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마케팅) 무역업 5년차 사장의 경험담
<<무역 무작정 따라하기>>를 읽고 일인 사업자로 무역업을 시작한지도 벌써 5년이 지났다. 사업자 등록 전에 준비했던 기간까지 포함한다면 적지 않은 시간이다. 문득 어떻게 그 시간들을 버텨왔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열정과 목표를 가졌지만, 힘들고 어려운 시간도 많았다. 어찌보면 초짜 무역인으로 시작해 지금도 계속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특히나 일을 하면서 무역이란 새로운 분야의 공부를 병행한다는 것도 쉽지 않았다. 빠르게 변하는 경제 상황 및 국제 무역환경을 따라가는 것 또한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여전히 많은 부족함을 느끼지만 그동안 소규모 무역업을 운영하면서 느낀 점을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해 볼까 한다.



하나, 무역업을 수출입 과정 자체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



보통 사람들이 처음 무역이란 것을 접할 때, 환상을 갖고 있듯이, 필자 또한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사무실에 앉아서 전 세계로 한국의 물건을 판다던지, 멋진 양복에 서류가방 하나 들고 세계 각국을 다니며 싸인만 하면 수출대금이 입금된다던지 하는 것 등이다. 물론 일을 하다보면 그런 상황을 몇 번 혹은 자주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무역 업무 중에 일부일 뿐이다. 실제 그런 일들이 가능하기 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칠 수도 있고, 그에 앞선 부단한 노력 또한 필요하다. 마치 백조가 물에 도도히 떠다니기 위해서 물 밑에서 발버둥을 쳐야 되는 것과 같다. 따라서 무역업을 접근할 때, 무역에 대한 이론이나 개념만 가지고 단편적으로 접근하지 않았으면 한다.



현업에서 일을 하고 있고, 무역 까페의 운영진을 맡고 있다 보니, 문의나 상담을 요청하는 분들이 가끔 있다. 또 그 중 대다수는 앞서 말한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하면 무역을 배울 수 있는지에 대해 문의한다. 즉 무역을 공부하는 방법이나 이론적인 부분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무역은 그 자체로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 아니고, 사업을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예를 들어 외국에서 기능성 의류를 수입하는 계약을 맺어서 그동안 공부했던 무역을 통해 국내까지 무사히 통관을 했다 치자. 그 자체가 본인에게 금전적인 이익을 가져올 수 있을까? 당연히 그 의류들을 국내에 유통을 시키거나 직접 팔아야만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반대로 외국 바이어에게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는데, 수출하는 방법 이외에 생산, 혹은 구매하는 곳을 전혀 모른다면 어떨까? 아마 바이어가 바보 아닌 이상 그 계약이 성사되긴 힘들 것이다. 따라서 조직이나 자본이 부족한 초보 무역상들에게 무역이외에도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무역업을 준비를 하기위해서는 먼저 사업 방향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 무역업도 사업하는 방식에 따라 준비 과정 또한 달라지기 때문이다. 보통 수출과 수입으로 나누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크게 다음 세 가지 방향이 있을 것 같다. 직접 물건을 수출입해서 파는 것, 수출입 물건에 대한 오퍼만 하는 것, 마지막으로 물건과는 상관없이 수출입을 위한 일련 과정을 맡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간단히 설명하자면, 첫 번째의 경우는 국내의 도소매업을 들 수가 있는데, 보통의 무역회사를 포함한다. 이런 경우 직접 수출입 판매를 함으로써 마진율을 높일 수 있으나 그만큼 초기 자본투자가 많을 수 있다. 또 판매루트 또한 어느 정도 확보를 해놓아야 한다. 따라서 당연히 일정 수준이상의 자본금을 확보해야 될 것이고, 수출입 과정은 대행시킬 수도 있으므로, 무역이론 보다는 수출입할 아이템 선택과 그 아이템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과 이해, 시장 상황에 대한 파악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흔히 말하는 오퍼상으로 부동산 공인중개사와 같이 물건에 대한 중개만 해서 성사되면 수수료를 받는 형태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용은 적지만, 성사 율이 높지 않으면 수익이 많지 않다. 즉 시장 전반을 꿰고 있거나, 거래 당사자에 비해 거래 노하우가 많지 않다면 안 될 것이다. 또, 실제 자본 투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능력만 된다면 거래가 이루어질 만한 다양한 아이템을 구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마지막으로 포워딩회사, 관세사 등이 있다. 이들은 수출입 과정의 일부 업무를 대행하기 때문에, 국내외 자격증이나 그 부분에 대한 전문 지식이 있어야 된다. 또 수출입 경기 등에 민감할 수도 있고, 어떤 고객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수익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 업종은 앞선 두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역 이론 등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야만 된다. 만약 사업이 아닌 취업이 목적이라 해도, 위의 준비조건은 유사할 것이다. 한국의 경우는 무역업이 1997년 등록제에서 신고제로 바뀌었고, 2000년부터는 완전 자유화가 되었기 때문에, 기존 사업자들의 직접 수출입 또한 늘었다. 또 요즘은 관광이나 업무 등으로 해외에 나가는 일도 많아졌고, 인터넷의 발전으로 어지간한 제품의 거래 정보 등은 찾기가 쉬워졌다. 즉 아이템 하나 잘 잡아 무역만 해서 성공하던 블루오션 시장은 아니란 이야기이다. 따라서 무역 자체에 대한 허황된 꿈은 빨리 접고, 본인이 처한 상황에 맞게 방향을 잘 잡은 후, 틈새시장을 끊임없이 찾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둘, 생각보단 행동이나 경험을 통해 느껴라.



