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없는 세상을 원하지만 현실에선 이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이야 어떠하든 자신의 가정, 적어도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집단이나 국가는 소모적 분쟁이나 다툼으로 혼란스러워지는 걸 원치 않는다.
[이종범의 셀프 리더십] 분쟁(分爭) 리더, 부쟁(不爭)의 리더
자료: 픽사베이

다툼을 나타내는 한자는 爭(다툴 쟁)이다. 爭(쟁)은 손톱(爪)을 드러내고 손(又)으로 치며 싸운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국의 도발이 가중되고 있다. 북한은 핵으로, 일본은 수출규제로 미국은 방위비 협상으로 우리나라를 압박 중이다. 내치도 문제다. 사안마다 정당 간 이견이 극명해서 서로의 주장에 올인하는 직진 정치가 난무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 간에 손톱을 세우고 다투는 것이 일상이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한 번쯤은 여, 야간 훈훈한 합의가 있을 수 있으련만, 내로남불 정치만 가득한 형국이다.

이유야 어떠하든 자신의 정당과 자국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옳고 그름의 이분법적 계산으로 판가름 짓고 싶진 않다. 이쪽에서 보면 저쪽이 이상하고, 저쪽에서 보면 이쪽이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분쟁을 종식하고 (不争)으로 이끄는 리더십의 부재다. 이는 어느 한 두 사람의 몫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어떤 리더십을 행사하느냐에 따라 분쟁(分爭)과 부쟁(不爭)이 갈린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리더가 갖추어야 할 가장 뛰어난 소양으로 부쟁(不争)을 꼽고 있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나 더불어 다투지 않고 모두가 싫어하는 곳에 거할 줄 안다”

『노자처럼 이끌고 공자처럼 행하라』 를 공저한 후웨이홍, 왕타하이는 세 가지 리더 유형을 일류, 이류, 삼류로 구분 짓고 있다. 그중 삼류 리더는 수단으로 조직을 이끄는 리더”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하여 아랫사람을 관리하는 리더라고 말한다, 그들은 교묘한 말과 얄팍한 수로 동기를 자극하고, 상벌을 무기로 조직 구성원의 노력을 이끌어 낸다면서 이러한 수단적 리더십은 단기효과는 가능해도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한다. 반면에 이류 리더는 “방법에 의지하면서 조직을 이끄는 리더”로 정당한 방법으로 아랫사람을 이끄는 리더로 규정했다. 규칙이나 제도를 통해 조직을 단속하고, 금전이나 명예로 포상하면서 조직 구성원의 힘을 복 돋는 리더십을 발휘하기 대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효과가 뛰어나지만 조직 구성원의 숨은 잠재력을 발굴하고 비전을 실현하게 만들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일류 리더는 “자신의 경지로 조직을 이끄는 리더”로, 조직에 비전을 제시하고 열정과 동기부여는 물론, 모범적 언행을 통해 조직 구성원의 존경을 받는 리더라고 말한다. 이런 리더가 있는 조직은 자발적으로 일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나아가 더 나은 성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조직으로 변모한다는 것이다. 더하여 지혜로운 리더와 똑똑한 리더를 언급했는데, “지혜로운 리더는 큰 그림을 보면서 전체를 조율하지만 똑똑한 리더는 일 하나하나를 살피느라 고달프게 산다고 지적했다. 지혜로운 리더는 넓은 시야를 가지고 멀리 내다보지만 똑똑한 리더는 오로지 눈앞의 이익에만 집중한다고 일갈했다.

분쟁(分爭)이 없을 순 없지만 리더가 나서서 분쟁(分爭)을 조장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리더는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는 사람이다. 조직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나아가 조직 구성원에게 그 이유를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 진정한 리더라고 할 수 있다. 분쟁의 소지가 있거나 자신의 입지가 위축될 것 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소극적인 말과 행동으로 상황을 모면하는 리더는 조직의 미래를 담보하지 못한다.

합리적 부쟁(不争)이 아니라 의도적 부쟁(不争)을 조장하는 리더도 미래가 없는 건 마찬가지다. 이런 리더십을 발휘하면 자칫 따듯한 물속에 안주하며 죽어가는 개구리처럼 조직을 서서히 죽게 만드는 주범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누가 보아도 건전하고 발전 지향적인 분쟁은 서로에게 이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보는 없고 자신의 입지만 넓히려 한다면 본질이 무엇인지 모르는 우둔한 리더의 이름표를 뗄 수 없게 된다. 지혜로운 리더십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답을 공유한다. 반면에 우둔한 리더십은 코 앞에 닥친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 분쟁의 씨앗을 제공하는 일이 잦다. 그렇다면 당신의 리더는 어떤 리더인가?
[이종범의 셀프 리더십] 분쟁(分爭) 리더, 부쟁(不爭)의 리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