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행복 쿠폰이 도착했습니다!
<프롤로그>
어릴 적 즐겨보던 데쓰카 오사무의 만화영화<우주소년 아톰, 1963>에서 과학청장관 텐마 박사는 사고로 잃은 아들을 대신해 개발한 아톰이라는 로봇을 만든다. 아톰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서 고민하고 미래 사회에서도 결국 사랑, 우정, 헌신과 같은 인간적이고 기본적인 가치만이 희망이라는 생각을 보여준다. 이 영화를 연상시키는 영화<에이 아이(Artificial. Intelligence), 2001>는 아들이 식물인간이 되자 대신해 입양한 AI 로봇을 실제 아들이 깨어나자 버리게 되지만, 그 AI 로봇은 엄마의 정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다가 결국 천사의 도움으로 소망을 이루게 된다. 우리는 눈만 뜨면 당연히 내일이 찾아온다는 생각에  오늘 하루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가고 있지만, AI에게 찾아온 마지막 행운은 엄마와의 단 하루 동안의 시간이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마지막 선물처럼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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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줄거리 요약>
어느 날 하비 박사는 감정이 있는 로봇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후, 계획에 따라 로봇 회사 ‘사이버 트로닉스사’를 통해 감정을 가진 최초의 인조인간 데이빗(할리 조엘 오스먼트 분)을 탄생시킨다. 인간을 사랑하게끔 프로그래밍이 된 최초의 로봇 소년 데이빗은, 친아들 마틴이 불치병에 걸쳐 치료 약이 개발될 때까지 냉동된 상태로 있던 스윈튼 부부에게 입양되어 그들 부부의 아들 역할을 하며 인간사회에 적응해간다. 스윈튼 부부를 부모로 여기던 데이빗은 어는 날 친아들 마틴이 퇴원하면서 사사건건 문제가 발생하자 제조사로 반품하려던 양부모는 데이빗이 폐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근처 숲에 버리고 만다. 하지만 엄마가 들려준 피노키오 동화를 떠올리며 진짜 인간이 되면 잃어버린 엄마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 데이빗은 자신의 장난감이자 친구이며 보호자인 슈퍼로봇 테디 베어를 데리고 여행을 떠난다. 도중에 만난 살인 누명을 쓴 연애 로봇 지골로 조(주드 로 분)가 데이빗과 동행하고 두 인공지능은 로봇 사냥꾼의 추적을 피해 수몰된 세상의 끝 맨해튼까지 찾아가지만 이미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지구의 모든 생명은 멸종한 상태이다. 이때 초능력을 가진 외계 생명체는 엄마인 모니카(프란시스 오코너 분)를 찾아 헤매는 데이빗의 아름다운 소원을 이루어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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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 포인트>
A. 주인공 데이빗이 간절히 바라던 것은?
인간 부모에 입양된 데이빗은 엄마가 읽어준 동화책에서 나무 인형 피노키오가 착한 일을 통해 인간 소년으로 다시 태어났듯이 자신도 그렇게 되길 푸른 요정에게 간절히 기도한다(Please, please make me a real boy). 2000년이 지나 외계인에 의해 깨어나고 외계인들은 인간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데이빗을 특별하게 생각하며 그의 기억을 읽고 그가 간절히 원했던 소원 속 푸른 요정을 만들어 내어 그의 소원을 들어준다.

B. 데이빗의 양부모가 자신을 버리려 하자 절규한 말은?
냉동인간이었던 진짜 아들이 살아 돌아와서 사사건건 데이빗과 문제를 일으키자, 양부모는 데이빗을 로봇 처리장에 버리려 한다. 이를 눈치챈 데이빗은 “진짜가 아니어서 미안해요, 엄마! 제발 날 버리지 말아요”라고 호소하지만, 엄마는 손에 약간의 돈을 쥐여주고 도망치듯 떠나고 만다. 이 장면에서 반려견이 귀찮아지면 버리는 인간의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C. 로봇 파괴 쇼(Flesh Fair)란?
버려진 로봇을 파괴하며 인간으로서의 우월감을 즐기는 잔혹한 로봇 분해 쇼로, 마치 과거 로마 시대 원형경기장에서 시민들이 검투사들의 사투를 즐기는 모습을 느끼게 한다. 이 도살장 쇼에서 파괴될 로봇으로 선정된 데이빗은 너무나도 인간 아이 같아서 주최 측을 성토하는 관중들에 의해 구조된다. 로봇 쇼는 어떻게 보면 탐욕과 열등감에 가득 찬 인간들이 자신들보다 더 지적이고 우월한 로봇들에게 복수하는 파괴적 쇼이기도 하다.

D. 외계 생명체가 들어준 소원은?
“저를 인간으로 만들어 주세요. 엄마가 나를 사랑하고 함께 살 수 있게요.”라며 진짜 소년이 되어 오롯이 엄마의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데이빗의 간절한 마음에 외계인은 “난 인간이 영혼이라는 걸 갖고 있어서 부럽단다.”라며 마침 어릴 적 장난으로 잘라둔 엄마의 머리카락을 복제하여 사람으로 환생시켜준다. 하지만 이 마법은 단 하루 24시간만 살릴 수 있기에 데이빗은 엄마가 좋아하는 커피를 끓여주고, 테디 베어와 셋이서 숨바꼭질도 하고, 생일파티도 하며 마치 하루를 영원처럼 행복하게 보낸다. 엄마는 오늘이 며칠이냐고 묻자, “오늘은 오늘이에요(Today is today)”라며 하루 동안의 행복을 후회 없이 온전히 보내려 한다.

E. 데이빗이 푸른 요정을 찾아 나선 긴 여정은?
지골로 조의 도움으로 피노키오를 소년으로 만들어 주었다던 푸른 천사를 찾아 헤매게 된다. 척척박사인 AI 박사가 얘기해준 “세계의 끝, 사자가 눈물을 흘리는 곳에 가면 진짜 사람이 될 수 있다”라는 말을 듣고 맨해튼으로 찾아가 물에 잠긴 놀이동산의 푸른 요정의 동상을 보게 된다. 도움을 주던 지골로 조는 결국 로봇 사냥꾼에 잡혀가며 “나는 존재해, 나는 존재했었어”라며 데이빗에게 외친다. 이 장면은 <블레이드 러너>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로봇들이 들고 다니던 가족사진과, 유일하게 자신을 기억하는 형사를 죽이지 않고 살려둠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기억하게 하려는 서글픈 장면이 연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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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로봇공학의 발전은 AI의 급속한 진화를 통해 어느 순간 인간의 감정까지 보유한 수준의 로봇까지 만들어 낼 것이다. 현대 사회 속에서 점차 비혼, 비출산이 보편화하면서 AI는 새로운 가족 형태로 자리 잡게 된다. 영화<에이 아이>에서 인간이 로봇을 사랑이 필요할 때만 데리고 있다가 필요 없으면 로봇 처리장에 가져다 버리는 일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마치 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는 편의적 욕구를 보여준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한, 인간이 끝없이 추구하는 소유와 집착의 사랑이 얼마나 탐욕적인지도 생각해보게 한다. 주인공 데이빗처럼 하루 동안 엄마와의 행복이 영원한 소원이 될 수 있는 그런 소중한 선물 같은 나날을 만들어가길 기대해 봅니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