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금융과 인도네시아는 만년 유망주이다.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얘기는 한참 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흔한 말로 ‘포텐셜’이 터지는 날은 좀처럼 오지 않고 있다. 사실 그 날이 언제일지 전망하기도 쉽지 않다. 이들의 잠재력을 믿고 자원과 시간을 투자하고 희망고문에 시달리는 기관이나 개인들도 많을 것이다. 유망하다고는 하는데 잘 안 터진다. 하물며 이 둘을 결합한 ‘인도네시아의 이슬람금융’ 전망은 어떨까? 희망고문이 두 배이다.

말레이시아에서 이슬람금융을 공부하던 즈음인 2009년~2012년 4년간 세계 이슬람금융 부문 성장률은 매년 각각 26%, 10%, 19%, 20%를 기록하였다. (GIFR 2019, Global Islamic Finance Report, Cambridge Institute of Islamic Finance) 세계인구의 1/4 가량이 무슬림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일반금융과의 격차가 빠르게 좁혀질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이 많았다. 유가도 높았고 중동이나 동남아 지역 프로젝트도 많았다. 대학원에서 공부하던 친구들도 졸업하고 학위만 받으면 불러주는 데가 많을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세계 이슬람금융 분야의 성장률은 6.58%이다. 2013년 11.16%의 성장률을 기록한 이후에는 연간 기준 두자리수의 성장률을 기록한 적이 없으며 그마저도 하향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슬람금융의 성장세가 주춤한 이유로유가하락이나 주요국 거시경제지표 악화, 환율 등 요인이 등장하곤 한다. 하지만 5년 연속 한자리수 성장을 하며 성장률도 하락하는 데는 뭔가 구조적인 요인을 찾아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산업 자체가 성숙기에 접어들어 더 이상 초기의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마저 있다. 금액 기준으로 2018년 말 이슬람금융 부문 자산은 약 2.6조 달러이다. 글로벌 금융자산 규모 중 약 1% 정도에 불과하다. 아직 성숙기를 논할 단계가 아니다. 만약 다른 거시경제 요인이 아니라 정말 이슬람금융 성장에 구조적 한계가 있는 것이라면 산업 입장에서는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인가 새로운 전기가 필요하다.

이슬람금융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데서 위기의 원인을 찾기도 한다. 현대 이슬람금융 상품은 처음부터 일반금융상품을 가져다 거기서 율법에서 금지하는 요소만 빼 내어 그대로 복제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본질은 일반금융상품이나 이슬람금융상품이나 똑같은데 이름만 달리 붙인 것이라는 비판이 내부에서도 나온다.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산업의 태동 초기에는 일반금융상품을 이슬람 라벨을 붙여 내놓는 관행이 불가피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슬람금융만의 가치를 담은 혁신적 상품들을 개발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똑같은 주장을 담은 기사를 요즘에도 볼 수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사이에 이슬람금융계가 본질적이고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지는 못한 모양이다. 요컨대 일반금융상품을 복제하여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이슬람금융상품을 개발하는 기법은 발전하고 있지만 이슬람의 가치를 담고, 이슬람공동체 움마와 무슬림의 번영에 공헌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 창출은 성공적이지 않다는 말이다.

지리적인 한계도 지적된다. 사실 지금까지 이슬람금융은 말레이시아가 이끌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8년 기준 발행된 수쿠크(채권과 유사한 이슬람금융 방식 증권)의 35%는 말레이시아에서 발행되었다. (Islamic Financial Services Board, 이슬람금융 산업 보고서 2019) 그 뒤를 사우디 아라비아(23%)와 UAE(13%), 인도네시아(11%)가 잇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1983년 이슬람은행법을 제정하고 ‘이슬람 은행’ (Bank Islam)을 설립하고 이후 관련 제도를 정비하여 이슬람금융을 적극 육성하였다. 현재 국내시장에서 이슬람은행업 점유율도 25%에 이르고 있다. 이슬람금융계에서 말레이시아의 위치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문제는 말레이시아가 이슬람 세계의 중심은 아니라는 것이다. 인구도 많지 않다. 3천만명을 조금 넘겼을 뿐이다. 말레이시아 외에도 이슬람금융을 선도하고 있는 나라들의 면면이 대부분 이렇다. 인구나 경제규모 면에서 이슬람 세계 경제권을 대표한다고 보기가 어렵다.

