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보내는 경제편지) 높은 연봉, 좋은 직장?
아니, 이렇게 쉬운 질문을 해도 되는거야? 아빠를 너무 우습게 보는 거 아니야?

간단하잖아, 높은 연봉을 주는 좋아하는 직장을 가면 되지? 이상 끝!



앗, 미안해, 우리 딸은 알파걸이 아니지. 아 슬프다~ 일단 높은 연봉을 주는 곳으로 갈 수있을 지도 의문인데, 둘 다되는 곳으로 가라고. 그건 알파걸 할머니도 찾기 힘든 직장이라고.



그래 아까 말은 그냥 웃자고 하는 말이었고, 사실 쉬운 문제는 아니지. 자, 이렇게 생각해보자. 지금 너 앞에는 한 군데는 연봉이 다른 곳보다는 연봉이 높은 데 별로 재미없을 것같고, 다른 곳은 아까 거기보다는 연봉은 낮지만 나한테 맞는 일과 사내 분위기도 좋고. 대충 이런 고민이지, 그치?



이건 ‘소유욕’과 ‘존재욕’사이에서의 갈등이다. 비록 햄릿처럼 ‘죽느냐, 사느냐, 이 것이 문제로다!’까지는 아니어도, 상당히 고민이 되지!

세상에서 나혼자 살아가거나, 가족이 없다면 까잇거 그냥 내키는 대로 가면 되지만, 나를 쳐다보는 사람들에게 기펴고 넉넉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가족들에게는 좀 더 풍족한 삶을 누리게 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인지라 ~~~

하기사 혼자 산다고 해도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 게 있는 데, 돈이 없으면 곤란하지.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필요한 것을 사거나 하려면 그 놈의 ‘돈’을 지불해야 하니까, 존재욕을 살리려고 해도 어느 정도의 소유욕은 필요하네.



사람나고 돈낳지 돈나고 사람낳냐? 맞는 말이다.

그럼 꿈나고 돈낳지, 돈나고 꿈낳냐? 맞는 말일까?, 내가 보기에 이거는 좀 고민해볼 일이야. 예를 들면 부자가 되는 게 꿈인 사람도 있고, 세계 여행하는 게 꿈인 사람도 있고, 멋있는 집에서 사는 게 꿈인 사람도 있는 데, 이런 건 다 돈으로 이루어야 하는 거거든.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너무 자본주의적 생각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구석기시대에도 조개를 가지고 ‘돈’이라고 생각하면서 물물교환할 때부터 인간을 지배해왔던 삶의 방식이야! 그게 오래되다보니 ‘꿈’이 목적인지, ‘돈’이 목적인지를 헷갈리는 사람들이 많아졌어.



지금 청년실업이 크게 문제가 되고 있잖아! 하지만 정작 상당히 많은 직장에서는 오히려 노동자를 구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외국인을 고용하는 경우가 많아. 왜 그럴까? 한마디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거지. 대학을 다니느라 수천만원을 썼는 데, 연봉이 고작 2천만원 안팎? 일단 여기서 본전생각나지. 게다가 앞으로 살아갈 날이 창창한데, 차포띠고 나면 생활도 빠듯한 월급이라. 도무지 남는 장사가 아니야. 그나마 감수하겠다고 할려고 해도 작은 회사라는 게 불안정적이니 얼마나 오래할 지가 도무지 오리무중이야! 일자리가 부족해서 청년실업이 높은 것이 아니라, 눈높이의 차이 때문에 실업이 발생하는 거야. 이런 상황에서 나혼자만 여전히 높은 눈높이를 가질 수는 없지. 결국 둘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서지!



그런데 좋아하는 직장? 누가? 네가? 아니면 주위에서?



2012년 3월 파이낸셜뉴스를 보니까, 직업 선호도가 높다고 직업 만족도까지 높은 것은 아닌 것으로 조사되었대.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우리나라의 759개 직업 현직 종사자 2만618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재직자 조사 결과 만족도가 가장 높은 직업은 초등학교 교장이었다고 20일 밝혔다. 반면 지난 1월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선호 직업에서 1위를 차지했던 교사의 경우 만족도 조사에선 90위에 그쳤다. 만족도는 해당 직업의 △사회적 기여도 △직업의 지속성 △발전 가능성 △업무환경과 시간적 여유 △직무만족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재 직업에 얼마나 만족하는지를 해당 직업 종사자들이 주관적으로 평가한 개념이다. 하지만 선호 직업 1위로 꼽히는 교사와 공무원은 만족도에선 50위 내에도 들지 못했다. 특히 선호도 2위와 3위를 기록한 공무원(일반행정직)과 경찰관은 직업만족도에서 234위와 570위로 후순위를 차지했다.”

