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의 무리한 지시에 응하는 3가지 방법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인사전략 컨설팅)

상사의 무리한 지시
갑자기 공장장의 호출을 받은 생산기획팀의 김팀장은 ‘뭐지?’ 하며 수첩을 들고 방에 들어갔다. 공장장이 올 해 생산대수를 10만대로 하라고 지시한다. 지난 5년간의 평균 생산대수는 6만대 수준이었다. 금년 특별한 상황이 없는데 10만대 생산은 무리였다. 그러나, 지시하는 공장장의 표정은 매우 강했고, 무조건 달성하라고 거듭 강조한다. 당신이 김팀장이라면 어떻게 공장장을 설득하겠는가?
보수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는 회사의 경우에는 “예, 알았습니다” 라고 이야기하고, 현장과 타 부서의 사정은 알 것 없고 ‘공장장 지시사항’이라며 밀어 붙인다. 재고가 몇 만대 남아 회사에 큰 문제가 되는 것은 나중 문제이다. 이러면 회사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 상사로부터 무리한 지시를 받았을 때, 최소한 3번의 설득 과정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번째 설득 : 무리한 지시는 그 자리에서 예의를 갖추고 재고해 달라고 요청한다.
최종 의사결정은 공장장이 하지만, 담당 조직장과 담당자가 그 일에 대해서는 가장 많이 알고 있다. 담당부서의 경험과 지식은 일의 성과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다.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논리적으로 제시하여 상사가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도록 이끄는 것도 담당부서의 역할이다. 상사의 무리한 지시에 무조건 따르는 것보다는 왜 안되는가에 대하여 그 자리에서 논리를 가지고 설명해야 한다. 최근 5년간 생산 추이는 6만대 수준이었고, 금년도 특별한 변수가 없는 상황이라 년말에 4만대 가까이 재고가 발생하여 회사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10만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Value chain 상의 원료, 마케팅, R&D, SCM 등 제반 부서와의 협의를 해야 하는데 이번 결정대로 하면 이러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등의 지시에 대한 파급효과를 중심으로 재고를 요청해야 한다. 이미 강력하게 자신의 주장을 지시한 만큼 상사가 그 자리에서 검토하고 다시 말하겠다고 하는 분은 그리 많지 않다. 나도 알고 있으니 시킨 대로 하라고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두번째 설득 : 다시 들어갈 때는 말이 아닌 문서로 해라.
자리에 돌아와 아무리 생각해도 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이 들 것이다. 이 경우 3~4시간 후 또는 하루 지나 다시 공장장을 찾아가 아무리 생각해도 해서는 안된다고 이야기하면 공장장은 역정을 내게 될 것이다. 같은 말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이 보다는 문서를 통해 설득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10만대 생산에 대한 검토(안)’이라는 제목으로 생산 추이, 국내외 사업 환경, 경쟁사 동향, 내부 여건, 시나리오에 따른 장단점 등을 분석하여 10만대 생산보다는 6~7만대 생산으로 결론을 몰고 가는 방법이다. 문서는 봐야 하므로 화를 참게 해 주는 효과가 있다. 동향이나 분석 시나리오가 한 눈에 보이기 때문에 보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을 하게 한다. 하지만, 공장장이 자신의 무리한 주장을 굽히려 하지 않고, 이런 문서를 작성할 시간에 10만대 생산 추진 계획을 수립하라며 거듭 지시를 내린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세번째 설득 : 이해 관계에 있는 조직의 장으로부터 지원을 받아라.
회사의 일은 혼자 결정한다고 다 실행되고 성과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다. 주변의 협조와 협력이 없이는 성과 창출은 불가능하다. 제조회사의 경우에는 그 회사 제품의 원료수급부터 고객이 구매하기까지 Value chain을 가지고 있다. 이 Value chain이 강해야 성과가 창출된다. 6만대에서 10만대로 생산이 증가되기 위해서는 생산부서만의 의사결정 사안이 아니다. 원료수급, 마케팅, 영업, SCM, 재무, 인사, 홍보, 전략 등 전사적 협의체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무리해서 10만대를 생산했는데 영업부서에서 6만대밖에 못 팔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원료부서에서 최대한 노력해도 7만대분만큼밖에 수급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재무부서는 1만대 이상의 재고비용은 회사가 감당할 수 없다고 하고, 인사부서에서는 더 이상의 충원은 없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해 관계에 있는 조직장을 한 곳에 모아 상황을 설명하고, 10만대 생산의 가능성과 실패 시의 파급효과에 대해 논의하고 그 결과를 중심으로 함께 공장장을 찾아가 설명하는 방법이다. 직속조직의 장이 아닌 타 조직의 장들이 모여 함께 의사결정을 내린 상황이기 때문에 자신의 결정에 대해 재고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장장이 거듭 지시한 대로 하라고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잠재 리스크를 감안하고, 타 부서의 협조를 최대한 이끌어 내어 추진하고 책임을 져라.
상사의 목표에 대한 확고한 의지, 업무 스타일과 애로사항 등을 파악하고 생산대수 10만대의 생산을 추진하되, 한번에 10만대를 생산할 것이 아닌 분기별 목표량을 정해 년내 상황과 리스크 등을 보며 10만대를 생산해 가는 단계별 방안을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료수급, 마케팅과 영업부서장의 협조를 통해 생산대수를 늘릴 수 있도록 전사적 월별 협업체계를 가져가야 한다. 정례보고와 중간 중간 수시보고를 통해 어려움이 발생하기 전에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경영층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 매주 현장을 찾고 현장 조직장과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가동하고, 현장 직원들의 동기부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외의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재고가 남거나 무리한 지시로 인하여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책임은 추진하는 김팀장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잘못이 있을 때, 지시한 상사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직원을 어떻게 신뢰하겠는가?

홍석환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