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지변인지 인재가 불러온 참사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지진이라는 현상은 인간이 감당하기에는 불가한 상황인 것은 틀림없다. 하루빨리 흔들림 현상이 안정되고 이재민들도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모든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정부가 마음을 일으켜 이렇게라도 개인의 사생활을 배려해준 것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문재인 정부에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지난 정부에서의 세월호 가족들은 3년여 동안이나 이 작은 배려조차도 받지 못했고 마치 옷을 모두 벗고 광야에 나가 앉아 있는 듯한 불편함과 수모를 겪어야 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한다. 개인이 나라를 이루고 살면서 함께 십시일반 사비를 털어 세금을 내는 이유도 개인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이러저러한 문제들에 대해 그 고통을 적절히 나누고자 하는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정부들을 경험했었다. 어쩌면 그럴 수밖에 없고 그것이 정부 역할의 한계일 거라는 말도 안 되는 이해도 강요당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나라를 잃고 살아온 과거 우리 조상들의 뼈아픈 한이 대물림되어 작금의 현실에 적응하는 법을 너무 빨리 배워버린 탓일 것이다. ‘나라를 나라답게’라는 다소 모호한 슬로건을 내건 문재인 정부의 출범은 ‘나라다운 나라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실체를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첫술에 배부른 일은 없다. 먹고 또 먹다 보면 배는 불러 질 것이다. 하지만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른다는 말이 현실이 되어 더 많은 과도한 요구들을 끊임없이 하는 마치 만족을 모르는 배부른 돼지처럼 될까 앞선 우려도 되지만 걱정을 앞당길 필요는 없으니 아직은 숟가락질만 열심히 하고 싶은 심정이다. 시민들이 그리 어리석지 않으니 이는 분명 기호일 거라 믿는다.

문재인 정부는 새로운 정부를 세운다는 심정으로 당면하는 말도 안 되는 난제들을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하나씩 실타래 풀듯 대응해 나가기를 바란다. ‘빨리 먹은 밥은 체하는 법’이라는 선조들의 말은 오랜 경험에서 나온 지혜의 말이니 흘려들을 일은 아니다. 작은 변화들이 모여 큰 변화를 이룰 것이라는 믿음은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경험에서도 확인된 바이다. 믿고 기다리는 마음이 플라시보 효과로 나타나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