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고사성어] 백년하청(百年河淸)-근본이 탁하면 맑아지기 어렵다
춘추시대 정나라가 위기에 처했다. 초나라 속국 채나라를 친 것이 빌미가 되어 초나라의 보복 공격을 받게 된 것이다. 정나라 대부들이 대책을 논했으나 의견은 팽팽히 갈렸다. 강대국 초나라와 맞설 수 없으니 화친을 맺어 백성을 살리자는 주장과 화친을 맺는다는 건 초나라의 속국이 된다는 것이니 끝까지 싸우면서 진나라에 구원을 청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양측 모두 일리 있는 주장이었다.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고 한 프로타고라스가 말하지 않았나. 모든 담론은 거대한 상반된 논리가 있다고.
화친론과 주전론이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자 대부 자사가 나섰다. 그는 먼저 ‘황하(黃河)의 물이 맑아지기를 기다린다면 인간의 수명으로는 부족하다. 점을 쳐 일하는 사람이 많으면 어수선해지고 그물에 걸려 움직이지 못한다’는 주나라 시를 인용했다. 그리고 본론을 말했다. “지금 진나라의 구원병을 기다리는 건 백년하청(百年河淸)일 뿐이오. 진이 우리를 도우려 초나라와 전쟁을 일으킬 이유도 없지 않소. 초나라와 화친을 맺어 백성을 불안에 떨지 말게 합시다.” 결국 정나라는 화친으로 큰 고비를 넘겼다. ≪춘추좌씨전≫에 나오는 얘기다.
백년하청(百年河淸), 백 년을 기다려도 황하의 흐린 물은 맑아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무리 기다려도 바라는 것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바로잡기 난망한 일, 가망이 없는 희망, 막연한 기다림 등을 비유한다.
탁한 물도 고요함에 머물면 다시 맑아진다. 그게 자연의 정화다. 황하가 백 년을 기다려도 맑아지지 않는 건 고요할 줄 모르는 때문이다. 오랜 세월 고요함을 잊어 근본 자체가 탁해진 탓이다. 막연히 기다리면 절망이 희망으로 바뀌지 않는다. 손놓고 기다리면 미움이 사랑으로 변하지 않는다. 무엇을 어떻게 기다리는지가 분명해야 길이 열린다. 세상에 절로 되는 일은 거의 없다.
신동열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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