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헌의 마중물] 리더가 일터에서 가장 바라는 것은?
 얼마 전  A임원과 코칭대화 중 “조직생활에서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요?”라고 질문했다. 그는 맡은 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면서 조직에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그동안 조직생활하면서 상사로부터 배우고 느낀 것이 있는데 상사에는 두 가지 부류가 있다고 했다. 하나는 업무중심으로 성과를 내는데, 선(線)이 굵고 조직구성원에 대해서는 호불호(好不好)가 있어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더러는 상처 받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조직구성원에 싫은 소리 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잘해주는 상사인데 업무성과는 그다지 탁월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전자에 속한다고 했다. 그는 임원이 되기 전까지 어떤 일이라도 본인이 주도적으로 해야 직성이 풀리고, 일 자체로 승부를 걸어 직속 상사과 CEO로부터 탁월한 성과를 인정을 받아 임원으로 승진했다고 한다. 이제 임원이 되고 보니 모든 일을 직접 할 수도 없고, 조직구성원을 어떻게 동기부여 해 함께 가느냐가 관건이라 했다.

  여기서 리더십에 대한 연구과정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20세기 초 리더십 연구자들은 리더가 갖춰야 하는 특성이나 자질(traits)을 찾는 데 집중했다. 특히 1,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군(軍)의 관심은 어떤 자질이나 특성을 갖은 리더를 전장에 내보내야 승리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신체적, 성격적, 사회적 특성과 능력, 기술 등이다.전후(戰後) 기업에서도 리더의 특성을 찾고 측정하여 이를 리더십 성과와 관계를 살펴보는데 중점을 두었는데, 이러한 관점을 리더십의 <특성이론>이라고 한다.

  그러나 리더에 초점이 있는 <특성이론>은 조직의 상황, 조직의 목표, 직무 특성, 조직구성원의 특성 등 상황 변수에 따라 리더십의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연구되기 시작했다. 1947년 리커트를 중심으로 한 미시간 대학 연구팀은 리더십 스타일을 직무 중심형과 조직원 중심형으로 나누고 어느 스타일이 더 효과적인가 연구했다. 중요한 것은 직무 중심형과 조직원 중심형을 동일 차원의 양극단으로 보고 연구했고, 결국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어 1950년대 스톡딜의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리더십 연구팀은 리더십 스타일을 구조주도(Initiating Structure)와 배려(Consideration) 두 개의 차원으로 연구했다. 과연 구조주도와 배려행위 중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이었을까? 연구 결과 가장 효과적인 리더는 높은 구조주도와 높은 배려 행위를 동시에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블레이크와 무튼은 생산에 대한 관심과 인간에 대한 관심으로 1에서 9까지 각각 9등분해 소위 무관심형(1.1)에서 팀형(9.9)까지 다섯 가지 유형으로 관리격자(Management Grid) 프로그램을 만들어 팀형 리더가 되도록 리더십 향상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 후 피들러의 리더십 상황모델, 허시와 블랜차드의 상황적 리더십이론 등으로 발전됐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리더는 조직의 목표달성과 조직구성원과 관계증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허시와 블랜차드가 강조한 것처럼 조직구성원의 능력의 높고 낮음,의지의 높고 낮음에 따른 네 가지 상항에 맞게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시사점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다시 A 임원과 대화 상황으로 돌아와서 그에게 리더십을 어떻게 발휘하고 싶은가? 물었다. 그는 지금까지 업무중심적인 성향으로 리더십을 발휘하였지만 이제 두 마리 토기를 잡고 싶다고 했다.이 조직을 떠날 때 어떤 경영자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물었다. 그는 <그 사람이 있어 그 조직이 잘 돌아갔다>고 조직구성원들에게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이제부터는 조직구성원의 관점에서 업무를 추진하고, 그들을 육성하여 자신보다 나은 인재로 성장시키고자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지금까지 본인이 너무 주도적으로 움직였는데 이제는 조직구성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며, 자율성 보장과 권한을 과감히 위임하겠다고 했다. 그리하여 조직구성원이 스스로 생각하며 일하는 조직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 조직구성원은 자아실현의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관점 전환을 이루어 낸 휼륭한 경영자임을 느낄 수 있었다.

  코칭 대화를 마치면서 <매멘코> 모자를 쓰시면 어떨까요? 요청했다. 조직의 목표달성과 조직구성원과 관계증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면 리더는 상황에 맞게 매니지먼트, 멘토링, 코칭의 모자를 번갈아 써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업무 추진상 매니지먼트, 멘토링은 익숙하게 잘 해 왔는데, 이제부터 추가 할 것은 리더가 조직구성원을 존중하고 그들의 무한한 잠재력을 믿고 질문 경청 피드백 등을 통한 코칭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다.  

<김영헌 / 경희대 겸임교수, 前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