그런 면에서 이슬람금융계는 외연확대가 절실하다.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지역이나 나라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는 인도네시아가 제격이다. 현재 이슬람금융 산업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가 2억 7천만이고 이 중 약 85%가 무슬림이다. 자원도 풍부하고 인프라 프로젝트도 많다. 2018년 전세계에서 국가신용(sovereign)으로 발행하는 수쿠크의 13%는 인도네시아에서 발행된 것이다. 한편, 국내 이슬람은행과 이슬람보험(takaful) 점유율은 4~6% 정도이다. 아직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도 크다는 뜻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이슬람금융이 활성화된다면 세계적으로 이슬람금융 산업도 성장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인도네시아는 자원이 풍부한 자원부국이며, 인구가 많은 인구부국이다. 중장기적으로 손가락에 꼽히는 주요 경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1인당 GNI가 4천 달러에 달해 세계은행 기준 하위중소득국에서 상위중소득국으로의 도약을 앞두고 있다고는 하나 기대했던 만큼 자체 경쟁력을 갖추고 내수시장도 활성화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전히 자원과 풍부한 노동력에 근거한 해외투자에 상당부분 의존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슬람경제 활성화도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여러 시도 중 하나이다. 어쨌건 인도네시아는 세계 제1의 무슬림 인구를 가진 나라이다. 이슬람금융이건 할랄 식품이건, 할랄 관광이건 해외 진출은 생각하지 않더라도 국내 수요만 생각해도 규모의 경제가 가능할 것 같다는 계산이다. 이 매력적인 파이를 다른 나라들에 내 주는 것은 너무 아까운 일이다. 자국의 풍부한 무슬림 인구를 수요 기반으로 하여 시장을 성장시켜 이슬람 경제의 허브가 되고, 그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겠다는 전략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사실 이런 전략은 이미 나와 있다. 인도네시아 국가계획부가 2018년 펴낸 422페이지에 달하는 ‘이슬람 경제 마스터 플랜 2019-2024’는 식음료, 관광, 패션, 문화/미디어, 화장품/의약품, 재생에너지 그리고 이슬람금융 등 일곱 부문에 대해 현황을 분석하고 어떻게 가치사슬을 강화시켜 나갈 것인지 그 전략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슬람금융을 제외하고 다른 여섯 부문은 사실 이렇다 할 실체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전반적인 인도네시아의 이슬람경제 전략을 이끌어 나가면서 이슬람경제의 다른 분야의 발전에 필요한 재원과 동력을 제공해야 하는 것도 이슬람금융이 짊어질 몫이다. 이슬람금융이 인도네시아를 필요로 하는 만큼, 인도네시아도 이슬람금융이 필요하다.

쉽진 않다. 2010년 말레이시아에서 이슬람금융 비중이 20% 정도일 때 인도네시아의 이슬람금융판 ‘비전 2020’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당시 약 5% 정도이던 이슬람금융 국내 점유율을 2020년까지 20%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10년 정도가 지난 지금 점유율은 여전히 5% 내외에 그친다. 정부나 공기업 주도의 대규모 수쿠크 발행 정도가 눈에 띌 뿐 이슬람은행이나 보험(타카풀) 영업은 여전히 지지부진이다. 얼마 전 인도네시아의 이슬람 경제 관련 구상에 대해서 전문가 분들과 논의할 기회가 있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과연 인도네시아의 이슬람 금융과 경제 관련 구상들이 실제로 가까운 시일내에 실현될 수 있느냐, 돈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였다. 만년 유망주인 인도네시아와 이슬람금융/경제의 결합에 대한 불신은 꽤 깊다.

그래도 변화의 조짐은 있다. 무슬림들이 보다 종교적 가르침에 충실한 삶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히즈라’의 물결 속에 이자로 대표되는 정의롭지 못한 소득(리바)을 버리라는 종교지도자들의 촉구가 이어지고 있다. 많은 무슬림들이 사원에서 또는 유투브 영상이나 책으로 이런 가르침을 접한다. 머리를 히잡으로 가리는 것만이 히즈라가 아니라 일반은행에서 돈을 빼고 계좌를 닫아 이슬람 금융기관으로 옮기는 것도 히즈라라는 것이다. 영향을 받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근무할 때 금융회사인 우리 사무실만 해도 30명인 직원 중 두명이 종교적 이유로 사직했고, 적어도 서너명 이상이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것을 보았다. 작년 자카르타 포스트지는 은행원들이 종교적 이유로 은행을 떠나는 현상에 대한 특집 기사를 내기도 하였다.

자동차는 바퀴가 굴러 출발하기 직전이 타이어와 접지면 사이 마찰력이 가장 크다고 한다. 인도네시아의 이슬람금융이 아직은 그 무거운 몸을 일으키질 못했지만 일단 떠오르기만 하면 관성을 받아 앞으로 나갈 가능성도 크다. 금융소비자와 투자자 입장에서 일반금융과 이슬람금융은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처음이 어려울 뿐이다. 큰 차이가 없다면 기왕이면 영적으로 편안함을 보장해 주는 이슬람금융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일단은 현재 5% 내외에 묶여 있는 점유율의 굴레를 어느 정도라도 벗어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일단 6%, 7%로 증가하는 추세가 보이면 의외로 지금 말레이시아 수준인 20~25% 까지는 꾸준히 상승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인도네시아와 이슬람금융이 만년유망주 상태를 벗어나는 데 서로의 도약대가 될 수 있을까?

* 위 내용은 필자 소속기관의 견해를 반영하지 않습니다.

양동철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 한국수출입은행 팀장(crosus@koreaexim.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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