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삶과 죽음의 극한 리스트!
<프롤로그>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의 폴란드 침공에서  600만 명의 천문학적인 유대인 대학살이 자행되었다. 이런 전쟁 참상의 공포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떠올리게 된다. 확진자의 리스트에 오르면 모두 좀비처럼 피하고 혐오하게 된다. 하지만 죽음의 리스트를 생명의 리스트로 만든 실화를 다룬 영화<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  1993>에서는 한 사람의 노력으로 죽음의 리스트를 생명의 리스트로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오랫동안 인류는 소통과 교류를 통한 지구의 번영과 평화를 위해 엄청난 노력과 연구를 거듭하여 큰 성과를 이루었지만, 최근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확진자를 좀비 보듯 하면서  인간관계의 신뢰는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다. 세균전쟁 이후의 폐허 위에서 모든 부문에서 새로운 평화의 리스트를 만드는 준비를 서둘러야 할 때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삶과 죽음의 극한 리스트!
<영화 줄거리 요약>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39년 독일군 점령지인 폴란드 크라쿠프에 욕망과 탐욕으로 가득 찬 독일인 사업가 오스카 쉰들러(리암 니슨 분)가 찾아온다. 그는 나치당에 가입하고 독일 장교들을 뇌물로 매수하여 폴란드계 유대인이 경영하는 냄비공장을 반강제적으로 인수한다. 인건비가 들지 않는 유대인을 노동자로 쓰며 군납을 통해 사업은 승승장구하며 발전한다. 하지만, 그는 악명높은 ‘아몬 괴트(랄프 파인즈 분)’가 크라쿠프 강제수용소장으로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유대인들에 대한 무차별 살육장면을  지켜보면서 서서히 인간적 분노가 커지게 된다. 쉰들러는 악랄한 사업가에서 유대인을 자신의 군수품 공장에 합법적으로 고용하는 방법으로 살려내는 천사로 변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전 재산을 독일군 장교에 대한 매수와 유대인의 생활자금으로 쓰면서 모든 재산을 날리게 된다. 1945년 5월 아돌프 히틀러의 자살로 독일이 항복을 선언하자 쉰들러는 자신이 구한 1천 1백 명의 유대인 종업원들의 눈물 어린 감사의 환송을 받으며 떠나게 된다. 영화<쉰들러 리스트>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작품으로 나치가 자행했던 폭력 속에서 피어난 한줄기 휴머니즘을 그린 대표적인 영화다.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각색상, 촬영상, 미술상, 편집상, 음악상 등 총 7개 부문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삶과 죽음의 극한 리스트!
<관전 포인트>
A. 흑백영화로 제작된 이 작품에서 컬러가 등장하는 장면은?
@랍비가 안식일 예배를 위해 켜둔 2개의 촛불: 빨간 불꽃이 서서히 꺼지자, 폴란드를 침공한 독일군들의 유대인에 대한 잔혹한 살육이 시작된다.
@빨간 코트의 유대인 소녀: 대학살의 현장에서 마지막 생명의 존재로 상징되는 빨간 코트를 입은 소녀는 결국 주검으로 발견되며 전쟁의 참혹함과 대학살(홀로코스트)의 슬픔을 예고한다.
@흑백영화는 흑백논리에 집착하는 독일의 전체주의를 나타내며, 색을 잃는 것은 생명을 잃는 것으로 묘사되었다. 전쟁이 끝나고 마지막 장면에서 살아남은 유대인들은 별이 그려진 죄수 복장에서 색상이 입혀진 자연인의 복장으로 바뀌면서 인간성의 회복과 평화가 찾아왔음을 보여준다.

B. 탐욕의 사업가인 쉰들러가 변하게 되는 계기는?
초기에는 독일군 장교들과 합작하여 유대인의 재산을 몰수하고 유대인의 노동력을 착취한다. 그러다 서서히 독일군의 잔혹한 살인 현장을 목격하면서 쉰들러는 유대인을 구할 생각을 하게 된다. 어느 날 유대인 여성이 찾아와 “당신 공장이 천국이라고 하더군요. 여기선 아무도 안 죽는다고요. 그리고 사장님은 좋은 분이라고 했어요”라고 하며 자신의 취직을 부탁을 듣는다.  그는 유대인을 살린다는 소문이 자신의 안위를 위협한다고 생각했지만, 본격적으로 유대인들을 자신의 공장에 취업시키는 방법으로 서서히 유대인들을 구하게 된다. 결국, 그의 공장은 점점 유대인을 지키기 위한 가장 완벽한 장소가 됐다.

C. 쉰들러가 자신의 공장 종업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독일군에게 한 엄포는?
쉰들러는 수시로 유대인을 살인하고 체포하는 독일군들에게 “이유 없는 사살은 위법이요, 사업 보상재단법에 의거하여 나는 사상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소, 즉 당신들이 생각 없이 총을 쏜다면 당신들은 감옥에 가고 난 보상을 받는단 말이요. 따라서 이곳에선 즉결 사형은 없소. 그리고 내 승인 없이 당신들은 공장에 출입할 수 없다는 거 명심하시오”라고 강하게 겁을 준다.

D. 쉰들러가 폴란드에서 사업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던 비법은?
쉰들러는 젊은 유대인 여성을 고용해서 독일 장교에게 접대하고, 값비싸고 귀한 물건들을 구해서 뇌물로 주어 공장허가서를 받아내고, 나치군의 군수품 계약도 성공한다. 하지만 독일군의 잔인한 인종 청소(홀로코스트)를 목격하면서 사업가에서 사람을 구하는 수호천사로 변하게 된다.

E. 공장을 떠나는 쉰들러에게 보내는 유대인들의 선물은?
독일의 패전으로 도망자 신세가 된 쉰들러에게 1천 1백 명의 유대인 종업원들은, 혹시 포로가 되었을 때 활용할 수 있게 자신들이 사인한 구명서와 함께 금붙이를 모아 반지를 선물한다. 그 반지에는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함은 세상을 구함이다”라는 탈무드의 격언이 새겨져 있었다. 그 반지를 받은 쉰들러는 “내가 더 노력했다면 더 구할 수도 있었을 거야”라며 회한의 눈물을 흘린다. 이에 그와 동고동락했던 유대인 회계사 ‘이자크 슈텐(벤 킹슬리 분)’은 “당신은 더할 나위 없이 최선을 다했소, 사장님 덕분에 후손이 이어질 수 있을 겁니다”라며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삶과 죽음의 극한 리스트!
<에필로그>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는 전 세계적인 공포의 유행병이 되고 말았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는 우리가 세워놓은 국경선을 여권 없이 오가며 유린하고 있다. 인류도 국가 간의 이기주의를 내려놓고 공동의 적을 섬멸하고 인류가 영속될 수 있도록 모든 과학과 문명의 기득권 리스트를 조건 없이 공유하여야 할 때이다. 생명앞에서 명예와 물질만능주의는 아무 소용이 없음을 경험하였기에 성찰과 나눔을 통해 더욱 성숙한 인간적 철학을 이루어 낼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때이다.

영화<쉰들러 리스트>는 전쟁의 참화 속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은 한 사람이 수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지금, 쉰들러와 같은 존재가 많아질 때 자유로운 삶과 생명의 평화는 다시 찾아올 것이다. 영화<지구가 멈추는 날(The day the earth stood still) , 2008>에서 죽어가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 인류를 향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러 온 외계인을 오인하여 큰 화를 자초하였듯이, 바이러스의 경고를 정확히 인식하고 대처하지  않으면  죽음의 극한 리스트는 점점 길어질 것이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