보통 사람들은 남들이 좋아하는 것을 나도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거든. 그런데 위의 조사에 의하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직장에서의 근무하는 사람들의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의외로 꽤 낮은 편이네. 그렇다면 우리 딸들은 이런 직장을 좋아하나? 하기사 연봉으로 따지면 가장 높은 대기업사장도 그리 직업만족도가 높은 편은 아닌 것같아. 그러니까 직업의 선호도와 만족도는 분명히 차이가 있는거지.



그럼 아빠는 너희에게 높은 연봉과 좋아하는 직장, 어느 것을 권할까? 둘다 적당히 좋은 곳에 들어가면야 좋겠지만, 굳이 둘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좋아하는, 네가 좋아하는 직장을 선택하라고 할 거야. 그렇지만 무작정 네가 좋아한다고 선택할 수는 없어. 그건 네 인생 전체에 달린 문제인데, 쉽사리 변하는 사람의 마음만 가지고 미래를 정한다는 것은 좀 어리석어 보이지. 아무리 좋아보이는 직장이고, 네가 거기에 들어갔을 때 정말 미친 듯이 일을 할 수있다고 하여도, 몇 가지는 따지고 생각해보자.

우선 그 바닥에서 이미 성공한 사람들이 있는 지? 있으면 얼마나 확률이 되는 지? 너에게 그만한 자질이 있는 지? 이미 성공한 사람들의 만족도가 높은지?

위의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만족스럽지 못한다면 너도 분명히 만족스럽지 못한 삶을 살게 될거야. 그러니까 다시 한번 생각을 해봐야지.



하지만 정말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실 좋아하지도, 연봉도 높지 않은 직장을 선택해야한다는 슬픔이지. 그건 어떻게 보면 ‘성적에 맞추어 대학을 가는 고등학생’들처럼, 일단 급하고 갈만한 직장도 많지 않으니까, 여기저기 원서를 넣고는 합격통지서가 먼저오는 곳에 가는 게 신입사원들일의 대부분이라고 생각해. 아빠도 그랬었으니까. 대학 4학년 때 그냥 괜찮다 싶으면 마구마구 원서를 넣고, 시험을 보고 다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하고 겁을 먹었었지. 그런데 코트라(KOTRA)에 ‘끝에서 첫 번째로 붙었어’. 그러니까 예비합격자 1번이었지. 그런데 어느 증권회사에는 꽤 좋은 성적으로 붙었어. 그래서 고민했지. 한 곳은 꼴찌로 붙고, 한곳은 좋은 성적에 높은 연봉. 둘중에서 고민하다 결국 ‘코트라’에 들어갔어. 그 곳에 들어가면 정말 재미있게 일을 하는 데, 많이 대하는 사람들이 무역하는 사장들이었어. 어, 갑자기 내 인생이 초라해보이는 거야. 저 사람들은 시간도 많고 돈도 많아서 해외 여행을 많이 하면서 정말 사람답게 사는 것같더라고. 나는 그저 코트라라는 좁은 어항에서 정해진 일만하고, 돈도 많이 못받고. 그리고 파나마에 있다가 보니까 여러 가지 사업거리도 눈에 띠더라. 그래서 사업을 시작한 거야. 그런데 막상 사업을 하면서 보니까, 이제는 직장에서 안정되게 삶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부러워졌어. 마찬가지로 친구들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할 수있다고 생각하며 부러워하지.



어떤게 과연 더 좋을까? 그에 대한 좋은 일화가 있어 소개할게. 베비 슈워츠가 지은 ‘선택의 패러독스’에서 나오는 건데, 월급장이와 사장의 입장을 잘 비교한 것같아.

어항에 있는 금붕어는 바다를 마음껏 헤엄쳐다니는 물고기를 무척 부러워하지. 그런데 막상 바다의 물고기는 자기를 잡아먹으려는 수많은 천적들을 피하기 위하여 항상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자기의 온 힘을 생존에 쏟아붓는 거야. 반면에 어항속의 금붕어는 누가 자기를 해치지 않으니, 어항 속에서 테니스도 치고 책도 보고 영화도 보고 하면서 나름대로 즐기는 거야. 어느 게 더 나은 삶일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금붕어가 원하는 것처럼 어항처럼 안전하면서 대양을 마음껏 돌아다닐 수있는 바다는 없다는거지. 직장도 마찬가지야! 자기 마음에 꼭 드는 직장이란 없어. 그래서 선택이란 항상 제한이 있는거야. 상대적으로 연봉이 높지만 덜 좋은 직장에 가면 그 연봉으로 자신의 삶을 좀 더 즐길 만한 ‘꺼리’를 찾아보면 되고, 더 좋아하는 직장에 갔으면 그 만큼 직장생활을 더 즐기려고 노력하면 되는 거야.



시작도 중요하지만, 나머지 전체 인생을 ‘어떻게 사는 가?’하는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하고.



사진 : http://www.jobkorea.co.kr/starter/live/Live_view.asp?View_I_No=56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