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기업이 혁신하고 성장하기 어려운가?
[홍석환의 인사 잘하는 남자] 왜 기업이 혁신하고 성장하기 어려운가?
A기업 김사장의 혁신 사례

대기업 부품을 생산하는 A기업을 컨설팅 할 때의 일이다. 이 회사는 설비 중심의 장치 산업이고, 설비 경쟁력이 그 회사 매출과 순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대규모 설비를 갖추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부품 전부가 A전자에 납품되는 구조라 더 이상의 투자도 힘든 상황이었다.

전문 경영인인 김사장은 현실에 안주하고 ‘했다 주의’에 물들어 있는 조직과 직원들에게 변화가 필요함을 인지했다. 사고의 전환과 일하는 방식의 전환을 중심으로 생산성 향상 운동을 전개하였다. 스피드, 개선, 도전과 열정, 품질과 납기, 자동화를 중심으로 매주 실적과 개선 사항을 점검하고, 조직을 우수, 보통, 미흡의 3등분하여 발표하였다.

처음 몇 주 동안은 임직원이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CEO가 경영회의 때마다 실적을 확인하고, 우수 조직보다는 미흡 조직이 있는 본부장을 엄하게 질타하였다. 이전에 잘했던 것은 의미가 없고, 미흡한 조직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노력이 역력했다. 실적에 대한 피로감이 더해지면서 현장 이곳저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우리가 이런 노력을 해서 회사가 성과를 높이면, 우리에게 무엇이 달라지냐는 주장이 나왔다. 우리는 A그룹의 협력업체로 A그룹이 수주물량을 줄이거나 늘리면 사업계획이 전부 의미 없는 자료가 되는데, 무슨 생산성이냐는 말들이 현장에서 쏟아져 나왔다.

김사장은 조직과 직원의 불만을 알면서도 생산성 향상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갔으나, 품질 수준과 생산성이 좀처럼 향상되지 않았다. 이 때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하여 A그룹의 글로벌 판매 전략에 큰 차질을 가져오게 되었다. 당초 계획의 60% 수준으로 생산량이 급감하였다. 이 여파는 부품 회사에 그대로 전파되었다.

생산성 향상에 주력해온 회사 입장에서 물량 감소는 큰 충격이었다. 40% 가까이 생산량이 감소하여 현장의 시간외 근무는 사라지게 되었다. 잔업수당이 없게 되자 직원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회사가 어렵다는 것보다 당장 급여가 준 것에 대한 불만이 컸고, 이 불만은 전부 김사장을 향해 이어졌다.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중소기업일 뿐이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생산성도 좋지만, 사장이라면 그룹의 안정적인 물량을 가져오는 것이 역할이다. 그것도 하지 못하면서 의식개혁, 일하는 방식 개선이 무슨 소용이냐? 중소기업이면 중소기업처럼 살아가야 한다”.

직원과의 한 방향 정열이 중요하다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많지만, 길고 멀리 가고 높은 성장을 이어 가기 위해서는 함께 가야 한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한사람 한사람이 지혜와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갈 때 보다 높은 성과가 창출되고 기업은 지속 성장한다. CEO가 바람직한 모습을 제시하고 올바른 방향을 설정해도 혼자 실행할 수는 없다. 조직과 임직원이 그 모습과 방향을 공감하고 하고 있는 업무에서 실천해야 한다. 조직 전체가 바람직한 모습을 형상화하고, 그 방향과 전략을 따라 과제를 선정하고 악착 같은 실행을 해도 글로벌 환경과 경쟁을 이겨 나가기 쉽지 않다. 하물며, 경영진의 방향과 실무 담당자의 생각과 실행이 따로따로 움직인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회사가 혁신하고 성장하는 기업은 2가지 특징이 있다.

하나는 가치관 정열이다. 우리가 왜 존재하며, 우리가 지향하는 모습과 목표가 무엇이며,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한 방향 정열이 잘 되어 있다. 회사를 방문해 직원에게 물어보면 모두가 동일한 답변을 한다. 내재화 뿐 아니라 업무에서 실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철저한 성과관리이다. 이들은 목표, 해야 할 과제, 달성 수준, 가중치와 진척율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주 단위 피드백을 받는다. 목표와 과제가 연간 개념이 아닌 월 또는 분기 개념이다. 직속상사와 목표를 선정하고, 달성 결과물에 대해 협의를 시작으로 주 단위 계획과 실적을 공유하며 피드백을 받는다. 높은 성과의 비결이 목표와 철저한 과정 점검과 피드백에 있다. 직원들은 성과관리를 통해 성장하고 있고, 부서장이 자신의 성장을 이끈다고 믿고 있다.

홍석환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