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쥬라기 공원’에서 당신의 공룡을 소환할 수 있을까?
< 프롤로그>
[미국인들이 성경 다음으로 좋아하는 책 ‘허먼 멜빌(Herman Melville)’의 <모비 딕(Moby Dick, 1851>이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과거 “모비 딕은 악의 상징에 도전하는 인간 ‘에이허브 선장’의 의지에서, 현대에는 “자연의 섭리로 바다에서 살아가는 고래 모비 딕에 도전하는 인간의 오만함”을 비판한 소설로 재해석 되고 있다.]

1993년 영화< 쥬라기 공원/Jurassic park>이 상영되었을 때 그 충격은 엄청났다. 6천 5백만 년 전 백악기의 멸종동물인 공룡을 최신복제기술로 되살려 코스타리카 서해안의 한 섬에 테마파크를 통해 큰 비즈니스를 준비했던 백만장자 ‘존 해먼드’는 식인공룡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를 철저히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였지만 결국 엄청난 재앙을 가져오게 되었다.

과거 소나무 송진에 파묻혀 수천 년간 갇혀 있던 모기의 핏속에서 DNA를 추출하여 오늘날 모든 종류의 공룡을 되살린 상상력에 혀를 내두르기도 하였다. 결국, 이를 악용한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멋진 상상력은 자연의 섭리 앞에 무너지게 된 것이다. 인간이 가진 이기적인 소통력과 포용력으로 상상 속의 ‘모비 딕’이나 ‘쥬라기 공원에서 당신의 공룡’을 소환하여 같이 공존 할 수 있는 지혜가 있을지를 영화를 통해 자신을 성찰해본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쥬라기 공원’에서 당신의 공룡을 소환할 수 있을까?
< 영화 줄거리 요약>
백만장자 사업가 ‘존 해먼드 회장(리처드 아텐보로 분)’은 저명한 고생물학자 ‘알란 그랜트 박사(샘 닐 분)’와 그의 애인이자 고식물학자인 ‘엘리 새틀러 박사(로라 던 분)’, 수학자 ‘이안 말콤(제프 골드브럼 분)’등 전문가들을 코스타리카 연안의 이슬라 누블라 섬으로 초대한다. 섬에 도착하자마자 놀랍게도 거대한 초식공룡 ‘브라키오사우루스’가 일행 앞에 등장한다. 존 해먼드 회장은 고대 도마뱀의 피를 빤 모기가 갇혀 있던 호박 화석에서 공룡의 DNA를 추출한 뒤 양서류의 DNA를 결합해 각종 공룡을 만들었고, 이를 내세워 세계 유일의 테마파크’쥬라기 공원’을 개장할 계획이다.

살아있는 공룡들에 압도된 전문가들은 1박 2일간 공원에 머물며 안전 진단을 하기로 한다. 존 해먼드 회장의 어린 손자 팀, 손녀 렉스도 공원을 구경하러 섬에 도착한다. 그러나 악당이자 시스템 엔지니어 ‘네드리’가 미리 외부에서 돈을 받고 공원의 안전관리 스템을 마비시킨 뒤 공룡 수정란들을 쉐이빙폼(면도거품통)에 넣어 빼돌려 달아나려다가 폭풍우가 몰아치는 기상 상태에서 공룡에게 공격당해 죽고만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스템이 마비되어 전기 철장이 작동하지 않는 바람에 공룡들은 우리를 탈출하고 만다.

이를 모르고 있던 아이들과 박사 일행은 악명높은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루스’와 날카로운 이빨이 사나운 ‘벨로시랩터’에게 습격을 당한다. 이안 말콤 박사는 티라노사우루스를 유인하고 ‘알란 그랜트’가 아이들을 구해내 도망치자 뒤늦게 차를 몰고 온 ‘엘 리 새틀러 박사’와 공원 경비대장 멀둔과 함께 간신히 피신한다. 돌발상황에 충격을 받은 존 해먼드 회장은 어떻게든 시스템을 복구하려 노력하는사이, 따로 떨어진 아이들과 알란 박사 일행은 도움을 요청하러 공원을 헤매다가 영리하고 잔인한 공룡 ‘벨로시랩터’에게 포위되어 위기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벨로시랩터’와 ‘티라노사우루스’의 격투 사이에서 이들은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쥬라기 공원’에서 당신의 공룡을 소환할 수 있을까?
< 관전 포인트>
A. 존 해먼드 회장의 안일했던 생각은?
존 해먼드 회장은 유전자 조작으로 암컷 공룡들만 만들어 냈다고 자신했고, 공룡들의 번식을 제한하고 통제할 수 있는 ‘쥬라기 공원’은 완벽한 테마파크이자 보호구역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안 말콤 박사는 ‘카오스 이론’을 통해 “작은 변화 하나만으로도 거대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자연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답을 찾을 거라고” 예측한다. 즉 공룡의 DNA와 섞인 양서류의 DNA는 생태환경에 따라 성별을 바꿀 수 있고, 암컷 공룡 중에 성별을 바꾸는 공룡들이 생겨나면서 새끼들이 무차별적으 태어나게 된다. 이에  통제할 수 없는 혼돈의 자연에 휩싸이게 된다.

B. 쥬라기 공원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리얼한 장면은?
심야에 인간들이 쉬고 있는 텐트 근처로 다가오는 티라노의 발자국 소리에 컵의 물에 잔물결이 생기고 심하게 흔들리면서 시시각각 공포가 엄습해오는 장면.

