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무도 NO라고 못하는가?
IGM 홍석환 교수

회장님의 호통
8시 출근하여 자리에 앉자마자 전화벨이 울린다. 8시에 무슨 전화? 잠시 망설였다가 받으니 빨리 올라오라는 회장 전화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무슨 일인지’ 조금은 불안해 하며 수첩을 들고 20층을 향했다. 비서의 표정이 굳어 있고, 빨리 들어가라고 한다. 자리에 앉으니, “김팀장은 왜 임원들이 목표의식도 없고 실행도 안되며 주관도 없는 거야?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묻는다. 직장 생활하면서 이런 경우가 가장 당혹스럽다. 알지도 못하는 내용에 대해 어떻게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엇이 회장님을 이렇게 분노하게 하셨습니까?”라고 물으니 임원들이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절박감과 악착같음이 없다고 한다. 김팀장이 가끔 임원회의에 배석하면 회장 혼자 목소리를 높이고 호통을 친다. “왜 그것밖에 못했어?” “제조와 생산이 그렇게 협력이 안되면 어떻게 하라는 거야. 영업의 김전무와 생산의 이부사장은 1주일에 몇 번 만나?” “지난 주 내가 지시한 것이 왜 아직까지 보고가 안되나?” 호통을 길어지고 질책이 되어 임원들은 고개 푹 숙이고만 있다가 회의가 끝난다. 아무도 대꾸하는 임원이 없다. 회장은 답답하다 하면서 그 다음 주 호통과 질책은 이어진다. 이런 아쉬움과 답답함이 쌓여서인가? 회장은 1달 이내에 임원들을 악착같게 변화시키라고 지시한다.
1달안에 임원들을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자리에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가는 불통이 튈 것 같아 일단은 나와 자리에 앉았다. 답답해진다. 팀원들이 한 명씩 들어오며 무슨 일이 있냐고 묻는다. 9시 반에 긴급 회의를 하자고 하며 고민에 빠진다.

미쓰비시 자동차 사례
미쓰비시 자동차는 2016년 연비 조작이 발각되면서 결국 로노닛산에 매각되었다. 사실 미쓰비스는 이전에도 차량결함을 은폐하였다가 탄로나는 바람에 회사가 휘청거린 적이 있었다. 위기에서 배우지 못하고 또 은폐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16년 연비 조작의 발단은 미쓰비스 조직문화가 노라고 말하는 것이 불가능하였기 때문이다. 시키는 것은 무조건 따라야 하는 문화였고, 왜 이것을 해야 하느냐를 묻지도 못하는 문화였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은 그 것이 회사에 심각한 피해를 줄 사안이지만, 담당자 선에서 끝내야 한다는 의식이 강했고, 최고 경영층에게도 보고가 되지 않았다. 왜 잘못된 일을 보고하지 않겠는가? 그것은 담당자와 현장 부서에서 경영층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 아닐까?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보고를 하면, 문제를 일으킨 담당 부서와 담당자만 책임을 져야 하는 문화라면 굳이 경영층에 보고를 하지 않고 해결하려고 하거나 은폐하게 된다. 사내 비판 의식은 현저하게 떨어지고 경영층은 현장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위기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결국은 망한다.

