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불가피하나,  대책없는 은행 대출 원리금의  만기 장기연장은 결국 ‘코로나탕감’으로 연결될 위험이 크다.  이는 은행 등 금융회사의 부실로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한다. 따라서 사전에 예방해야한다.

금융당국은 코로나로 직·간접적 피해가 발생한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하여 전 금융권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대출 원금상환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가이드라인’을 마련, 지난 4월1일부터 시행해 왔다.

이 조치는 오는 9월30일까지 대출의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가 가능한 것을 코로나의 재 확산으로 내년 3월 말까지 추가 연장을 결정했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지역신용보증재단 등 정책금융기관도 내년 3월31일 내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보증에 대해 원금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를 해준다.
[박대석칼럼] 코로나 대출연장, 무수익자산(NPL) 떠안은 은행 어쩌나?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기준 전체 금융권에서 이뤄진 대출 만기연장은 약 75조8,000억원(약 24만6,000건), 이자상환 유예는 1,075억원(9,382건)에 이른다. 이중 시중은행의 만기연장 잔액은 51조3180억원, 유예된 이자 잔액은 391억원에 달한다.

▲ 연장된 대출은 사실상 무수익자산(NPL)이다.

은행의 주 수입원은 예금과 대출이자의 마진(margin)이다. 전부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부분 1년간 연장된 대출은 이자수입이 없는 대출 자산과 마찬가지이다. 수익이 없는 대출인 무수익대출 즉, 사실상의 NPL(Non Performing Loan)이고 Bad Loan인 것이다.

금융위원회의 은행감독규정 자산건전성 분류 등을 보면 금융회사의 자산 건전성 분류(차주의 상환 능력 기준)에 따라 대출을 5가지로 분류한다. 개인기업 및 가계, 대기업, 중기업, 소기업 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정상은 연체가 없는 정상적인 대출금이고, 요주의는 연체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의 대출금, 고정은 연체 3개월 이상의 상환이 의심되는 대출금, 회수의문은 3개월 이상 연체로 회수가 심히 의문 시 되는 대출금이며, 추정손실은 거의 회수가 불가능해 손실이 예상되는 대출금으로 분류한다.

자산건정성 분류기준에 따라 대출한 금액에 대하여 분류기준의 비율만큼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쉽게 말하면 대출한 돈과 별개로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금액만큼 별도의 돈을 적립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기업대출기준으로 정상은 대출금의 0.85% 이상, 요주의는 7.0% 이상, 고정은 20.0% 이상, 회수의문은 50.0% 이상, 추정손실은 대출금의 100.0% 이상의 대손충당금을 별도로 현금으로 보관해야 한다. 대출 자산이 이자 수익도 없고, 상환도 불투명한 것은 고사하고 그 만큼 생돈을 묻어 놓아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은행의 자산의 건전성을 보호가 되고 투명 해지지만 은행 등 금융회사의 수익 측면에서는 무서운 제도이다.

▲ 은행 등 진퇴양난

코로나로 불가피하게 이자납부와 원금상환이 연장된 대출은 사실상 무수익자산이고 고정(3단계) 이하 여신이다.

은행으로서는 당장 이자수익이 없을 뿐 만 아니라 원금의 회수도 불투명하다. 매월 이자를 받아 봐야 대출자산이 건전한 것인지, 불량한 것인지 판단이 되고 이에 따라 보유한 담보 등의 처분 여부, 필요에 따라서 차주(借主)의 재산조사 등 채권회수 조치를 하여야 하는데 모두 중지되고 깜깜이 자산이 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밭에 있는 배추에 대하여 밭 주인이 관리도 못하고 손을 놓고 하늘과 땅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거기에다가 대손충당금 적립 여부는 한국의 내부기준이 아니다. 국내 감독당국과 금융회사와 타협해서 코로나의 불가피 성을 이유로 건전성분류와 그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을 적당히 조정할 수도 없다.

