ‘불암산 설화길’을 만났습니다. 길 이름대로라면 이야기꺼리가 많겠지요? 안내판을 한번 들여다 보겠습니다.
이 구간은 중계동의 신령스런 두 은행나무 이야기, 임진왜란 당시 대승을 거두었던 노원평(노건평 아닙니다 ㅋ) 전투 이야기, 학도암에 얽힌 명성황후 이야기 등 역사와 삶의 이야기로 가득찬 구간이라고 하네요. ‘걷기 좋은 구간’은 덤이구요.
서울둘레길 8일차(終) - 노원구 화랑대역에서 도봉구 도봉산역까지
서울둘레길 8일차(終) - 노원구 화랑대역에서 도봉구 도봉산역까지
민망한 바위도 스쳐 지납니다. 팻말엔 ‘여근석’이라 적혀 있네요. 이 산 저 산에 ‘남근석’은 하고많은데 여근석은 처음 맞닥뜨렸습니다.
서울둘레길 8일차(終) - 노원구 화랑대역에서 도봉구 도봉산역까지
해괴한 바위도 스쳐 지납니다. ‘공룡바위’랍니다. 육식공룡의 머리부분과 흡사한 느낌이라고들 하는데요, 제 눈엔 머리에 혹 달린 혹부리 영감 같습니다. 불암산의 화강암층이 중생대 쥐라기에 형성되었다고 하여 억지춘향 식으로 공룡바위라 이름 붙인 것 같기도 하구요.^^
서울둘레길 8일차(終) - 노원구 화랑대역에서 도봉구 도봉산역까지
곧장 가면 덕릉고개, 왼쪽으로 꺾으면 당고개역 방향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닿았습니다. 여기서 덕릉고개길로 우회하지 않고 곧장 당고개역 방향으로 진행 할 수도 있습니다. 트레커들이 많이들 망설이는 곳이지만 소생은 덕릉고개 방향을 택했습니다. 처음 순방향으로 둘레길을 돌때 지름길(당고개역 코스)을 걸었는데 완주하고서도 웬지 찝찝했었기 때문이죠. 마치 한구간을 빼먹은 기분이랄까요.
이곳 갈림길에서 서울둘레길의 마지막 빨간 귀욤통을 만났습니다.(역순으로 걷다보니 마지막, 순방향으로 걸으면 처음 만나는 빨간통이죠)  스탬프 수첩 마지막 빈 칸을 꾸욱 눌러 채운 다음, 지나는 객에게 인증사진도 부탁했습니다.
서울둘레길 8일차(終) - 노원구 화랑대역에서 도봉구 도봉산역까지
서울둘레길 8일차(終) - 노원구 화랑대역에서 도봉구 도봉산역까지
서울둘레길 8일차(終) - 노원구 화랑대역에서 도봉구 도봉산역까지
저 건너 오늘 걸어야 할 수락산이 아득하게만 느껴집니다. 지친 상태라 그러하지요. 덕릉고개로 향하는 불암산길은 편안하지만은 않습니다. 적당히 업다운도 있고 철계단길도 오르내려야 하는 코스입니다.
서울둘레길 8일차(終) - 노원구 화랑대역에서 도봉구 도봉산역까지
서울둘레길 8일차(終) - 노원구 화랑대역에서 도봉구 도봉산역까지
덕릉고개를 지납니다. 불암산과 수락산을 경계짓는 고개입니다. 조금 전까지 이정표는 불암산 일색이었는데 덕릉고개를 지나자 이정표는 하나 둘 수락산으로 바뀌어 갑니다.
서울둘레길 8일차(終) - 노원구 화랑대역에서 도봉구 도봉산역까지
걷다보면 그윽한 숲속 빈 벤치의 유혹을 쉽게 뿌리칠 수가 없지요. 쉬어 갑니다. 그래야만 될 것 같아서요. 벤치에 대한 예의지요. ㅋ
서울둘레길 8일차(終) - 노원구 화랑대역에서 도봉구 도봉산역까지
수락산에서 만난 당고개역 우회 삼거리에 닿았습니다. 조금 전 지나온 또다른 당고개역 우회 갈림길은 불암산이었죠. 둘레길 트레커들 대부분 덕릉고개로 우회하지 않고 난이도가 낮고 거리도 가까운 당고개역 코스를 택하다보니 이곳 합류점 삼거리에 이르는 동안 오가는 트레커가 뜸해 유유자적 걸을 수 있었습니다.
서울둘레길 8일차(終) - 노원구 화랑대역에서 도봉구 도봉산역까지
서울둘레길 8일차(終) - 노원구 화랑대역에서 도봉구 도봉산역까지
수락산 채석장 치마바위를 지나 시야가 확 트인 곳에 섰습니다. 지나온 불암산이 그새 저만치 물러나 있습니다. 산자락은 마치 원형 탈모증을 앓고 있는 듯 군데군데 맨살을 허옇게 드러내고 있네요.
서울둘레길 8일차(終) - 노원구 화랑대역에서 도봉구 도봉산역까지
서울둘레길 8일차(終) - 노원구 화랑대역에서 도봉구 도봉산역까지
서울둘레길 8일차(終) - 노원구 화랑대역에서 도봉구 도봉산역까지
맨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싶을 만큼 많이 지칩니다. 그러나 기분은 상쾌합니다. 이제 고지가 멀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숲이 내게 말을 겁니다. “林자 사랑해”라고. 숲길을 벗어나 따가운 햇살로 마사지하며 서울 창포원에 들어섰습니다.
서울둘레길 8일차(終) - 노원구 화랑대역에서 도봉구 도봉산역까지
서울둘레길 8일차(終) - 노원구 화랑대역에서 도봉구 도봉산역까지
지난 4월 15일, 1일차 걸음 이후 오늘로 여덟번 발품을 판 끝에 서울을 한바퀴 돌아 원점 회귀한 것입니다. 서울둘레길 안내센터에 들러 스탬프인증 확인 받고, 완주인증서와 완주기념 뱃지도 득템했습니다.
이로써 3년 전 서울둘레길을 순방향으로 완주한데 이어 이번에는 역방향 완주를 끝냈습니다. 서울둘레길은 157km이나 수락산과 불암산을 잇는 덕릉고개 구간을 택해 3.4km를 더 걷고, 구간별 들고나는 거리 포함해 실제 걸은 거리는 166.9km였습니다.

여기까지입니다. 식은 밥을 밥상에 올린 것 같아 송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