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태양이 그를 죽였다!
<프롤로그>
여름의 이글거리는 태양은 사람의 몸과 마음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이성은 항상 차갑게 유지될 수만은 없듯이 충동적 행동은 감정이 뜨거워질 때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영화<태양은 가득히(Purple Noon), 1960>에서 가난하지만, 야심과 뜨거운 눈동자를 가진 주인공은 부자 친구의 무시와 홀대가 계속되자 우발적으로 그를 살해하고 그가 가진 것을 빼앗아 청춘의 욕망을 채우려 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결국 비극적인 결말이 맞이하고 만다. 삶을 살아가면서 많은 시험과 유혹에 처할 때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헤쳐나가기는 쉽지 않지만, 마음의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뚜렷한 삶의 목표를 향해 묵묵히 항해해 나가야 한다.  또한, 슬기롭게  젊은 시절을 보낸 멘토들이 청춘들을 잘 리더하고 삶에 대한 소중한 가치관을 코칭해 주어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는 소방수, 경찰관, 군인 등 오랫동안 현장에서 역경을 극복하고  성공적인 인생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은퇴 후 젊은이들을 위한 라이프 코칭(Life Coaching)을 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도 시니어들의 성공 경험을 젊은 세대들에게 연결하는 희망의 사다리 역할이 작동하면 젊은 날의 뜨거운 쇠를 지혜롭게 담금질하여 멋진 도구로 재 탄생할수 있는 계기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태양이 그를 죽였다!
<영화 줄거리 요약>
청년 톰 리플리(알랭 들롱 분)는 고등학교 동창이자 부잣집 외아들 필립(모리스 로넷 분)의 아버지로부터 그림 공부를 하러 로마에 간 필립이 공부는 하지 않고 빈둥대고 놀면서 귀국하지 않자, 그를 잡아 샌프란시스코로 데려오면 5천 달러를 받기로 약속한다. 학창 시절부터 필립에게 항시 괄시를 받아온 톰은 필립을 만나 하인 노릇을 하면서 필립을 따라다니고, 필립은 톰을 멸시하면서도 자신의 비위를 잘 맞추니까 데리고 다녔다. 둘은 요트를 타고 어촌 몬지베로에서 나폴리로 와 필립의 파리 애인 마르쥬(마리 라포넷 분)를 태우고 항해를 즐긴다. 필립은 톰이 두 사람의 방해물이라 생각해 인간 이하의 취급을 하는가 하면 그가 보는 앞에서 애인과 사랑의 행각을 하는 등 톰을 자극한다.

어느 날 필립은 사소한 시비 끝에 톰을 구명보트에 매달고 달리다, 매어둔 줄이 풀리는 바람에 햇볕에 톰은 심한 화상을 입게 된다. 필립에 대한 톰의 콤플렉스는 점점 무서운 증오로 변하고 필립은 이런 톰을 떠보기 위해 여러 가지 질문을 한다. 이에 톰은 필립에게 직접 그를 죽인 뒤 서명과 필립의 타자기를 이용해 재산을 가로챌 수 있다며 엄포를 놓는다. 밤에 톰은 다른 여자의 귀걸이를 몰래 필립의 옷 속에 집어넣고, 결국 이것이 화근이 되어 필립과 마르쥬는 심하게 다툰 뒤 마르쥬가 배에서 내려버린다. 그리고 파도가 치는 날 포커를 치면서 톰은 수표에 쓰일 서명과 타자기를 이용해 모든 것을 가로챌 수 있다는 말에 격분한 필립을 죽이고 만다. 톰은 필립의 시체를 우의에 싼 다음 와이어에 묶어 바닷속에 던진다. 이후 필립의 신분증명서를 위조하고 그의 서명도 똑같이 쓸 수 있게 연습하고 목소리까지 똑같이 흉내 내며 재산을 차지하고 슬픔에 쌓인 마르쥬의 마음도 훔치게 된다. 하지만 요트에 딸려온 필립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그의 달콤한 순간도 막을 내리게 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태양이 그를 죽였다!
<관전 포인트>
A. 친구를 살해한 후 재산을 가로채기 위한 시도는?
필립의 여권 사진에 자신의 사진을 붙이고, 영사기를 이용하여 필립의 수표 서명을 연습하여 완벽하게 숙달한다. 목소리 변조와 타자기로 필립이 쓴 가짜 편지를 들고 마르쥬를 만나기도 한다. 자신을 의심하던 필립의 친구 프레디를 살해한 후 타자기로, 사랑하는 마즈쥬에게 전 재산을 남긴다는 필립의 가짜 유언장까지 작성하여 경찰의 추적을 피하게 된다.

