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적과 아군의 식별법!
<프롤로그>
일상을 살아가면서 적과 아군을 잘 구별해야 지뢰를 밟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적과 아군을 이분법으로만 확정하기는 어렵다. 자신과 잘 통하고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으면 아군, 다른 생각과 철학을 가지고 있으면 적군이라는 생각은 큰 착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영화<굿모닝 베트남(Good morning, Vietnam), 1987>에서 야전방송국 DJ인 주인공이 타국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적과 아군은 삶 속에 복잡하게 섞여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 코로나바이러스는 전 인류의 적임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코로나를 통해 인류는 그동안 반복하던 이기적 관계를 반성하고 서로 협조하게 되고, 공해로 찌든 하늘이 맑게 변해가는 점에서 아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만일 당신에게 쓴소리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을 구해줄 진정한 아군일 수 있다고 생각해봐야 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적과 아군의 식별법!
<영화 줄거리 요약>
사이공의 야전 방송국 DJ로 전입해 온 에드리언 크로나워(로빈 윌리엄스 분)는 첫날부터 상부의 통제를 따르지 않고 그만의 자유롭고 독특한 방식으로 풍자와 코미디를 버무려 라디오방송을 진행하자, 뜨거운 정글에서 전쟁에 지쳐있던 병사들은 큰 활기를 얻게 된다. 하지만 그의 직속 상사인 딕커슨 특무상사와 정훈장교 호크 소위는 엄청난 거부감을 가지고 그를 예의주시한다. 한편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베트남 여인에게 호감을 느낀 에드리언은 그녀에게 접근하기 위해 마을 영어교실의 강사로 참여하고 그녀의 남동생 투안과도 친해진다. 어느 날 미군클럽 술집에 갔던 그는 투안의 도움으로 테러의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다른 미군들이 사망하는 현장을 목격하고 흥분한 나머지 방송국으로 돌아와 검열되지 않은 폭탄테러 사건을 실시간 뉴스로 방송하다가 결국 DJ 자리에서 쫓겨난다. 얼마간의 근신 기간 중 그는 투안의 배려로 베트남 주민들이 사는 농경에서 지내며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에드리언을 따르던 가릭일병(포레스트 휘태커 분)의 노력으로  다시 복직이 허용되지만, 자신의 입에 재갈을 물린 방송 정책에 회의감을 가져 방송 복귀를 거부한다. 하지만 가릭 일병은 그를 태우고 가던 길에서 미군들을 태운 트럭이 고장 난 차로 인해 잠시 멈춘 사이에, 전설적인 에드리언을 소개하고 그를 사랑하는 병사들의 환호 속에 다시 마이크를 잡을 용기를 준다. 하지만 그가 아끼던 베트남 친구 투안이 베트남의 게릴라 부대인 베트콩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그는 적을 친구로 둔 협의로 안타깝게도 베트남을 떠나야만 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적과 아군의 식별법!
<관전 포인트>
A. DJ 에드리언은 어떻게 베트남으로 전입해 오게 되었나?
사이공의 야전부대장 테일러 장군은 과거, 크레타섬에서 에드리언이 진행하던 쇼를 보고 웃다가 심장마비에 걸릴뻔한 좋은 인상을 느끼고 있었고, 베트남에서  잔혹한 전투와 테러에 찌든 병사들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 그리스 크레타섬에 근무하던 에드리언을 DJ로 불러오게 된다.

B. 특무상사 딕커슨은 어떤 사람인가?
특무상사 딕커슨은 특공대 엘리트들을 지휘하던 융통성이 없는 군인이며 전립선질환으로 이곳 사이공 후방부대에 오게 되었다. 그는 에드리언에게 “ 난 네 스타일, 정치신념, 유머 감각, 네 말 하는 방법과 내용이 싫다”며 자유분방한 에드리언을 못마땅하게 여겨 사사건건 트집을 잡다가 결국 < 전선의 군인들을 인터뷰하는 프로그램> 진행에 에드리언이 진행자로 간다는 말을 듣고, 이미 베트콩에게 넘어간 위험한 지역임을 알면서도 ‘안락’지역으로 에드리언을 보내서 제거하려고 시도하는 미치광이같은 인물이다. 에드리언과  가릭일병은 베트콩의 공격을 받고 지프가 전복되었지만, 베트남 친구 투안의 도움으로 미군 헬리콥터 편으로 사지에서 간신히 살아 돌아오게 된다.

