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헌의 마중물] 리더로서 성공의 척도는?
“당신과 함께 일한 사람들이나 당신이 도와준 사람 중 훌륭한 리더로 성장한 사람이 몇 명인가?“ 이는 빌 캠벨이 리더에게 성공을 측정하는 기준으로 제시한 질문이다. 그는 누구일까?


  2016년 4월 어느 따스한 날, 많은 사람들이 캘리포니아주 새크리트 하트 스쿨 풋볼 경기장에 모여들었다. 얼마 전 75세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월리엄 빈세트 캠벨 주니어(William Vincent Camphell,Jr.)를 추모하기 위해서다. 이날 모인사람 중에는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마크 저거버그, 셰릴 샌드버그,팀 쿡, 제프 베조스, 에릭 슈미트 등 천명이 넘었다고 한다. 왜 실리콘밸리 수많은 CEO들이 그를 베스트 프렌드라고 하면서 참가 했을까?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그의 인생 3막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1940년 펜실바니아 홈스데드에서 태어나 홈스데드 고등학교의 풋볼 선수였고, 졸업후 뉴욕 맨해튼의 컬럼비아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그가 4학년 때 풋볼 팀 주장으로서 아이비리그 대학들로 구성된 풋볼리그에서 우수 선수상을 받고 팀을 아이비리그 챔피언십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 후 보스턴 칼리지 풋볼 팀 보조코치가 되었고, 1974년 모교 컬럼비아대 풋볼 팀 감독이 되었다. 이것이 그의 인생 1막이었다.

  그 후 39세에 월터 톰슨이라는 광고대행사에 입사하면서 비즈니스 세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 때 코닥의 광고대행 성과를 인정받아 런던에 위치한 코닥 유럽 본사의 임원이 되었다. 이어 애플에 합류한지 9개월만에 영업 마케팅 담당 임원으로서 당시 애플의 대표 제품이었던 매킨토시 출시를 총괄했다. 캠벨은 이후 고 코퍼레이션이라는 스타트업 CEO와 1994년부터 2000년까지 인투이트의 CEO로 회사의 성장과 성공을 이끌었다. 이것이 그의 인생 2막이다. 그 후 그는 실리콘 밸리 CEO들의 코치가 되어 인생 3막을 펼쳤다.

  전직 풋볼 코치가 어떻게 스티브 잡스,래리 페이지, 에릭 슈미트, 제프 베조스, 셰릴 샌드버그, 앨 고어 등 수많은 리더들을 코칭했을까? 그는 스포트라이트를 피해 뒤로 물러나 있기를 선호한 탓에 <실리콘밸리의 가장 감춰진 비밀>이라고 불렸다. 그는 팀 스포츠의 승리 공식을 비즈니스에 이식해 <팀플레이>의 기업문화를 만들었다. 그가 심어 놓은 존중의 문화, 공동체 정신, 수평적 관계, 협력의 커뮤니티는 지금도 실리콘밸리에서 혁신의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에릭 슈미트 등이 캠벨과 함께 일한 80여명과 인터뷰한 내용을 중심으로 쓴 <빌 캠벨, 실리콘밸리의 위대한 코치>에서 그를 1조 달러 코치(trillion dollar coach)라고 불렀다. 왜냐하면 그가 코칭한 기업마다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만약 빌 캠벨이 없었다면 애플도 구글도 아마존도 지금의 모습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코치의 일에 보수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구글에서 제안한 보수을 거절하고 구글 주식을 받았지만 모두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그는 늘 도전했다. <방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란 무슨 의미일까요? 모든 것을 덮어버릴 만한 큰 문제이지만 그 누구도 애써 모른 척하는 상황을 말한다. 조직에서의 일이란 늘 쉽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일이 생기면 사람들 사이에 긴장감이 조성되고 이때 사람들은 이런 상황 자체를 언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회피할수록 상황은 악화된다. 캠벨은 풋볼 코치시절 공격이나 수비에서 가장 약한 고리가 어디인지 늘 고민하고 해결했다. 즉 가장 큰 문제를 먼저 식별한 후 모든 사람들 앞에서 드러내고 이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다.

  “당신과 함께 일한 사람들이나 당신이 도와준 사람 중 휼륭한 리더로 성장한 사람이 몇 명인가?“ 라는 빌 캠벨의 이야기처럼 <나는 리더로서 성공의 척도는 무엇인가?> 지금 시점에 리더에게 필요한 질문이다. 리더로서 어떤 직종, 어떤 위치에 있더라도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할 수 있다.풋볼 코치 출신의 경영자 코치인 캠벨이 우리에게 몇가지 팁을 주고 있다. 그는 함께하는 모든 사람을 인간적으로 대했고, 항상 팀 퍼스트(Team First) 그리고 올바른 성공을 추구했다.

  필자는 리더로서 조직 구성원들이 삶의 목적을 달성하도록 지원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44세로 세상을 떠난 <블랙팬서> 주역 채드윅 보스만의 2018년 하워드대 졸업식 축사가 감명 깊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직업이나 커리어보다 목적을 먼저 찾으세요.목적이 여러분이 이 시대, 지구상에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무슨 진로를 택하든 잊지 마세요.그 길에 따르는 역경은 여러분을 목적지에 데려다주는 과정입니다”

  캠벨에게서 배울 점이 많다. 다음에는 그가 보는 인재상과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등도 살펴 볼 예정이다. 이를 통해 그가 왜 실리콘밸리에서 전설적인 코치가 되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가 여러분을 더 휼륭한 리더로 성장하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김영헌 /경희대 겸임교수, 前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