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근영의 팬데믹 극복 토파보기] 코로나19와 새옹지마
아주 옛날 중국 북방 요새 근처에 사는 노인에게 좋은 말(馬)이 한 마리 있었다.

그 노인은 요즘으로 치면 역술가에 해당되는 점쟁이 노인이었으며 현명하고 세상사에 밝았다.

어느 날 그 노인의 아끼던 말이 북방 오랑캐 쪽으로 달아나 버렸다. 사람들은 노인이 큰 손실을 보았다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노인은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에게 “괜찮습니다. 누가 압니까? 이 일이 복(福)이 될지?”라고 얘기했지요. 사람들은 노인이 이상한 소리를 한다고 드디어 노망이 들었다고 수군거렸다.

그러나 몇 달 후 도망갔던 그 말이 튼실한 암말을 한 마리 데리고 돌아 왔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노인네가 수지 맞았다고 좋아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노인은 “누가 압니까? 이 일이 화(禍)가 될지?”라고 얘기했다.

사람들은 도통 이해를 못하는 표정으로 의아해 했지만, 며칠 후 그 말을 타던 노인 아들이 낙마하여 다리가 부러져 절름발이가 되었다. 사람들은 거참 그 노인네 신통하네 하고 수군대며 아들의 다리가 크게 다친 것에 대하여 노인을 위로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노인은 “누가 압니까? 이 일이 복(福)이 될지?”라고 담담하게 얘기했다. 사람들은 아무리 노인네가 신통 방통한 점쟁이지만 아들이 병신이 되었는데 복이라니? 하며 의아해 했다.

그런데 그 이듬해 수십 년 만에 이웃나라와 큰 전쟁이 나면서 그 마을 장정들은 한 명도 빼지 않고 모두 군인으로 징발되어 전장으로 끌려 나가 모두 사망했다.

결국 노인의 아들은 절름발이라는 이유로 군인으로 징발되는 것을 면하여 오래오래 살았다고 하는데, 이 얘기가 이른바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고사성어의 기원이며 우리가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많이 사용한다.

최근 미증유의 코로나19사태로 많은 기업은 물론 일반인들까지 힘들어 하는 분들이 많다.

예상치 못한 재난으로 평소 최고의 직장으로 부러움을 받던 항공사 임직원들은 급여를 몇 달씩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고,

잘 나가던 제조회사들은 넘쳐나는 재고로 속을 썩이며, 반면에 언텍트 관련 비즈니스를 준비해 놓은 기업들은 밀려드는 주문에 표정관리가 신경 쓰일 정도라고 한다.

주변을 돌아봐도 손님이 형편없이 줄어든 식당이 종업원을 전원 해고하고 가족이 총동원되어 연명하는 식당이 있는가 하면, 골프장과 인테리어 기업들은 즐거운 비명을 울리고 있다고 한다.

골프장의 경우, 대부분 7월말까지 부킹이 꽉 찬 것은 물론 골프 회원권 가격도 천정부지로 뛰어 올랐고, 일부 인테리어 업체들은 코로나19 특수로 여기 저기 투명 칸막이 설치는 물론 언택트에 맞게 사무실이나 상점의 인테리어를 고치려는 주문이 몰려 한꺼번에 5~6개나 되는 공사현장을 오가며 바쁜 비명을 지르고 있고,

일단 사람이 모여야 헌금도 들어오고 매출이 발생하는 종교 단체나 교육사업체, 그리고 전시, 여행, 컨벤션 (MICE) 사업체들은 죽을 맛이다.

그러나 ‘인생은 새옹지마’다.

지금의 위기가 오히려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사업체의 체질을 바꾸는 구조조정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지금 반짝 특수로 잘 나가는 기업도 언제 어느 때 위기가 올지 아무도 모른다.

필자의 한 지인이 경영하는 스타트업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한 투자자의 투자유치 철회 요구로 사업 기반이 초토화가 되었다고 한다.

교육 사업을 준비해서 막 시작하려는 찰나에 터진 코로나19로 인해 1년 가까이 준비해온 교육 사업은 아예 수강생 모집이 불가능할 정도로 차질이 생기며 사업 전체가 불투명해졌고,

매출이 극도로 부진해지자, 투자자 중 한곳에서 투자 과정의 문제를 이유로 투자대금 회수를 요구하며 회사 대표와 임직원들을 압박하는 일이 벌어졌다.

결국 이를 견디다 못한 창업멤버 중 상당수가 이탈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서 순식간에 사업 기반이 흔들린 스타트업의 남은 임직원들은 망연자실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투자자의 투자 철회 요구가 회사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작용하면서 일부 결속력이 낮은 조직원들로 하여금 스스로 회사를 떠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결국 투자자의 압박은 역설적으로  회사의 생존과 재 도전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팬데믹에 의한 새옹지마의 전형적인 사례다.

마찬가지다.

코로나19로 인해 위기가 닥쳐오자 위기감과 어려움에 일부 직원의 구조조정 등 사업의 재 정비는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이겠지만,

어떻게보면 팬테믹을 핑게로 부진했지만 그동안 매몰비용에 의한 미련으로 억지로 끌고오던 사업, 그럭저럭 비용 충당이 가능했기에 미래 비젼이 불투명하지만 그럭 저럭 끌고오던 사업에 대한

냉정한 판단과 결단을 요구받는 기회가 되면서 오히려 과감하게 부진 사업과 비젼이 불확실한 사업부를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펜데믹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투입하는 노력과 시간은 훗날 그 결과가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는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당장 힘들다고 또 극복하기 어렵다는 핑계로 주력 사업이나 사업 전체를 포기하거나 좌절하는 짓은 어리석은 일이다.

지금은 ‘새옹지마의 역설’을 되씹으며 좌절에서 벗어나 화를 기회로 바꾸는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하는 시기다.





신근영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