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언제나 마음은 태양!
<프롤로그>
현대 사회의 가치관이 변하면서 선생님에 대한 학생들의 존경심이 없어지고 있다. 이에 자존감을 상실한 많은 선생님이 학교를 떠나가고 있다고 한다. 산업사회의 고도화로 사제 간에 예의와 도리가 사라진 지 오래된 것이다. 학교는 전인교육의 소중한 터전이라는 철학이 사회에서 사라지고 있는 현실은 미래 큰 폭풍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영화 <언제나 마음은 태양(To sir with love), 1967>에서 제자들에 대한 진정한 사랑과 인내로 문제 학생들을 자발적으로 변화 시켜, 성숙한 인격체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현재 한국 사회에 드리워진 교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를 얻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언제나 마음은 태양!
<영화 줄거리 요약>
통신 분야 엔지니어인 마크 색커리(시드니 포이티어 분)는 취업이 어려워 런던의 빈민가에 자리 잡은 노스키 고등학교(North Quay)에 임시 교사로 부임하게 된다. 생활고에 찌들어 교육에 대해서는 통 관심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사는 동네다 보니 학생들은 하나같이 말썽꾼이고 그들의 관심사는 교사를 골탕 먹여 스스로 학교를 떠나게 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나쁜 것은 이런 현실에 방관자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교장과 동료 교사들의 태도이다. 색커리는, 인생의 목표도 없고 자신이 처한 현실을 변화시키려는 의지도 없이 학교를 그저 냉혹한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는 공간 정도로만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뭔가 색다른 전략이 필요함을 느낀다.

그는 먼저 학생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해준다. 동시에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철학적 이슈에 대해 토론하고 박물관을 견학하면서 삶에 대한 혜안을 일깨워 주는 등 서서히 아이들의 마음의 벽을 허물고 신뢰를 얻게 된다. 또한 아이들 개개인의 맞춤형 코칭으로 졸업 후 취업 문제에 당면할 때 포기하지 않도록 그들을 바른길로 이끌어준다. 마침내 졸업 댄스파티에서 아이들은 진심이 담긴 마음을 색커리에게 전하고 색커리는 그런 아이들의 변화된 모습에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언제나 마음은 태양!
<관전 포인트>
A. 색커리 선생이 아이들을 변화시킨 방법은?
학생들을 책임감 있는 성인으로 대우 해주고, 서로가 동등한 위치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도록 유도하며 적대적 경계심을 풀어나간다. 그리고 아이들의 생각에 와닿지 않는 교과서를 쓰레기통에 던져넣고 인생, 생존, 죽음, 결혼, 사랑, 섹스, 반항 등 친밀하지만 어려운 주제들에 대한 진솔한 대화로 불신의 벽을 무너뜨린다. 또한 일과 중 박물관 견학, 요리 실습 등을 통해 살아있는 삶에 대한 통찰력을 일깨워주면서 아이들에게 호감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색커리는 학생들에게 서로의 호칭을 예의를 갖추어 부르도록 요구한다. “자신을 먼저 존중해야 남들도 너를 존중한다(Respect yourself and others will respect you)”는 가르침을 통해 처음에는 어색했던 존칭을 통해 서로를 존중하는 신사, 숙녀로서의 기본적인 매너를 체득하게 된다. 아무리 가까운 연인이나 부부간에도 서로 예의를 지켜 존대한다면 서로 간의 갈등과 마찰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조언도 이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B. 색커리가 이런 전략을 쓸 수 있었던 배경은?
색커리는 아프리카 기니 출신의 흑인으로서 웨이터, 경비, 청소부 등 많은 고생을 하면서 학업을 이어가야 했기에 인내심과 삶에 대한 성실성이 누구보다 잘 훈련되어 있었다. 학생들은 그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자신들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하는 그를 서서히 존경하게 된다. 또한, 반에서 가장 문제아로 색커리를 괴롭히던 ‘덴햄’은 체육 시간 그와의 권투경기를 요구하고 이에 맞서 경기하던 색커리는 초반에 맞다가 나중에 어퍼컷 한 방으로 그를 제압하지만, 곧 그를 보살핀다. 경기를 마치고 덴햄은 왜 자신을 계속 때리지 않았냐고 묻자, 색커리는 폭력은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한 덴햄에게 졸업 후 학생들에게 복싱을 가르치는 보조 교사가 되는것이 어떻냐며 제의하고, 덴햄은 이에 감동한다.

