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다의 이슬람 신자가 있는 나라이다. 2억 7천만 인구 중 약 85% 이상이 무슬림인 것으로 추산된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무슬림 단체는 NU(Nahdatul Ulama)와 무함마디야(Muhammadiyah) 두 곳인데, NU는 최소 4천만명 이상 무함마디야는 최소 3천만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NU는 단일 기준 세계 최대의 이슬람 단체이기도 하다.

네덜란드 식민지배 시기였던 1912년(무함마디야), 1926년(NU) 결성되어 백년을 전후한 역사를 지닌 이 양대 이슬람 단체가 근현대 인도네시아 종교 지형에서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NU는 각 지역의 기숙형 전통 이슬람교육기관인 쁘산뜨렌(Pesantren)을 주된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무함마디야는 도시지역에서 보다 현대적인 교육과 보건 사업에 집중한다. 두 단체는 노선은 다르지만 식민지배 시절부터 독립, 건국, 민주화 시기를 거쳐 인도네시아 역사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관용성과 다양성을 강조하는 인도네시아 이슬람의 모습을 형성하는데 기여하였다.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지는 않았지만 2019년에는 이 두 단체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자는 움직임도 있었다. 인도네시아가 지금까지 관용적이면서도 온건한 이슬람의 색채를 띤 민주국가로 발전하는데 두 단체가 미친 영향을 생각하면 상을 받아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런데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이 두 단체의 영향력이 줄고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 때문이다.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전통적인 경로가 아니라 인터넷 사이트나 유투브 영상 같은 것들을 통해서 종교적 지식을 습득하는 사람들이 늘어감에 따라 생기는 변화이다.

옛날에는 사람들이 지역의 종교지도자나 기관을 통해서 종교 교육을 받았다. 대면(對面) 방식 교육이다. 요즘엔 꼭 그럴 필요가 없다. 인터넷에 접속만 하면 된다. 유투브만 클릭해도 유명한 종교인들의 설교나 발언, 토론 등을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 온라인 세계에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다. 중부 자바에 사는 사람도 서부 수마트라를 근거지로 활동하는 종교인의 설교를 들을 수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인도나 중동에서 유명한 사람들의 영상도 인도네시아에서 들을 수 있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영적 스승을 인터넷 세상에 두고 언제든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 근무할 때 출근을 하면서 사무실을 둘러보면 많은 직원들이 SNS나 유투브 등을 통해 유명한 설교자들의 영상을 보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종교지도자들은 쉽게 많은 추종자들을 거느린다. 옛날 같으면 영향력 있는 종교지도자가 되기 위해선 속한 단체 내에서 검증을 받고 인정을 받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단체나 조직이라고 해도 모두 똑같은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닐 테니 그 내부에서 노선 경쟁을 하여 인정을 받고 영향력을 얻어 나갔을 것이다. 그 결과 조직 내에서 영향력 있는 이들의 생각은 어느 정도 체계적인 과정을 통해 검증되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영적 콘텐츠의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거리가 극단적으로 좁혀진 지금은 그런 과정이 필요 없다. 대중에게 직접 호소력 있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으면 된다. 그럼 복잡하고 긴 검증과정 없이도 하루아침에 ‘뜰’ 수 있다. 나이나 경험이 부족해 보여도 상관없다. 때로는 그것이 장점이 되기도 한다. 고리타분해 보이는 메시지와 쉽게 차별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유명세를 얻은 사람들의 사상이 검증되지 않고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유가 있다. 인터넷이라는 매체(media)의 특성상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데는 선명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러다 보니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다소 극단적인 주장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여과 없이 젊은이들을 파고드는 경우들이 많다. 테러집단들이 인터넷을 추종자를 모집하는 주된 수단으로 삼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기존 종교단체와 지도자들이 믿을만한 지도자의 지도 없이 인터넷을 통해 종교를 배우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하는 일들이 부쩍 잦아졌다.

기존 단체들이 영향력이 약해졌다는 것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 2017년 당시 자카르타 주지사였던 일명 아혹(바수키 짜하야 푸르나마)을 처벌하라는 일부 무슬림들의 대규모 시위이다. 당시 아혹은 선거유세 중 무슬림들이 종교모독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NU 측은 아혹의 발언이 종교모독이 아니라는 입장이었고, 무함마디야는 아혹의 발언은 문제가 있을 순 있지만 아혹의 처벌을 촉구하는 대규모 군중집회는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지만 수많은 무슬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군중집회를 주도한 이슬람 수호전선(FPI)은 역사나 조직 차원에서 NU와 무함마디야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단체이다. 그러나 인터넷 등 새로운 매체를 잘 활용하여 순식간에 이슈를 만들어 내고 대규모 군중집회를 조직하여 뉴스의 중심이 될 수 있었다. 결국 같은 해 있었던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에서 아혹이 패배하고, 법정에서 징역2년을 선고받아 복역하기까지 했으니 군중집회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인터넷은 해외의 이슬람 이슈들을 인도네시아 무슬림들에게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 인도네시아는 중동이나 인도 등에서 이슬람을 받아들였지만 자체적인 전통 및 관습과 잘 조화를 이룬 이슬람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인도네시아의 이슬람이 고립되어 있었다는 뜻은 아니다. 성지순례(하지)나 다른 이유로 중동이나 북아프리카를 방문한 이들이 그 곳 무슬림들과 교류하며 최신 신학이나 철학, 문화 등을 정기적으로 인도네시아에 소개하였다. 옛날에는 인도네시아와 중동, 북아프리카 사이에 물리적 거리가 있다 보니 보편적이고 세계적인 이슬람 세계의 흐름을 따라가면서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이를 소화하여 토착화 할 수 는 여유가 있었다. 그런데 온라인 세상에서는 인도네시아와 바깥의 지리적 거리가 의미가 없다. 이슬람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최신 유행들에 실시간으로 영향을 받는 것이다. 그러면서 인도네시아 이슬람의 독특성 보다는 보편적 이슬람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기도 한다. 외국에서 들어온 다소 근본주의적인 주장들도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를 휩쓸고 있는 보다 종교적인 삶으로의 전환을 뜻하는 히즈라 운동에는 이런 영향도 없지 않다. 히잡을 쓰는 여성들이 늘어가는 가운데 아예 얼굴을 다 가리고 눈만 내놓는 니캅을 쓰는 여성들도, 중동 무슬림에 가까운 복색을 하는 남성들도 늘고 있다.

대개의 사회적, 문화적 현상들이 다 그렇듯이 인도네시아 이슬람은 고정되어 있는 현상이 아니다. 끊임없이 변할 뿐만 아니라 지금은 그 변화의 폭도 커지고 속도도 빨라졌다. 거기에 인터넷 사이트나, 영상, SNS 등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보다 종교적인 삶으로 방향 전환을 하는 히즈라 현상 속에 인도네시아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선 이슬람을 이해해야 할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이제 이슬람을 잘 이해하기 위해선 제도권 내 단체와 종교지도자들이 뭐라고 말하는 지만 볼 것이 아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무슬림 젊은이들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는지, SNS에서는 어떤 글들이 올라오고 어떤 소통이 이루어지는지도 함께 보아야 인도네시아 이슬람의 현재와 미래를 볼 수 있다.

* 위 내용은 필자 소속기관의 견해를 반영하지 않습니다.

양동철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 한국수출입은행(crosus@koreaexim.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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