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 전 붙잡는 방법이 있다면?
[홍석환의 인사 잘하는 남자] 떠나기 전 붙잡는 방법이 있다면?
이 곳은 제가 더 이상 머물 곳이 아닙니다”

직장생활 3년차인 김주임은 항상 가장 빨리 출근하며 뒤 이어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밝은 인사를 한다. 사무실의 궂은 일은 도맡아 하고, 회사 차원의 봉사활동에 가장 적극적이다. 선배와 상사에게 좋은 평판을 받던 김주임이 퇴직한다고 한다. 팀장은 물론 본부장과 CEO까지 김주임을 만나 설득하였지만, 김주임은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김주임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는 흔한 연봉과 복리후생, 상사와의 갈등이 아닌 성장의 정체에 따른 불안감 때문이다. 인사팀에 발령을 받아 김주임이 담당한 직무는 채용이었다. 2년 동안 김주임이 한 일은 본부 직무를 분석하여 직무 중심형 채용 프로세스 설계이다. 그러나, 막상 채용이 진행될 때는 경영층이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입사지원서를 복사하여 경영층에 전달하고, 가치 중심의 구조화된 면접 질문을 제공했으나, 실제 질문은 본인들이 궁금한 내용들이었다. 평가 직무를 지원했으나, 팀에서 평가직무는 과장급이 해야 하는 직무라 불가하다며 현 채용직무를 계속하라고 했다.

홍길동 사원은 대학도 남들보다 2년 늦게 졸업했고, 대학원을 마치고 입사하여 동기생보다 5살이 더 많은 상태이다. 밝고 주어진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마무리하는 성격으로 주변에서 성실하다는 평을 받아왔다. 3개월의 현장 근무가 끝나고 성실하고 밝은 성격으로 현장관리팀으로 배치되었고, 팀의 멘토로 김차장이 선정되었다. 김차장은 말년 차장으로 혼자 일하는 것을 좋아하고, 신경질적인 면이 있었다. 홍길동 사원과 함께 한 조가 되어 현장 점검과 지도를 하면서, 현장 일을 배우라고 했다. 홍길동 사원은 김차장의 반말, 현장 근로자 앞에서 “이 것도 모르냐? 매뉴얼은 보고 왔냐? 대학에서 뭘 배웠냐?”등의 막말, 일정을 알려주지 않고 갑자기 당일 현장에 가서 점검하고 보고서 작성하라는 등의 배려 없는 지시에 불만이 쌓여 갔다. 처음에는 배운다는 마음으로 참았지만, 지속되는 무시와 말도 안되는 질책에 더 이상 근무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년차 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인사팀 면담에서 홍길동 사원은 퇴직하겠다고 말한다.

마음을 굳힌 직원을 붙잡기는 어렵다”

공인회계사 자격을 갖고 있고, 미국에서 석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 김과장은 재무팀에서 회계, 세무직무를 수행하고 현재 외환과 리스크 관리를 담당하는 우수인재이다. 김과장은 변동 환율 시스템과 회사의 10대 리스크와 대응 시나리오를 만들어 그 해 모범사원으로 선정될 만큼 큰 성과를 창출했다. 타 부서와의 협력도 잘하고, 회사의 행사에는 적극 참여하였으며, 직원을 대상으로 재테크 교육을 담당하여 평판도 매우 좋았다. 이러한 김과장이 A회사로 이직하겠다고 해서 CEO까지 만류하였으나 붙잡을 수 없었다. 회사에서는 우수인재라고 생각했지만, 김과장은 자신의 노력과 성과에 비해 회사가 자신을 인정하고 주는 혜택이 너무나 적다고 생각했다.

회사와 직무에 대한 인정, 자신의 성장에 대한 도전의식과 성취감, 상사와 선배 동료와의 좋은 관계 등 비금전적 요인이 지속적으로 근무하게 하는 요인이다. 이러한 비금전적 요인은 성과급과 특별 복리후생과 같은 금전적 보상과 달리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다. 일단, 구축된 비금전적 보상은 ‘신뢰’가 형성되어 회사와 직무 그리고 관계에 좋은 영향력을 주게 된다. 퇴직 자체를 생각하지 않게 되는 중요한 요인이다.

직원을 붙잡기 위해서는 ‘지금, 사소한 일에 최선을 다하게 하라’

A기업은 정년퇴직이 아니고는 자발적 퇴직이 없다. 이 회사의 특징은 크게 3가지가 있다.

첫째, 아침 인사가 영혼 없는 인사가 아닌 밝다. 손을 마주치거나, 늦게 출근한 사람이 먼저 온 사람에게 반가운 말한마디를 하고 반드시 눈을 보며 인사한다.

둘째, ‘누군가 해야 할 일은 내가 먼저 한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이 회사의 모든 청소는 직원들이 한다. 회사 정문 앞부터 휴지와 더러운 것은 없다. 화장실 세면대에 물기를 찾아볼 수 없다. 사무실 마다 정리 정돈 청결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본 사람이 하고, 항상 후공정을 생각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셋째, 주변 임직원들이 성장을 지향한다. 상사는 올바른 방향과 신속한 의사결정, 공정한 배분뿐 아니라 따뜻한 마음으로 인정해주며 동기부여를 한다. 모든 임직원이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은 기본이고, 좋은 자료와 정보가 있으면 공유한다. 회사 제안제도에 월 평균 5건 가까이 제안을 하며, 누군가 도와 달라고 하면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내어 도움을 준다. 직원들은 출근해 서로에게 배울 점이 많아 즐겁다고 한다.

길고 멀리 보며 자신을 성장시켜가는 것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긴급하고 중요한 일에 성과를 내기도 하지만, 매일 자신에게 주어진 사소하고 일상적인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직원들이 자신의 하는 일의 의미를 알고, 매일 하는 일을 즐거워하며 웃음이 있다면, 조직과 사람 간의 신뢰가 있다면, 성장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퇴직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홍석환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홍석환의 HR 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