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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의 生生 노무이야기] 채용 합격 통지 후 취소했다면…
우리나라 상당수 기업 인사부서에서는 매년 1월~2월 직원들의 전년도 인사평가와 금년도 목표수립(MBO, KPI 등) 업무 등을 끝내고, 3월 중순부터는 본격적으로 인력채용에 나선다.

과거에는 신입사원을 정기 채용해왔으나, 최근에는 경력사원을 수시 채용하는 추세가 강하다. 특히 코로나19를 맞아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 가속화됨에 따라 서비스산업에서 IT 개발인력의 충원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IT 개발인력의 충원은 상당수 헤드헌터를 통해 경력자 중심으로 이루어지는데 현재 그 수요가 많아 IT 개발인력의 몸값은 가히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기업 인사부서에서는 채용 내정자에게 채용합격 통지 후 당초 높은 연봉과 성과급 조건을 하향 제시하는 일이 벌어지고 이에 채용 내정자가 항의한다는 이유로 곧바로 그 채용을 취소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해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근로자 A는 헤드헌터를 통해 채용업체로부터 연봉 1억 원, 2019년 10월 1일자로 입사 조건 합격통지를 받고, 같은 해 7월에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채용업체는 같은 해 8월에 헤드헌터를 통해 연봉 6천만 원으로 채용조건 하향통보를 하였고, 이에 근로자 A가 항의하자 채용업체는 근로계약서 미체결 상태임을 감안하여 2019년 10월 1일자로 근로자 A에게 불합격 통보해 버렸다. 이에 근로자 A는 부당해고하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했다.

실제 이 사건 판결(서울행정법원 2020. 5. 8 2019구합64167)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회사가 채용 합격을 통지하면 이는 근로계약 승낙의 의사표시를 한 것이고, 채용을 미리 결정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둘째,·입사지원자가 회사에 지원하여 면접 절차를 거쳤고, 회사는 채용 의사를 외부에 객관적으로 표명하여 통지했기 때문에 둘 사이에 근로계약이 성립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셋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가 입사지원자의 채용을 내정했는데 아직 근로 제공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회사에게 해약권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넷째, 회사는 일방적으로 채용을 취소하면서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당해고이다.

이 사건 판결은 채용시장에서 우위에 놓여 있는 기업에게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즉 채용업체가 입사지원자의 채용을 내정만 했더라도 임금 등 근로조건이 명시된 채로 합격통지를 하였다면, 실제 근로제공 및 근로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근로계약이 성립되었다고 간주되므로 ‘정당한 이유’없는 합격통지의 일방적 취소는 부당해고에 해당됨을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만약 이 사건의 경우와 달리, 합격통지 후 갑작스런 경영악화 등 채용내정 취소에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도 부당해고에는 해당되지 않을 수 있으나, 민사상 손해배상 또는 채용취소 전까지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등 기업으로서는 많은 법적 책임을 져야하므로 근로자를 채용할 경우에는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경영학의 창시자 피터 드러커는 “당신이 채용에 5분밖에 시간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잘못 채용된 사람으로 인하여 5천 시간을 쏟게 될 것이다”라고 갈파했다. 경영자들은 이 말을 몇 번이고 곱씹어 봐야 한다.

이원희 노무법인 가교 대표 공인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