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시민의숲역 5번 출구를 빠져나오면 매헌로다. 매헌로는 양재시민의숲을 남북으로 가로지른다. 둘레길 표시 리본이 가리키는대로 남쪽 숲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둥글게 조성된 잔디 위에 ‘ㅅ’자 조형물이 우뚝하다. 가까이 다가섰다. ‘대한항공기 버마상공 피폭 희생자 위령탑’이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난마처럼 얽혀 돌아가는 작금의 상황에 과연 영령들은…
서울둘레길 6일차 - 서초구 양재시민의숲역에서 강동구 고덕역까지
서울둘레길 6일차 - 서초구 양재시민의숲역에서 강동구 고덕역까지
양재시민의숲을 벗어나 여의천을 따라 걷는다. 군데군데 하천 정비 공사가 진행 중이라 어수선하다. 양재대로를 가로지른 육교를 건너 구룡산정상 방향 팻말을 따라 마을길로 들어섰다. 야트막한 산아래 마당이 있는 집들을 기웃거리며 걷다보면 막다른 길처럼 철문이 막아선다. 사유지인 모양이다. 철문 왼쪽에 숲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열려 있다. 양재시민의숲에서 2.1km 걸어 닿은 곳, 구룡산 들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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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에 들어서니 온통 아카시아 꽃향이 진동한다. 어릴적 많이도 먹었던 꽃이다. 한송이를 훑어 입안에 넣었다. 어릴적 추억이 입안 가득 번진다. 7월 중순에 웬 아카시아꽃 타령이냐 하겠으나 이곳을 통과할 때는 두달 전인 5월 13일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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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동과 내곡동을 잇는 구룡터널 위로 난 산길을 가로질러 대모산으로 향하다가 쉬어갈 요량으로 개암약수터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다. 물 길러 온 산아래 동네 어르신분들이 몇몇 트레커들에게 전하는 이야기에 슬쩍 끼어들어 귀동냥을 했다.
“아주 먼 옛날 임신한 여인이 집을 나섰다가 열마리의 용이 승천하는 것을 목격했대요.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치는 바람에 용 한마리가 떨어져 죽고 아홉마리만 하늘로 올라갔답니다. 자신의 탓이라 여긴 이 여인은 죽은 용을 두고 치성을 드렸고 이후 뱃속의 아이는 龍顔으로 세상에 나왔다고 합니다. 아홉 용이 승천하면서 남긴 흔적이 바로 이 九龍山이라는…”
조금 전 지나쳐온 구룡산의 전설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더욱 부풀려지고 픽션이 더해진다.  전설은 그저 전설일뿐.

둘레길을 걷다보면 토사 흘러내림 방지를 위해 간벌한 나무를 가지런히 세워 놓은 풍경을 곧잘 만나게 된다. 간벌목의 아름다운 재활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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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은 정상을 늘 비껴간다. 간간이 이정표는 정상으로 향하는 길을 가리키며 유혹하기도 한다. 구룡산도 대모산 정상도 가까이에 있지만 둘레길에 충실할 따름이다.

구룡산과 대모산은 야트막하지만 부자동네(?)를 낀 산이라 잘 가꿔진 아름다운 숲길과 쉼터가 특히 많다. 그래서인가, 들고나는 길도 여러갈래다. 오렌지색 리본을 놓치기 십상이라 눈 크게 뜨고 살펴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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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은 강남구의 두번째 고찰, 불국사 앞마당을 가로질러 다시 고즈넉한 숲속으로 이어진다. 조계종 불국사가 경주에 있다면 서울 강남구엔 태고종 불국사가 있다. 불국정토를 이루라는 뜻으로 고종이 내린 절이름이다. 명찰(名刹)에 가려 존재감은 떨어지나 소재지가 강남이라 불전함이 두둑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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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모산 돌탑전망대에 잠시 걸음 멈춰 나뭇가지 사이로 드러난 강남 도심을 굽어본다. 미사일 모양의 롯데타워 뒤로 아차산이 아득하다. 7일차 둘레길에 거쳐야 할 산이다. 사람 발걸음이 참으로 무섭다. 저리 멀게 보여도 한발 두발 걷다보면 어느새 다다르게 된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가 딱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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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젓한 숲길을 벗어난 곳에서 빨간통이 반긴다. 서울둘레길 대모산구간의 시작점 스탬프 인증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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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를 건너 수서역을 끼고 돌아 탄천 위를 가로지르는 광평교 보도를 따라 탄천으로 내려섰다. 탄천은 한강의 지천으로 강폭이 넓은 편이다. 탄천(炭川)이란 이름과는 달리 물빛은 맑다. 천변도 깔끔 산뜻하다. 하지만 따가운 햇살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하는 마의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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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은 탄천에 합수되는 장지천으로 이어진다. 합수지점 둘레길은 한창 정비 중이라 어수선했다. 자칫 길을 놓치기 십상이 곳이다. 아마도 지금쯤은 말쑥하게 단장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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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천을 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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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천을 버리고 아파트촌 뒤로 난 야트막한 둔덕길도 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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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목계단을 하얗게 수놓은 아카시아꽃을 사뿐히 즈려밟기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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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외곽도로 방음벽을 따라 줄지어 쭉쭉 뻗은 나무들 사이로 푹신한 거적길을 타박타박 걸어나오면 어느새 거여동 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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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천, 장지천에 이어 성내천이다. 성내천은 송파구 마천동, 오금동, 풍납동을 거쳐 한강으로 흘러든다. 자전거도로와 물놀이장, 분수대·징검다리, 수변데크 등을 고루 갖춰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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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를 엮어 만든 울타리 사잇길이 정겹다. 비 온 후라 질퍽해진 길바닥 역시.  둘레길은 다시 도로가에 줄지어 늘어선 꽃집 앞을 지나 고덕동 방향으로 난 도로를 따라 이어지다가 드디어 일자산 숲길로 접어들었다. 장시간 천변길과 보도를 걸으며 따가운 햇살에 지쳐 있었던 터라 숲길은 더욱 반가울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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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1’을 닮아 일자산이다. 경기도 하남시 감북동에서 서울시 강동구 고덕동까지 남북으로 ‘1’자 지형을 한 야트막한 산이다. 오르내림이 완만한데다가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강동구 지역민들이 아끼는 으뜸 쉼터다. 도심 속에서 한가로이 아카시아 꽃향 그윽한 황톳길을 걸을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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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차 걷기의 목표점인 5호선 고덕역이, 드디어 지척이다. 주변지형이 무척 낯익다. 소생이 20년 둥지를 틀었던 동네이니 어련할까. 숲을 벗어나 이마트 사거리에 이르니 그제서야 허기가 동했다.
고덕역 옆 이마트(구, 해태마트) 뒤 먹자골목은 한때 소생의 나와바리(?)였다. 그때 그 집을 찾아 보았지만 여태 있을 리 만무다. 세월이 그만큼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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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시민의숲에서 시작해, 구룡산 > 대모산 > 수서역> 여의천 > 탄천 > 장지천 > 성내천 > 일자산 거쳐 고덕역까지, 산길 물길 따라 28km를 홀로 빡세게 걸어 서울둘레길 6일차 걸음을 끝냈다. 휴우~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