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어의 이익은 나의 이익에 앞선다.

바이어의 이익은 나의 이익에 앞선다
1995년부터 내 장사를 시작하였으니 벌써 17년이 다 되어 간다.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는 데, 그 중에서 가장 기분이 좋은 일이라면 무역을 하고 싶어하는 젊은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자주 있다는 것이다. 현재 내가 운영하는 ‘무역무작정따라하기’기 카페의 모임 회원들이 그들이다. 젊고 패기가 있지만, 무역이 무엇인지,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도 막막한 그들이 나의 책을 읽고 뭔가를 더 묻고 싶을 때 나의 카페에 들어온다. 그러면 그들과 한달에 한번정도 소주를 앞에 놓고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데, 가끔은 해외 바이어를 만나야 하는 데,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지를 묻거나, 해외 바이어가 너무 이기적이어서 고민이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런 이야기는 코트라(KOTR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있으면서 해외 출장자들과 바이어 상담을 주선하는 일을 할 때도 자주 듣던 말이다. 그럼 나도 덩달아서 ‘지가 아무리 바이어도 그렇지, 내 생각도 해주면서 상담을 해야지, 자기 생각만하면 안되지!’하고 같이 흥분하곤 하였다.



그런데 지금와서 보면 내 입장에서만 본 바이와의 상담장면이었다. 비즈니스란 언제나 모두의 이익이 있어야 진행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상대의 이익을 줄이려는 노력은 상대에게 너무 빤히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바이어도 바보는 아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바이어도 왠만큼은 안다. 왜냐하면 일단 바이어도 사람인지라 상대의 눈치를 읽을 수가 있다. 게다가 자신의 업계에서 상당한 경험을 쌓고오 있고, 규모도 되는 경우가 많아 처음 몇 마디를 나누다 보면 서로간의 속이 읽고 읽히게 된다. 그런데 대부분 내가 보아온 세일즈맨들은 자신을 상대보다 높이보고, 자신의 제품에 대한 지나친 자부심을 갖고 대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하지만 바이어를 상대하기 위하여는 많은 준비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이제 막 처음으로 바이어를 상대하게 되는 사람들은 그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갖고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 들이 우선 준비해야 할 사항들, 선물. 샘플. 옷차림등 내가 아는 한에서 설명을 해주곤 한다.



그 중에서도 우선적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은 ‘나의 이익보다 바이어의 이익이 앞선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바이어의 이익이 없다면 나의 이익도 없기 때문이다. 나의 제품이 아무리 좋고, 가격이 적당하다고 하여도 바이어가 나의 제품으로 인하여 얻을 이익이 없다면, 나의 제품을 사지 않는다. 현장에서 경험해 본바로는 대다수의 해외 출장자들은 지나치게 자기 위주의 생각을 한다. 그리고 최대한 가격을 높게 받아서 자기 회사의 이익을 높이는 데만 골몰한다. 하지만 바이어도 어리석지 않다. 왠만한 제품은 바이어도 한국과 중국의 생산코스트를 알고 있다. 그런데 디자인이 약간 다르다고 가격을 높게 부르거나, 높은 수량의 ‘최소 주문량’을 요구한다면 바이어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은 당연하다. 그들이 자기 위주의 협상을 하려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바이어를 만나기 전에 어떻게 하면 나의 이익을 최대한 높일 수있을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었거나, 아주 단기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 내가 바이어와 상담을 하기 위하여 마주 앉았다고 상상을 해보자. 그럼 우선 나의 샘플을 꺼내놓고 카다로그등 홍보자료를 꺼내놓을 것이다. 그리고 바이어와 한두마디 가벼운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바로 상담으로 들어간다. 우선 내 자료는 나에 관한 것밖에 없다. 회사소개, 제품소개등. 일반적인 가격표는 내놓지만, 내가 받아야할 가격의 마지노선은 머리 속에 있다. 그런데 바이어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오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내가 어느 정도의 가격을 받았을 때 우리 회사의 이익은 이정도가 될 것이다라는 속셈은 하고 오지만, 나하고 거래했을 때 바이어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우선 바이어는 나만을 상대하는 게 아니다. 나말고 다른 한국 출장자를 만날 것이고, 한국 출장자말고도 중국, 베트남, 일본등에서 오는 사람들도 만날 것이다. 거기에서 단지 가격과 품질만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이미 지고 들어가는 게임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나하고 거래했을 때 바이어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란 무엇인가?’를 말해주어야 한다. ‘중국보다 비싸지만, 일본제품보다는 품질이 좀 떨어지고 인지도가 낮지만, 그래도 나하고 거래하면 이런 이익이 있다’ 고 말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설령 나의 제품이 중국것보다 싸고 일본 것보다 품질이 좋아도 바이어가 나로 인하여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적다면 거래는 성사되지 않는다. 그런데 막상 앉아서 보다보면 상담자들은 그저 일본것보다는 싸고, 중국것보다는 품질이 좋다는 말을 하는 게 전부이다. 그렇다고 중국것보다 아주 품질이 월등하지도, 일본 것보다 아주 싸지도 않다. 설령 그렇더라도 바이어는 자신의 거래선을 잘 바꾸려하지 않는다. 조그만 차이로 거래선을 바꾸었다가 뭔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보다 가격이라는 게 절대적인 변수는 아니라는 것이다. 가격도 좋고 품질도 좋지만 거래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도 비즈니스의 커다란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럼 나는 어떻게 했냐고 물으신다면.

나는 이제까지 핀란드, 독일 카나다의 바이어들과 1999년도부터 거래를 계속했다. 발가락양말을 한국에서 생산하면서 유럽으로 수출하고 홈 페이지도 비슷하게 만들고, 모두다 Feelmax라는 브랜드를 사용했다. 그럼 누가 보아도 내가 한국에서 만들고 유럽에서 판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는 끊임없이 나의 바이어들에게 이메일을 보낸다. 자기네가 더 싸고 좋은 제품을 공급할 수있으니까 거래선을 바꾸는 게 어떻냐고. 그렇지만 우리는 10년도 넘게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들은 나를 믿고 내가 관계의 유지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으면, 그 것이 그들에게도 이익이라는 것을 서로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래를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그들의 나로인한 어떤 이익을 가질 수있도록 노력하였고, 나는 그 것을 바탕으로 장기적이면서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려고 했다. 그게 언제나 새로운 바이어를 찾아 헤매는 것보다 이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간관계든, 비즈니스 관계든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게 되어있고, 나에게 이익을 주는 사람에게 나도 뭔가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상대를 고려하지 않고 내 이익만 우선하면 바이어도 자기 이익을 위하여 나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사진 : http://robbyk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