은행 등의 부도 위험이 높은지를 판단하기 위하여 스위스 바젤에 있는 국제결제은행(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이 정한 ‘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을 따라야 한다. 한국도  1993년에 도입했다. BIS 권고가 권고한 바로는, 은행은 최소 8% 이상의 자기자본을 유지하도록 돼 있다. 1997년 한국 외환위기 당시 BIS 비율 8%가 은행 존폐 기준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바젤Ⅰ, 바젤Ⅱ는 이미 실시 중이고 바젤3은 한국의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말 15개 은행의 바젤Ⅲ 신용 리스크 개편안의 조기 시행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광주·전북 은행은 6월 말부터 바젤Ⅲ 최종안을 시작했고, 내년 6월 말까지 13개 은행이 순차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핵심은 BIS비율을 8% 이상 유지하는 것이다.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이 8%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기자본에 위에서 설명한 대손충당금을 포함하도록 되어있고, 위험가중자산은 대출금 등 자산 유형별로 위험 정도를 감안한 자산이다.

즉, 건전성 분류가 안 좋을수록 위험가중자산이 많이 늘어나게 되어 BIS비율이 안 좋아지게 되고 그에 따라 국제적인 은행 등의 신뢰도가 하락하고 경우에 따라서 국제간의 은행 기능을 못하게 되고 심하면 은행문을 닫게 되는 것이다.

▲ 무대책 만기연장, 고의부도, 흑자도산은 ‘코로나탕감’으로 연결될 위험 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1998년 IMF 외환위기,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등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흑자부도, 흑자도산, 고의부도 등이 많았다.

기업들은 지속, 성장의 기로에서 끊임없이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가지려고 하는데,  보유 자산을 잃지 않으면서 더 좋은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면 코로나사태의 핑계는 일부 기업에게는 더없이 좋은 합리적 탈출구가 될 수 있다.

아무튼 가계 및 기업 대출에 대하여 무려 1년간 이자와 원금상환 의무를 유예 해주는 것은 코로나 극복이라는 목적의 취지 및 불가피성과는 달리 대출을 받은 채무자 입장에서는 모럴해저드(moral hazard, 도덕적 해이)의 유혹에 놓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코로나 종식 시기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마도 재연장한 만기가  도래하는 내년 3월이 되면 대출 원리금의 ‘코로나탕감’ 요구가 차주들로부터 자연스럽게 요구 될 수 있다.

▲ 더구나 내년 4월 시장선거, ‘22년 3월 9일은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예정되어있다.

서울 및 부산시장 후보 그리고 대통령 후보군 (대상자) 모두가 만기가 돌아온 코로나대출의 재연장은 물론이고  탕감해달라는 기업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후보자들은  도리어 적극적으로 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공약 및 조치들이 봇물을 이룰 것이다.

과연 은행 등이 만기도래한 76조원 + α (추가만기 도래분) 의 무수익자산을 버틸 수 있을까?

필자가  IMF 외환위기 당사 ‘5개은행연합회’ 사무총장과 회장을 한 경험으로 미루어 볼때 지금 상황이 내년 까지 지속된다면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그런데 농협을 제외한 6대 시중은행의 외국인지분이 약 70% 수준이다. 사실상 외국인 주주를 위하여 다시 국민세금을 쏟아 부어야 하는 상황이 뻔히 예상되는 것이다.

그 뿐 만이 아니다. 부실대출의 증가로 은행 등 금융회사의 대외신인도 하락은 해당 금융회사들의 경영악화로 이어진다.  국내 금융사들은 IMF 당시와 같이  또 다시 해외 헤지펀드의 사냥감이 되어 헐값에 매각되고 금융의 독립성이 무너지며 식민금융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해외 단기성 FI (Financial Investor, 재무적 투자) 투자자들은 대부분 먹튀 수준의 단기성 투자에 치중 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은행에 제출된 국내 기업들의 핵심자료들이 경쟁국 기업에게 자연스럽게 유출 될 위험성도 있다.

▲ 방법은 없는 것인가?

