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화의 무역인문학] 코로나이후 GVC(글로벌 밸류체인)은 동유럽과 동남아 위주로 재편된다
![[홍재화의 무역인문학] 코로나이후 GVC(글로벌 밸류체인)은 동유럽과 동남아 위주로 재편된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3/0Q.25814492.1.png)
1990년 이후로 중국 이외 국가의 경제 성장국가를 보기 힘들었던 이유 중의 하나가 중국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만이 쌓여 미중 무역분쟁이 시작되었고, 코로나19는 중국 중심의 GVC(글로벌 밸류체인 – 글로벌 가치사슬)의 재구성에 불을 당겼다. GVC란 두 개 이상의 국가가 참여하는 생산 네트워크이다. GVC는 1990년대 공산 경제권의 몰락과 중국의 자유 자본주의 시장경제 참여 이후 세계 무역의 성장세를 이끌어 왔다. 더불어 세계 경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GVC의 규모가 클 수 있었던 주요 요인 중의 하나는 한 번에 1-2만개의 컨테이너를 저렴한 가격에 운송할 수 있는 해상운송 시스템의 혁신도 단단히 한 몫하였다. 원격지 국가 간의 운송비 하락은 중간재 무역의 증가를 주도하였다. 만일 중간재의 이동이 불가능하였다면 하나의 상품을 생산하는데 여러 국가가 관여할 수 없다. 특히 최근에는 GVC를 지속 가능한 발전과 개발 협력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세계은행, 아시아 개발은행(ADB) 등을 비롯한 다자개발 은행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관은 개도국 스스로 지속 가능한 발(Sustainable development)의 토대들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산업 정책, 거시 경제 안정화 정책 등과 같은 경제 발전 경험을 공유하거나, 무역을 통해 경제 발전을 지원하는 ‘무역을 위한 원조 (Aid for trade) 프로젝트들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러한 원조는 단순히 개도국의 수출 규모 확대에만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해당 수출의 질, 즉 부가가치 관점에서 수출의 내용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들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런 프로젝트가 늘어날수록 중국 대체 국가, 생산 기지는 늘어난다. 예를 들어 현재는 청바지를 생산하는데도 인도부터 시작하여 파키스탄 중국 한국 등 여러 국가의 원부자재와 염색 등을 합쳐서 중국 또는 한국에서 최종 제품을 만든다. 해상 운송비의 극적인 하락에 힘입어 생산비가 최적화된 여러 나라에서 부품을 들여와 조립하는 것이 한 나라에서 모든 부품을 생산하여 조립하는 것보다 저렴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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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교체할 대체 투자 지역으로는 유럽과 동남아시아로 쏠리고 있다. 한국 기업의 진출 형태를 보면 동유럽은 생산기지(유럽 진출 韓생산법인의 90%), 서유럽은 마케팅 거점(유럽 진출 韓판매법인의 59%, 연락 사무소의 69%) 중심이다. 우리나라의 최근 5개년 대(對)유럽 직접투자는 서유럽에 편중되어 있으나, 동유럽의 차지 비중은 점차 증가세이며, 남유럽은 점차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신흥 동유럽권 (발칸국)이 한국 기업의 생산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아세안 시장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경제적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외국인 투자 유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대아세안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액은 중국의 절반 규모에 불과하였으나, 이후 중국을 추월하며 2018년 1,486억 달러로 세계 총투자의 11.5%를 차지하였다. 한국의 대아세안 직접투자액은 2010년 이후 증가세를 보이며, 진출 기업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아세안 직접투자의 목적도 과거 저임금 활용, 자원개발 등에서 최근 현지 시장 진출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0여 년 동안 중국이 독차지했던 세계화의 공고한 위치가 일시에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대안 국가들이 품목별로 상당 부분 잠식할 것은 분명하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의 주도권 다툼이 거세지면서 향후 gvc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압력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중국이 gvc참여를 줄이고 자국 내 분업, 일명 ‘홍색 공급망’ 비율을 높인다면 이미 중국과 상당한 분업관계를 형성한 다수의 동아시아 국가들은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중국이 미구의 요구를 수용해 자국 시장과 제도 개방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인다면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중국이 자국 시장을 개방할 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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