C. 색커리를 진정 존경하게 된 여학생은?
색커리의 신사다움에 반한 ‘대어’는 그에게 존경과 사랑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색커리는 대어를 제자로서 따뜻하게 대한다. 어느 날 그녀의 어머니가 학교로 찾아와 방황하는 자신의 딸을 잘 계도해주기를 부탁한다. 알고 보니 대어는 이혼한 어머니의 자유분방한 사생활에 반항심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색커리의 충고로 그녀는 어머니를 이해하게 되고 가정으로 돌아가게 된다. 졸업 파티에서 대어는 색커리 선생님에게 마지막 춤을 요청하고 선생님은 흔쾌하게 응한다.

D. 시드니 포이티어(Sidney Poitier)는 어떤 배우인가?
시드니 포이티어는 언제나 과잉되지 않은 정확한 캐릭터 연기와 진중한 눈빛이 매력인 배우로 정평이 나 있다. 동독을 탈출한 수녀들을 돕는 마음씨 좋은 퇴역군인 역을 연기한 <들판의 백합(Lilies of the field) , 1963 >으로 흑인 최초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미국 배우이다. 또한 그의 작품으로는 흑인 탈옥자를 통한 인종차별 문제를 다룬 선구자적인 작품 <흑과 백(The Defiant Ones), 1958>, 인종차별을 딛고 살인사건을 쫓는 흑인 형사를 연기한 <밤의 열기 속으로(In the heat of night), 1967>, 백인 처녀와 결혼하려는 흑인 의사역을 연기한 <초대받지 않은 손님(Guess who’s coming to dinner) , 1967>이 있다.

E. 훌륭한 선생님을 선보인 영화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 1989>: 명문 웰튼 아카데미에 새 영어 교사로 부임한 ‘존 키딩(로빈 윌리엄스 분)’의 파격적 수업을 통해 학생들을 참된 인생으로 이끄는 이야기
@<리멤버 타이탄(Remember the Titans), 2001>: 흑백갈등을 극복하고 신화적인 승리를 이끈 고교 미식축구 타이탄스팀 ‘허만 분(덴젤 워싱턴 분)’ 이야기
@<완득이, 2011>:다문화 가정의 제자인 완득이(유아인)를 바른길로 인도하기 위해 노력하는 담임 동주 선생(김윤석)의 이야기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언제나 마음은 태양!
<에필로그>
색커리 선생은 그가 애타게 찾던 통신회사 엔지니어직을 구하게 된다. 하지만 마지막 졸업 파티에서, 학생들로부터 사랑의 마음이 가득 담긴 노래 (룰루(LuLu)가 부른)가 흐르며 정성이 담긴 선물을 받게 된다. 이에 감동을 주체할 수 없던 그는 교실로 돌아온 후 통신회사 합격통지서를 찢어 버리고 문제가 가득한 노스키 고등학교의 선생님으로 남기로 결심하게 된다. 선생님이란 자리는 이렇듯 지식을 전달하는 전문가가 아닌 제자의 인생을 올바르게 인도하여 한 사람의 훌륭한 인격체를 만들어 내는 중요한 리더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에 따라 학생들의 생각과 태도도 거칠어졌지만, 진정한 사랑과 열정이 가득한 선생님이라면 색커리 선생처럼 어떤 문제 학생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훌륭한 사람으로 변화시켜나갈  수 있다는 신념이 필요하다. 요즘 많은 의료인이 자원하여 대구 경북 지역의 바이러스 현장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통한 인류애를 실천하는 의료인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보낸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