위 시나리오는 이미 우리에게 2번 이상 충분하게 경험한 바 있는 일들이다. 지금이라도 예전의 경험과 현재 상황을 비교하여 차이점을 분석하여 미리 대비하여야 한다. 금융감독 당국은 당장 급한대로 시간벌기 정도로 이 상황을 넘어가려 할 수 밖에없다. 나중 일은 다음 정권과 해결할 문제로 여기기 때문이다.
[박대석칼럼] 코로나 대출연장, 무수익자산(NPL) 떠안은 은행 어쩌나?
그러나 1998년에 경험한 바대로 공적자금 투입 단계가 되면 경쟁력있고 발전 가능성 있는 동남은행 등 신설은행들이 희생양이 되었듯이, 정부의 말을 따른 은행들이 피해를 입게 될 수 밖에 없다.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과 그에 따른 손해는 결국 국민에게 전가된다.

따라서 은행 등 금융회사는 지금부터 예상되는 피해를 분석하여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예를 들면, 부실대출 규모가 커지면 당연하게 만들어질  배드(Bad)뱅크 등을 미리 설립하여야 한다. 현재  막대하게 풀려 있는 유동성자금을 이용하여야 한다. 코로나로  연장된 대출자산의 예상 대손률을 보수적으로 고려하여  현재의  유동성자금 보유자(기관)에게 부분 사전 매각하는 방법 등을 만들어 내야 한다. 충격을 미리 분산, 축소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유동성자금 투자자에게는 저금리 시대에 비교적 높은 수익이 사후적으로  보장이 될 수 있는 상품이 제공되는 것이다.

이미 여러번 반복적으로 경험한 일을 굳이 당하고 나서 같은 일로 허둥 지둥 할  필요는 없다.

또한 정부의 사후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가리고 상시적, 후속적 관리 책임을 위하여 대출만기에 따른 예상 시나리오와 손실에 대하여 공식적으로 금융당국과 문서화된 협약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금융당국도 사후 손실에 대하여 지금 부터 은행들과 책임지는 자세로 공동 관리할 것이다. 금융당국의 책임자와 담당자들이 바뀌면 대출 만기연장 과정의 불가피성은 희석되고 부실대출의 결과만 가지고 원론적으로 대처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로 인한 대출연장은 누가 보아도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에는 모든 국민과 관련 금융회사들도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 불 보듯 보이는 예상 피해 상황에 대하여 그냥 알면서 당해서는 안 된다.

17일 금융당국이 지난 4월부터 시작한, 코로나 관련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안정지원단 운영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했다. 코로나19 사태 따른 경제·금융위기가 장기화될 것을 우려한 조치다. 

예상대로 코로나사태가 장기화하여 지금처럼 장사가 안 되면, 수출입이 줄어들고, 기업 가동율이 떨어지며,  점점 많은 자영업자가 문을 닫게 되고 당연히 일자리도 대폭 줄어들 것이다.  또한 비정상적으로 풀린 막대한 유동성자금으로 거품이 낀 주식가격, 부동산가격 역시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다. 실물경제, 금융경제 등 모두 상상이상으로 어려워 질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미증유의 코로나 사태에서  시간벌기 식의 대증요법으로는 더 큰 2차 피해로 확대 될 수 있다. 코로나 상황이 벌써 6개월이 지나고 있다. 이제 금융안정지원단과 금융회사들이 보다 정교하게 근본적인 장기 대비책을 세우며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

금융정책 등 모든 정부의 정책, 의사 결정은 사심과 당리당략 없이 데이터, 정보, 통계, 전문가의 분석 및 의견을 토대로 정교한 시나리오 및 시뮬레이션 등을 통하여 만들어지고 추진해야 한다.

특히 많은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부실해지고 흔들리면 국가가 비상하게 쓸 수단조차 거의 없어진다. 그래서 더욱   ‘코로나탕감’이라는 말이 내년에 나오지 않도록 지금부터 만전을 기해야 한다. 버티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은 아껴두어야 한다.

박대석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