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와 보고 제대로 하고 있나요?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먼저 제대로 지시해야 한다.
CEO가 급히 본부장을 부른다. “김본부장, 우리 회사 핵심인재 제도가 없는데, 중요한 일이잖아? 한 달 안에 안을 만들어 오세요.” 김본부장은 사무실에 와 바로 인사팀장을 부른다. “이팀장, 회장님 지시사항이야. 핵심인재제도 한 달 안에 작성해 보고하세요.” 인사팀장은 알았다고 하고 팀의 김과장을 부른다. “김과장, 회장님 지시사항인데 이 달 말까지 핵심인재제도 안을 수립해 보고하세요” 이 때부터 김과장은 바쁘다. 핵심인재제도를 운영하는 기업을 벤치마킹하고 관련 전문가를 만나며 책을 읽는다. 타 팀의 임원과 팀장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방향, 전략, 추진일정 등의 제도를 수립하여 보고한다. 팀장과 본부장이 내용을 확인하고 회장에게 보고한다. 회장이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다시 하라고 하면 김과장은 일 좀 제대로 하라는 엄청난 질책과 방향과 전략과 추진일정을 재작업한다. 가만 보면, 회장과 김과장만 있으면 될 것 같다. 징검다리 역할을 하며 지시를 내렸다고 생각하는 관리자와 경영자가 있다.
제대로 지시를 내리기 위해서, 관리자와 경영자는 지시 내릴 때 반드시 포함해야 할 3가지가 있다. 첫째, 수행하는 일의 완료되었을 때 가장 바람직한 모습이 무엇인가를 설명해 줘야 한다. 둘째, 이를 위한 프레임워크를 잡아줘야 한다. 일의 프로세스를 크게 그려주면 담당자가 삽질을 하는 일이 크게 줄 수 밖에 없다. 셋째, 프레임워크별 강조해야 할 내용이나 꼭 포함될 사항을 알려 줘야 한다. 담당자가 옆 길 또는 뒤로 달리지 않도록 방향과 큰 그림을 그려주면, 나머지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며 안을 만들어 일을 추진하는 것은 담당자의 몫이다. 담당자들은 모두 일을 잘하고 싶어하며 방향만 잘 잡아주면 열정을 다한다. 이들에게 마감을 강조하는 지시가 아닌 일하는 방식을 알려주는 지시가 되어야 한다.

수시로 보고하는 담당자를 상사는 좋아할 수 밖에 없다.
보고를 할 때와 받을 때 담당자와 상사들이 공히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있다. 하나는 이 일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다른 하나는 그 일이 회사에 어떤 성과를 창출하는 가를 명확히 해야 한다. 보고서에 이 두가지가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만약 팀장이 자신이 하면 5MD(man day)의 일을 담당자를 불러 10일의 여유를 주며 지시를 내렸다면 최소 몇 번의 보고를 받아야 하겠는가? 담당자가 알아서 하루에 1~2번 보고를 한다면 상사 입장에서는 마음이 놓인다. 그러나 요즘 이렇게 수시로 상사에게 보고하는 담당자는 없다. 9일쯤 지나 보고서를 가져왔는데 방향이나 내용이 잘못되어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물론 이렇게 내버려두는 조직장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 어떻게 보고를 받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는가? 10MD의 일이라면 당일 또는 다음 날 오전까지 1차 보고인 스케치 페이퍼를 받아야 한다. 스케치 페이퍼는 기대 효과, 일 추진 프로세스, 프로세스별 중점 내용, 추진 일정과 비용이 포함된 1장의 보고서이다. 2번째 보고는 4또는 5일차 중간보고이다. 이 시점에 적어도 60% 이상의 진척률이 되어 있어야 한다. 만약 진척 상태가 미흡하면 적극 개입해야 한다. 3번째 보고는 최종보고로 8일차에 받아야 한다. 최종 보고서의 내용을 보며 수정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최소한 이 3번의 보고가 있어야 한다. 조직장으로 담당자를 신뢰하는 것은 옳지만, 일을 지시하고 본인이 수습할 수 없는 상황(보고서가 미완성이거나, 원하는 수준이 되지 않는 것 등)이 되면 당혹스럽게 된다. 담당자에게 화를 낼 수도 없는 상황이고 결국은 무능한 조직장이 되고 만다. 지시를 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정적 순간에 반드시 보고를 받아야 한다.

이차장은 회사에서 일을 잘한다고 소문이 났다. 이차장과 함께 근무한 상사들은 이과장이 지금껏 자신이 만난 최고의 직원이라고 한다. 사실 이차장은 동기보다 2년 빨리 승진하였고, 차장임에도 불구하고 팀장 후계자 교육을 받고 있다. 이차장이 일을 잘하는 비법은 단 하나이다. 사원부터 이 차장은 매일 9시 10분 이전에 직속상사에게 자신이 금일 해야 할 일을 보고했고, 일 하나가 끝날 때마다 그것을 정리하여 매뉴얼을 만들어 상사와 팀원들에게 공유했다. 이차장과 함께 근무한 상사들은 이차장에게 일의 중간 진척상황을 물어본 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