왜 아무도 ‘No’라고 이야기 하지 못하는가?
김팀장 본인조차 노발대발하는 회장의 질책 중에 1달 안에 임원들을 악착 같이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해야 했지만, 할 수가 없었다. 회장이 회사를 창업하여 가장 많이 알고 있고, 전 임직원을 채용했기 때문에 회장의 말은 곧 법이었다. 거기에 불 같고 잘못된 것을 보지 못하는 성격이다 보니 실패라는 것을 생각하기가 어려운 분위기였다. CEO가 원인인 경우를 포함하여 많은 기업들이 No라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많을 것이다. 직장생활을 통해 느낀 점은 첫째, 임원과 팀장 등 조직장들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 지를 잘 모르고 있었다. 자기 조직의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여 업무 속에 체질화 시켜야 하는데 이런 역할이 왜 중요한 가도 모르는 조직장이 있었다. 둘째, 사업의 본질과 제품의 가치사슬에 대한 이해 정도가 떨어져 타 사업본부가 말하는 것이 어떤 파급효과를 주는 가를 판단할 수 없는 상황. 셋째, 전문성이 떨어져 자신이 하는 일을 왜 하며 어느 수준까지 해야 하는 가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 넷째, 단기 실적에 연연하여 무조건 자기 부서 이익만 생각하는 지시일변도의 의사결정. 다섯째, 2년마다 순환보직에 따른 잦은 자리이동으로 대충하다가 다른 곳에 가면 된다는 의식. 여섯째, 토론이 중시되지 않는 일방적 지시와 연공서열과 가부장적 직위를 강조하는 관행. 일곱째, 길고 멀리 보며 방향을 정해 주지 못하고 하는 일만 하고, 시킨 일만 하라는 조직장. 여덟째, 내 일에 대해서는 그 누구의 간섭을 용인하지 않고 남의 일에 대해서는 절대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사내 불문율. 아홉째, 절대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문화 등이 주요 요인이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김팀장의 멘토였던 김사장은 상사와의 의견차이가 있을 때 3번 원칙을 강조한다.
상사가 불합리한 업무 지시를 할 경우, 그 자리에서 그 일이 주는 중요성과 기대효과는 있지만, 해서는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예의를 갖춰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상사의 의견을 묻는다. 이 때 상사가 다 알고 있다면 지시한 것대로 하라고 하면 일단 그 자리에서 나와 여러 안 되는 이유와 실패사례를 중심으로 안 되는 이유를 체계적이고 설득력 있게 자료를 작성하여 상사에게 재차 부당함을 강조한 후 상사의 의견을 파악한다. 이번에도 상사가 안 된다고 하면, 이 업무의 전문가 또는 이 일을 했을 때 영향을 가장 받을 조직장과 함께 들어가거나 의견을 받아 3번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최종 의견을 듣는다고 한다. 만약 이번에도 지시대로 하라고 하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일을 추진하되, 수시로 일의 경과와 결과를 상사에게 보고하고, 일이 잘못되었을 때에는 본인 책임으로 가져가는 것이 담당자가 일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사실 보고만 잘해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A회사의 김상무는 매일 자신이 느낀 하루의 시사점을 글로 적어 상사에게 보고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 날의 중요 추진 내용과 시사점을 공유하다 보니 조직장은 김상무의 일을 훤히 알 수 있었고, 어느 수준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인식하고 한발 앞선 의사결정을 했다.
NO라고 말하게 하기 위해서는
1) 조직과 구성원의 일에 대한 전문성이 매우 높은 수준으로 향상되어야 한다. 알아야 인식하고 주장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조직장인 팀장과 임원에 대한 역할과 사업이해 그리고 조직관리에 대한 분기별 교육을 지속적으로 가져가야 한다. 교육으로 모이면 그 가운데 소통의 부수적 효과도 가져갈 수 있다.
2) 최고경영층의 열린 자세이다. 위로부터의 변화가 되어야 한다. 경영자가 본을 보여 개방적 소통을 해야만 한다.
3) 제도의 개선을 통해 실패에 대해 장려는 못할망정 충분히 감안하여 고의적 실패가 아닌 경우에는 엄한 처벌을 해서는 곤란하다.
4)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각자의 살아 온 과정이 다르고, 역량 수준이 다르므로 자기 수준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타인의 수준으로 고려하여 일을 이끌어 가야 한다.
5) 잦은 만남과 열린 공간의 운영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들어와 토론하고 부담 없이 나갈 수 있는 온라인 토론방과 함께 과제를 수행하는데 도움을 구하는 집합 모임체의 활성화이다.
6) 사무국이 있어 원칙과 제도를 만들고, 점검하고 피드백해 주며, 조직장과 변화전도사들을 교육하고, 잘된 사례들을 홍보해야 한다. 아무리 CEO가 관심을 갖고 있다 해도 추진 조직이 없으면 지속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