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시작한 사업이 매월 적자가 나고, 앞으로도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지금까지 투자된 돈이 너무 아까워 사업을 계속 하다 더 큰 손실을 보는 경우가 있다. 이것을 매몰비용의 오류(Sunk Cost Fallacy)라고 한다.  매몰비용은 이미 지불하고 난 뒤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이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들어간 매몰비용이 아까워 사업 등을 포기하지 못하고, 혁신을 주저하고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한다. 결국, “본전생각” 때문에 계속해서 손실을 감수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매몰비용의 오류다.  배가 부른 상태에서 부페식당에 들어가 본전 생각 때문에 과식을 하고 배탈이 나서 약값이 더 들어가는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있다.

태풍이 몰려온다는데 이미 예약한 비행기, 호텔 해약에 따른 수수료가 아까워 무리하게 여행을 간다. 3년동안 살던 집에서 이사 가는데, 3년동안 한번도 쓰지 않았던 물건을 버리기 아까워서 또 싸들고 이사를 간다. 5만원에 산 주가가 5천원으로 떨어졌고 회사는 전혀 회복이 어려운 상황인데도 투자금액의 손실이 아까워 팔지 못하고 더 큰 손실을 자초한다. 약혼을 하고나서 상대방이 평생 배우자로 적합하지 않은 사실이 발견됐는데도 그동안 들어간 약혼비용이 아까워 결혼을 강행한다.

프로젝트를 추진하다보면 처음과 달리 그 프로젝트가 완성돼도 별로 효과가 없을것 같은데, 지금까지 투자된 비용이 아까워 포기를 못하고 계속 진행을 하게 되는데 이게 바로 매몰비용의 함정이다. 모토롤라는 전 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위성휴대폰을 엄청난 자금을 들여 개발했다. 하지만, 해외에 나갔을 때 현지 통신망을 사용하는 로밍방식이 대중화 되면서 소비자의 외면을 받게 된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모토롤라는 10억 달러가 넘어간 투자비용을 포기할 수 없어서 사업을 지속했다. 우리나라 4대강 사업같은 경우도 비슷한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매몰비용의 오류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자신이 투자한 돈이나 시간이 손실로 처리되는 것을 심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심리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러한 매몰비용 효과를 마케팅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예를들어 마일리지 프로모션을 전개하면 쌓인 마일리지를 포기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해당제품을 반복해서 구매하게 된다. 특히, 장기간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경우, 자신이 투자한 시간이나 횟수를 간단한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게 하면그 동안 자신이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사업을 하면서도 이러한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져 과거의 경영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혁신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과감히 버리고 없애는 것이 혁신의 시작이다. 특히, 미래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는 과거에 발생한 매몰비용을 고려하면 안된다. 매몰비용은 돈 외에 직원, 시설, 건물 등도 포함된다. 이것을 버리는 것은 고통이고, 내부적으로 많은 비난을 받을 수도 있지만 리더는 이것을 과감히 버릴줄 알아야 매몰비용 이상의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즉, 매몰비용 포기를 주저하는 비합리적 의사결정이 혁신의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나종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강소기업이 경쟁력이다] (45) 매몰 비용 오류, 경영 혁신을 방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