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선의 뉴노멀 골프] "국내 골프산업, 메타버스 시대 준비해야"
“국내 골프산업, 메타버스 시대 준비해야..”

전 세계인을 우울하게한 코로나19 팬데믹이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서는 사상 최고의 골프 호황을 이끌어 내고 있다.

레저스포츠의 다양화 및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골프의 특징 때문에 골프에 젊은 층이 유입되지 않아 한때 한국의 골프도 일본과 같이 고령화 시대로 접어드는 듯 하였다. 하지만 접근성이 좋고 비용이 저렴한 스크린골프의 보급 및 활성화로 2030 밀레니얼 세대가 골프에 조금씩 관심을 갖기 시작하게 되었고,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게 된 이들이 대거 골프에 참여하며 국내 골프의 소비 트랜드를 주도하게 되면서 한국은 골프산업 지속 성장의 발판을 재차 마련하게 되었다.

하지만 지속적인 세대 연결을 통해 국내 골프산업을 지속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아직 골프에 진입하지 않았지만 10년 후 현재의 밀레니얼 세대처럼 국내 골프의 소비 트랜드를 주도할 세대, 10대에서 20대 초반들로 구성되는 이른바 Z 세대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Z 세대가 주도하는 시대는 메타버스(Metaverse)의 시대이다. 메타버스는 1992년 출간된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우 크래시’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로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이다. 디지털네이티브 세대로 모바일 환경과 소셜미디어속에서 성장한 Z 세대는 가상 세계에 사회를 만들고 그 안에서 아바타를 통해 상대와 문화를 공유하며 경제활동을 한다. Z 세대들 사이에서 메타버스는 코로나19로 위축된 현실 세계의 대안이 되고 있으며, 이미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포트나이트, 제페토, 마인크래프트 등의 게임 플렛폼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통화의 기능이 전부였던 90년대 초의 휴대폰이 스마트폰으로 진화하여 휴대용 개인 PC의 역할을 하고 그중 하나의 기능이 통화가 되었듯이, 게임 플렛폼을 이용하고 있는 메타버스는 향후 메타버스 포털로 진화하고 게임은 포탈 내 하나의 콘텐츠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정용 컴퓨터 시장과 SNS시장을 석권했던 마이크로소프트와 페이스북이 게임사의 기술력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월간마이더스가 인용한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2025년 메타버스의 시장규모는 약 314조6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례로 방탄소년단은 포트나이트에서 신곡 ‘다이너마이트’를 발표하였고, 아바타가 이들의 안무를 따라 할 수 있는 아이템을 판매하였다. 미국의 가수 트레비스 스콧이 포트나이트에서 개최한 콘서트에는 1230만 명이 동시 접속하였고, 네이버의 ‘제페토에서 열린 블랙핑크의 팬사인회에는 4600만명이 몰렸다.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 버클리대학 등의 학생들은 코로나19로 비대면 상황이 되자 마인크래프트에 캠퍼스를 만들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닌텐도 동물의 숲에서 선거운동을 벌이기도 하였다.

메타버스는 Z 세대를 중심으로 골프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가상의 공간에 골프장이 만들어지고 그곳에서 자신의 아바타들이 골프 경기를 하게 되며, 아바타들에게도 현실 세계와 같이 골프용품과 골프의류 등이 필요해 진다. 네이버의 제페토에 나이키가 입점하고 동물의 숲에 명품브랜드 마크제이콥스와 발렌티노가 아바타의 의상을 선보이는 등 관련 기업들이 가상 세계에 집중하는 이유는 가상 세계에서도 아바타를 위한 생활용품이 필요하고 이는 ’가상과 현실 동일시 현상‘을 통해 가상 세계에서의 구매가 현실 세계의 구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가상 세계에서는 디자인만 가지고도 상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가상 세계에서 브랜드 또는 상품을 론칭한 후 현실 세계의 판매와 연결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상과 현실을 동일시하는 Z 세대의 소비 트랜드 특성을 고려해 볼 때 골프관련 브랜드들은 가상 세계의 골프산업을 준비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골프 관람문화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실 세계의 대회장과 선수는 가상 세계로 동기화되어 가상 세계에서 그대로 표현되고, 갤러리들은 아바타를 조작해 각 홀을 돌아다니며 경기를 관람하고, 기념품도 구매하며, 선수들의 사인도 받을 수 있게 된다. 지난 7월 한국모바일게임협회가 미국 엑솔라의 게임 ‘유어월드’ 내에서 개최한 한 게임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아바타를 조작해 각 부스를 돌아다니며 전시회를 관람한 사례는 가상 세계에서의 골프 관람시대가 곧 도래할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향후 밀레니얼 세대의 SNS는 Z 세대에서 메타버스로 전환될 것이다. 애플이 공개한 2020 인기 유료게임앱 1위는 ‘마인크레프트‘였고, 넷플릭스의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자사의 최고 경쟁자를 디즈니(HBO)가 아닌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라고 한 것 역시 ‘포트나이트’가 게임을 넘어 메타버스 시대의 소셜플렛폼으로 재편될 것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트랜드가 Z 세대의 메타버스를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국내 골프 관련 기업들 역시 메타버스 시대를 준비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김구선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이학박사/MBA ▲서경대학교 경영문화대학원 교수•한국골프학회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