C. < 쥬라기 공원>의 영화사적 업적은?
들려오는 영화 특수효과 분야의 혁신으로 평가 받았고, 1994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향상, 음향 효과상, 시각효과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기술의 혁신성뿐만 아니라 기술이 어떻게 이야기와 결합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점에서도 이후 지속해서 재평가되고 있다. 특히 ‘알란 그랜트 박사’가 이슬라 누블라 섬에서 공룡을 처음 보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D. <쥬라기 공원>을 공포 영화로 분류하기도 하는 이유는?
초반부 액션 어드벤처의 성격이 강하지만, 공룡들이 우리를 탈출한 중반 이후에는 무시무시한 공포 영화를 방불케 하는 서스펜스를 자아낸다. 공룡이 등장할 때는 물론이고, 등장하지 않을 때조차 절묘한 편집으로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방식이다. 특히 ‘쥬라기 공원’ 최고의 악당인 벨로시랩터 두 마리가 방문객 센터에서 아이들을 사냥하려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육지에서 <죠스> 같은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했다.”라는 스필버그의 의도가 엿보인다.

E. 영화<쥬라기 공원>과 같은 상상력을 주는 콘텐츠는?
‘피터 잭슨 ‘감독의 <킹콩/King Kong, 2005 >이다. 야망에 불타는 영화감독이 미녀 여배우를 캐스팅하여 지도상에 없는 미지의 해골섬을 찾아 나섰다가 전설의 킹콩과 맞닥뜨리게 된다.  간신히 미국 뉴욕으로 이송해온 킹콩과 도심 한복판에서 벌이는 숨막히는 액션이 펼쳐진다.

F. 영화<쥬라기 공원>의 시리즈 5가지 영화는?
@<쥬라기 공원2- 잃어버린 세계/The Lost World:Jurassic Park, 1997>: 쥬라기 공원의 사고로 폐쇄된 지 4년이 흐른 시점. 인젠사의 새 회장은 아직 서식하고 있는 공룡들을 포획하여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 제2 쥬라기공원을 세울 계획을 한다. 이에  전문 사냥꾼을 파견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여자친구 사라 박사를 구하러 간 말콤 박사와 부딪히게 된다. 결국 육식공룡 랩터에 많은 희생자가 난 후, 말콤 박사는 과거 쥬라기 공원의 잔해가 있던 통제실에서 무전 시설로 헬기구조로 탈출하게 되지만, 공룡 사냥꾼 ‘로랜드 템보(피트 포스틀스 웨이트 분)’에 의해 티라노사우루스가 마취된 상태로 거대한 운반선에 실려 샌디에이고 항구에 도착한다.

@<쥬라기 공원 3, Jurassic Park III, 2001>: 1편에 나왔던 공룡 연구의 최고 권위자인 알란 그랜트 박사는 ‘벨로시랩터’의 지적 능력에 관한 새로운 이론을 연구하면서 연구비의 부족으로, 재벌 ‘폴 커비’ 부부의 공룡 번식처가 있는 ‘이슬로 소르나’섬의 가이드를 맡게 된다. 그 섬에 도착하자마자 인젠 연구소에서 비밀리에 개발한 익룡 등 새로운 공포의 공룡과 사투를 벌이게 된다. 그랜트 박사는 공룡들로부터 도망치면서 자신의 연구 과제였던 ‘벨로시랩터’의 지적 능력을 확인하게 되고, 위기 상황에서 커비 부부의 실종된 아들 ‘에릭 커비’의 도움으로 위기를 탈출하게 된다.

@<쥬라기 월드/Jurassic World, 2015>: 쥬라기 공원이 문을 닫은 지 22년,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공룡들을 앞세운 <쥬라기 월드>는 지상 최대의 테마파크로 자리 잡는다. 관객들은 투명한 구체(자이로 스피어)를 직접 운전하며 다양한 공룡들을 더 가까이 다가가서 눈앞에서 구경할수 있다. 하지만 새롭게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인도미누스 렉스’ 등 하이브리드 공룡들은 고도의 지능과 공격성을 끝없이 진화시키며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기 시작한다. 물속에 들어있던 ‘모사사우루스’가 백상아리를 향해 날아오르는 장면이 압권이다. 해군 출신의 벨로시랩터 조련사 ‘오웬(크리스 프랫)’과 테마파크의 경영자 ‘클레어(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분)의 활약으로 위기를 극복한다.

@< 쥬라기 월드:폴런 킹덤/Jurassic World:Fallen Kingdom, 2018>: 지상 최대의 테마파크 ‘쥬라기 월드’가 폐쇄된 이후 화산 폭발 조짐이 일어나자, 오웬과 클레어는 공룡들의 멸종을 막기 위해 이슬라 누블라 섬으로 떠난다. 한편, 진화된 공룡들을 이용하려는 세력과 거대한 음모가 드러나고, 절대 지상에 존재해선 안 될 위협적 공룡들이 마침내 세상 밖으로 등장하게 된다.

@< 쥬라기 월드 3>:2021년 6월 개봉 예정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쥬라기 공원’에서 당신의 공룡을 소환할 수 있을까?
< 에필로그>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공룡들을 남겨둔 채 정신없이 섬을 탈출해 나오는 이들을 통해 인간이 넘어서지 말아야 할 과학과 생명의 경계는 어디인지 묻는다. 수천만 년 전 ‘잃어버린 세계’를 억지로 회복시킨 시도는 결국 생명의 진화가 아닌 죽음을 낳는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상상의 세계에 살아 숨 쉬고 있는 거대한 하얀 고래 ‘모비 딕’과 ‘쥬라기 공원의 공룡’을 현재에 소환 시켜 자연의 섭리속에서 그들과 소통하고 포용하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면, 우리는 영화 <E.T, 1982>에서 처럼 생김새나 소통방식이 다른 외계인과 선입관 없는 우정을 나누는 모습을 보았듯이 공존할수 있는  행복한 세계로 함께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