앞서 언급했다시피, 무역을 새로 시작하시는 분들을 만나보면, 생각으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사업의 방향이 잡히고 아이템과 기본 자본금이 준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이 더 이상 진행이 되지 않는다. 즉 머릿속 고민만 많아진다는 뜻이다. 예를 들자면 만약에 수입대금을 보냈는데, 물건이 도착하지 않으면 어쩌지? 도착했는데 불량품이라면? 통관이 안 된다면? 팔리지 않는다면? 등등이다. 보통 소규모 무역업을 시작할 때 최소 초기 자본금은 오백에서 이천만원 정도이다. – 물론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기서는 소규모 무역업에 한정하기 때문에 이정도로만 잡겠다. 즉, 매달 생활비를 100~200만원 잡는다면 잘해야 1~2년 버틸 수 있는 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고민하다 생활비로 소진하느니, 기회만 된다면 직접 해보고, 경험과 결과물을 얻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이다. 어차피 잘 안되어 돈을 다 썼다 쳐도, 전자는 장기간 고민만 했기 때문에 시간낭비를 한 셈이고, 후자는 단시간에 다음 사업 준비를 위한 좋은 경험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일을 저지르라는 것은 아니다.



이럴 경우 샘플 거래를 추천한다. 필자의 경우도 샘플거래를 주기적으로 하고 있고, 샘플 거래 이후에도 소량 수입의 단계를 몇 번 거친다. 가끔 주위에서 무역업을 막 시작하시는 사장님들께도 권하는 방법이다. 그 이유는 막연함을 해소해주기 때문이다. 또, 이것은 수입이나 수출, 모두에 적용된다. 예를 들자면 ‘갑’이라는 제품을 수입하려고 외국에서 ‘A’라는 업체를 찾았다. 일단 샘플을 수입하게 되면 ‘A’에서 보내준 인보이스 등의 서류와 절차를 알 수 있다. 특히 사업 초기 혹은 가끔 괜찮은 서류 양식이 보일 경우는 그것을 참조해서 본인의 수출 서류를 만들어볼 수도 있고, 전반적인 수출입 절차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수입 절차의 역순이 곧 수출 절차이다. 다음으로 샘플을 받게 되면, 품질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고, 제품에 대한 실질적인 공부가 된다. 또 실제 제품 및 포장상태를 가지고, 관세사와 포워더 등에게 상담을 할 수 있으니, 추후 본 오더 시 통관 절차나 수입 운임계산에도 도움이 된다. 실 제품과 공급자, 거래조건 등이 있으니, 그런 문의하기가 쉬워질 것이다. 같은 이유로, 국내 판매가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해외나 국내에 더 좋은 조건의 공급자가 있는지도 알아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연이나 제품 노출을 통해 소비자의 반응과 적정 소비자가를 찾을 수 있다. 이런 데이터들은 실제 본 오더 진행시 협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수출의 경우에도 샘플을 보내보는 것은 좋은 경험이 된다. 물론 비용이 들긴 하겠지만, 샘플을 보내면서, 현지국의 시장 상황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던지, 기타 협의를 거쳐 유상샘플로 보내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셋. 판매처 찾는 노력을 꾸준히 하라.