C. 에드리언이 첫눈에 반한 베트남 여인은?
에드리언은 사이공 도착 첫날부터 반한 베트남 여인 트린의 마음을 얻기 위해 베트남 시민들을 위한 마을 영어교실의 강사로 합류하여 트린의 동생과도 친해지고 마을주민들과도 각별해 지지만, 트린은 자신의 조국을 짓밟은 미국인과는 결코 사랑할 수 없다는 강한 신념으로 결국 이별을 맞게 된다.

D. 사이공에서 가장 친했던 투안과의 특별한 관계는?
영어교실에서 만남 트린의 동생 투안과는 상당히 친한 친구로 발전하게 된다. 하지만 어느 날 자주 가던 미군 전용 술집’지미와’ 술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던 에드리언을 찾아온 투안은 다짜고짜 그를 데리고 나가고, 연이어 그 술집은 베트콩에 의해 폭탄 테러를 당해 미군 2명이 죽고 여러 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다. 나중에 투안이 베트콩이라는 것을 알고 분노한 에드리언이 그를 향해 “넌 내 친구였어, 난 널 믿었어. 그런데 내 가장 친한 친구는 적이었어!”라고 절규하자, 트린은 “적이 뭐죠? 당신들은 먼 길을 와서 내 동포들을 죽였어요, 우리가 아니라 당신들이 적이에요, 당신들 눈엔 우린 인간이 아니라 쬐그만 적일 뿐이죠, 그런데 난 어리석게도 당신을 구해줬죠”라며 입장에 따라 적의 개념이 다르다는 것을 통렬하게 알려준다.

E. 에드리언이 사이공을 떠나면서 남긴 것은?
@소프트볼 게임: 그동안 영어교실의 베트남인들이 가르쳐 달라던 소프트볼을 마지막으로 가르치기 위해 공대신 열대과일인 자몽을 활용하여 마지막으로 학생들과 즐겁게 소프트볼 게임을 하며 그들에게 좋은 추억을 선사한다.
@마지막 방송녹음: 에드리언은 동료인 가릭일병에게 자신의 마지막 방송이 녹음된 테이프를 주며 자신의 방송을 사랑하던 전선의 병사들에게 특유의 풍자와 재미를 더한 ‘굿바이 베트남 편’을 선물한다. 그 내용에는 “국내나 국외에 제대로 된 일은 미군이 한 일이 아니죠”라며 검열관을 통과하지 않은 신랄한 내용을 흘려보내기도 한다.

F. 테일러 장군이 내린 마지막 결정은?
특무상사 딕커슨의 집요한 모함으로 결국 에드리언이 떠나게 되자, 테일러 장군은 딕커슨 상사에게 “난 자네가 좀 미친 것 같아 여태껏 데리고 있었는데 자넨 미친 게 아니라 잔인해 이곳은 수술실이 아니라 방송국이야”라며 융통성도 인간미도 없는 그를 괌으로 전출 시켜 버린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적과 아군의 식별법!
<에필로그>
영화<굿모닝 베트남>에서는 정치적 이념 때문에 시작된 전쟁에서 서로 아무 적개심이 없는 사람에게 총을 쏘고 살인을 해야 하는 인간의 무모함을 느끼게 된다. 그런 전쟁에는 흑백논리로 가득한 국가 최고 지도자들의 이기심과 그를 추종하는 부하들이 명령 복종을 통한 개인적 성공 욕구 충족이  동시에 작동하는지도 모른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히틀러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전세가 불리해지자, 퇴각하면서 지역 사령관 콜티츠 중장에게 파리의 노트르담 사원, 루브르 박물관, 나폴레옹의 앵발리드 기념관 등 모든 문화재를 폭파하라고 지시하고 독일로 돌아간 뒤에도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라고 폭파를 재촉했지만, 사령관인 콜티츠는 인류의 가장 숭고한 문화유산을 불태우지 않고 연합군에게 고스란히 물려주는 용기를 발휘하였다. 그는 진정한 적이 누구인지 양심의 소리로 알아낸 것이다. 어제의 적은 오늘의 친구가 되는 것이 역사에서 보여주듯이 영원한 적은 없다. 오늘 우리가 혐오하는 적을 공생의 친구로 만들 수 있는 해법은 없는지 고민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