B. 영화에서 젊은이의 야망과 애수를 극적으로 표현한 것은?
<길, 1954>, <로미오와 줄리엣, 1968>, <대부, 1972> 등 영화음악의 대가 ‘니노 로타(Nino Rota)’의 유명한 주제곡과 함께 앙리 도카에의 카메라는 지중해와 나폴리 근교의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바다와 뜨겁게 내려 쬐는 태양을 아름답고 리얼하게 포착하고 있다. 특히 알랭 들롱의 차갑고도 깊은 눈빛 연기는 젊은이의 욕망과 애수를 보여준다.

C. 알랭 들롱은 어떤 배우인가?
프랑스 세기의 미남 배우 알랭 들롱(Alain Delon)은 <태양은 가득히>에서 큰 성공을 거둔 이후 프렌치 누아르(noir: 암흑가를 다룬 영화) 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태양은 외로워, 1962>, <아듀 라미, 1968>, <볼사리노, 1968>, <볼사리노, 1970>, <암흑가의 두 사람, 1973>, <조로, 1974>, <루지탕, 1975> 등 많은 영화에서 활약했다.

D. 부당하게 얻어진 행복은 짧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은?
친구의 재산과 애인까지 얻은 톰은 바다가 보이는 해변에 누워서 휴식을 즐긴다. 이에 웨이터가 다가와 불편한 것은 없냐고 묻자 “ 햇살이 눈부실 뿐이에요, 그것 빼고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라고 행복에 가득차서 대답하지만, 곧이어 자신이 살해한 친구의 시신이 요트에 매달려 해변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그의 행복은 막을 내리게 된다.

E. 이 영화를 리메이크한 영화는?
앤서니 밍겔라 감독의 <리플리(The Talented Mr. Repley), 1999> 작으로
맷 데이먼, 주드 로, 기네스 펠트로가 주연을 맡았다. 뉴욕의 밑바닥 인생에서 상류사회를 갈구하던 주인공은 어떤 계기에 마치 자신도 상류사회의 일원이 된듯한 착각에 빠지고 그것을 이어가기 위해 치명적인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태양이 그를 죽였다!
<에필로그>
이 영화를 보면서 알제리의 실존주의 문학 작가 ‘알베르 카뮈’의 소설<이방인, 1942>이 떠오른다. 친구를 찔렀던 아랍인을 우연히 마주치고, 그가 꺼내는 칼의 강렬한 빛에 자극을 받아 자신도 모르게 품에 있던 권총의 방아쇠를 당긴 청년 뫼르소의 우발적 살인 후 세상에서 ‘이방인’이 되어 버린다는 이야기다. 영화<태양은 가득히>에서 일확천금의 유혹에 빠진 삶은 허구와 어리석음으로 가득 차 보일 순 있지만, 이는 현재를 살아가는 현대인들 역시 알 수 없는 삶의 종착지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과 닮아있다. 질풍노도의 젊음은 욕망, 사랑, 탐욕, 증오에 쉽게 탐닉하여 자칫하면 리플리 증후군과 같이 반사회적 치명적인 인격장애에 빠질 수도 있는 시기이다. 그런 시기를 하나씩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면서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데는 많은 성찰과 삶의 진실된 체험 그리고 여행과 지식의 탐구가 필요하다.

[리플리 증후군: 거짓말이 탄로 날까 봐 불안해하는 일반인과 달리 사회적 합의에 이른 사실을 부정하고 자신이 하는 거짓말을 완전한 진실로 믿고 이로 인해 타인에게 심각한 금전적, 정신적 피해를 줄 위험이 높은 반사회적 인격 장애]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