같은 맥락으로 대부분의 경우 아이템을 찾고, 공급처를 찾는 것까지는 무난히 할 수 있다. 자기네 물건 팔아준다는데, 안 좋아할 공급자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무역업에 있어 여기까지가 끝은 아니다. 막상 중요한 것은 수입을 하던, 수출을 하던 결국 살 사람을 찾아야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로는 판매처를 찾는 데에 거의 대부분의 노력을 기울여야 된다.



판매루트를 찾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요즘은 인터넷이라는 매체 덕분에 판매처를 찾는 것이 쉬워졌다. 반대로 그 이야기는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판매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수출환경 또한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하지만, 시장상황이 안 좋다고 해서 계속 피하기만 하고 다른 새로운 시장만 찾으려고 한다면 그것 또한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왜냐면 안 좋은 시장 상황 하에도 성공하거나, 사업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흔히 재래시장이 망해간다고 하지만, 여전히 재래시장이란 곳이 있고, 그 안에서 몇몇은 장사를 잘 하고 있다. 물론 재래시장이 예전에 비해 많이 위축이 되었고, 향후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는 불투명하므로, 기왕이면 초기에 더 발전적인 상권에 자리 잡는 것 또한 사업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좋은 상권 잡느라 너무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 보다는 본인에게 적합한 곳을 찾아 그 구매자에게 맞는 제품과 가격, 판매방식을 수립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낚싯대 하나 가지고 물고기 많은 연못을 찾아다니는 것보다 좋은 미끼와 기술로 꾸준하게 잡아 올리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물론 그물을 가진 사람은 또 거기에 맞는 곳을 찾아야 된다.



이런 식으로 찾다 보면, 혹자는 이런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다. 알리바바[B2B 무역사이트]는 사기꾼이 많은 것 같고, EC21은 방문자가 적은 것 같고, 무역협회나 코트라는 너무 오픈된 정보라 본인이 접근하기엔 너무 늦은 것 같다. 그렇다고 이베이[일종의 해외 오픈마켓]을 하기에는 판매량이 너무 적을 것 같은데, 어떤 곳을 택해야 되나? 답은 ‘모른다’ 이다. 사실 그런 답을 아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혹 안다고 치더라도, 그런 정보를 일면식도 모르는 사람에게 제공해 줄까? 하지만, 그렇다고 상심할 필요는 없다. 본인이 열심히 찾아보고 본인만의 노하우로 만들어놓으면 되니까. 이런 노하우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과 경험들이 포함된 것이기 때문이다. 또 각 사이트나 찾는 방법마다 조금씩은 다른 특징들이 있다. 사업 초기도 마찬가지이지만 일정 궤도에 올라서면, 그런 것들을 찾고 연구하는 시간이 부족해진다. 따라서 시간이 될 때마다 그런 작업을 계속 반복해야 된다. 하다보면, 본인에게 적합하거나, 혹은 본인만의 노하우가 생기거나, 아니면 남이 모르는 새로운 곳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이것은 새로운 형태의 시장이 될 수도 있고, 기존 시장의 장점들이 조합된 형태일 것이다. 이런 노력들과 더불어 다양한 사회활동-이를테면 취미나 스포츠, 여행 등-이나 사람들과의 대면 접촉이 필요하다. 그런 전문 집단에서는 가끔 인터넷 검색보다 더 양질의 정보가 나올 가능성이 많다. 이런 정보를 본인의 상황에 맞게 가공한다면 고급 정보가 될 가능성이 크고, 거기에서 사업의 방향과 방법을 잡아나갈 수 있다.



이상 사업초기부터 현재까지 느꼈던 점을 두서없이 적어본다. 개인적인 생각을 마치 정답인양 말하는 것이 부담되지만, 무역을 시작하시는 분들이 한번쯤 보고 판단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사업은 대표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소규모 사업체는 더더욱 그렇다. 아무쪼록 이 책을 읽는 모든 분들이 현명한 판단으로 전 세계를 주름잡는 강소 무역회사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성자: 코아피앤티 김병하
(이 글은 무역&오퍼상 무작정따라하기 2013년 개정판에 실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