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를 알아야 하는 가?
(나를 알고 장사하자)
왜 나를 알아야 하는가?
난 사업을 하면 정말 잘 할 줄 알았다. 주변의 사장들도 많이 보았다. 그런데 그게 다 성공한 사장들만 본 것이다. kotra에서 업무상 만난 사람들은 당연히 성공하거나 성공하고 있는 사장들이었지, 실패하거나 어려워지고 있던 사장은 아니었다. 그런 사장들을 보면서 내가 그들보다 못할 것이 없다고 자신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냥 시작한 것도 아니고 1년간에 걸쳐서 사업계획서도 만들고 부모님과 장인에게 보내기도 할 정도로 나름 철저히 준비했다. 그 사업계획서에는 중남미의 자동차 부품시장과 전망, 한국 자동차의 낙관적 진출전략에 대하여 그림과 통계를 이용하여 수십페이지에 걸쳐 나름대로 철저히 준비했다. 그런데 그 두툼한 사업계획서에 시장, 경쟁자등에 대한 온갖 정보를 정리해넣었지만, 정작 내가 이 사업을 하기에 적당한 성격과 능력, 의지를 가지고 있는 지에 대한 분석은 없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성공하고 실패한 많은 사장들을 보았다. 그런데 성공이나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 것은 언제나 ‘사장이 잘해서 그렇다’, ‘사장에 문제가 있었어’, ‘사장이 판단을 잘못했어’ 등등 언제나 사장이 가장 중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장 자신에 대한 분석은 그리 많지 않았다. 분석은 언제나 시장, 거시경제, 소비자등 외생 변수에 대한 것들 뿐이었다.



왜 그럴까? 그건 분명히 수치화하고 두루뭉실한 어구로 마무리할 수있는 시장조사서와는 달리 파악하기 애매한 점도 많고 평가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내가 좋은 아버지일 수는 있지만, 나쁜 남편일 수있으며, 좋은 상관이기는 하지만 나쁜 부하일 수도 있다. 그래서 시장조사를 통해서 시장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만, 한 인간의 성격이나 삶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면 한때는 세계를 정복할 것만 같았던 대우의 김우중회장만해도 그렇다. 그는 남들이 신경쓰지 않고, 정치적인 장벽 때문에 접근할 엄두도 내지 못했던 베트남이나 중앙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앞장서서 개척했다. 그런 과정에서 그는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말로 젊은이들의 희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한국에서 IMF 외환위기 사태가 나자 대우의 과도한 채무가 문제되면서 대우는 몰락을 한다. 그 이후 그는 ‘사기꾼’, ‘고집불통’,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등등으로 폄하되고 있다. 이처럼 사람에 대한 평가는 보는 관점에 따라, 시대에 따라 급격하게 변한다. 그래서 사업에 대한 정의는 하면서도, 사장에 될 사람의 능력이나 성격을 정의하고 시작하는 경우는 드물다. 열길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그냥 나온게 아니다.



이에 비하여 사업의 정의는 너무 쉽다. 일단 내가 무슨 일을 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에서 내가 자신의 활동을 통해 시장에 제공하려는 가치와 이러한 가치를 제공하는 영역과 방식, 그리고 그 것을 통하여 나는 무엇을 얻으려고 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다. 별로 애매할 것도 없는 일이다. 보통 사업을 정의하기 위하여 4가지 요소를 꼽는다. Business Range (사업의 범위), ·Customer (고객의 설정), ·Competitor (경쟁자의 파악), Market (목표시장). 이 원칙에 따라 필맥스 사업의 정의를 내린다면 양말과 맨발신발(사업의 범위), 고객 (새로움을 추구하는 사람들), 경쟁자 (나이외의 다른 양말판매 및 생산업체), 목표시장 (발의 느낌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 한마디로 하자면 ‘발의 행복이 세상의 행복’이다. 하지만 이 정의가 딱 정해진 것은 아니고, 또 필맥스의 사업분야가 단지 ‘발’에 관한 부분으로만 머물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변하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렇다는 말이다. 이미 한번은 너무 한 곳에 집중하다가 위험을 분산할 기회를 놓쳤다. 그렇다고 뭐든지 할 수있다고 할 정도로 힘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사업의 정의가 중요하기는 하다.

Xerox (제록스) : We make copying equipment.

(우리는 복사기계를 만든다)

위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제록스는 ‘복사 기계 생산’으로 자신의 사업분야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한정시킴으로써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그렇지만 기업은 자신의 자금력, 인적자원의 구성, 기술력등을 파악하면 할 수있는 일과 없는 일의 한계가 비교적 명확하게 나온다.



우리는 세상에 대하여 많은 것을 알고 있고 모르는 것은 시장조사를 통해 시장규모, 성격, 추세, 유행등을 알아낼 수있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은 사람에 대하여 특히 자기 자신에 대하여 모른다. 집합적인 군중의 성격은 파악이 쉬우나 개별적인 인간에 대하여는 파악하기에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시장의 정의, 사업의 정의등 객체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는 쉬우나 사장, 즉 주체에 대한 정의는 커녕 일을 망치고 나서야, 또는 성공하고 나서야 자신에게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면이 있음을 아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서는 나에게 그런 면이 있었다면 좀 새롭게 사업을 했을 거라는, 내지는 아예 사업을 시작하지도 않았을 거라는 말을 하는 사장들이 많다.



‘나는 누굴까?’,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무엇을 하기위하여 태어났을까?’

이런 질문에 답할 수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런 종류의 질문을 하려면 아마도 모든 철학책을 읽어도 부족할 것이다. 아마 이런 식으로 답할 수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우주이고, 나는 나의 의지로 무엇이든 할 수있다.’ 정말 그럴까? 인간이 정말 그렇게 무한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전능한 존재일까? 그런 류의 대답은 아마도 세상에 막 뛰어들기 시작한 젊은 이들의 용기를 고취시키기 위한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식의 대화를 할 때는 가능하지만, 자기의 인생을 걸고 남의 인생까지 책임져야 하는 사장이 스스로에게 대답하기에는 너무나 덧없는 말이다.



어쩌면 나 자신은 중요하지 않고 내가 선택하거나 나에게 주어진 사업에 따라서 나를 맞추어 가야하는 것은 아닐까? 사실 나만해도 그렇다. 사업을 하겠다고 선택한 것은 나이다. 그리고 처음에 자동차 부품을 선택한 것도 나이다. 하지만 그 이후의 일은 내가 선택하였다기 보다는 주어지는 상황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했지, 내가 화장품 기계, 철강수출, 발가락양말, 맨발신발, 책쓰기등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어느 하나도 내가 꿈에라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일들이다. 실제로 일의 성격도 자동차부품은 단순 오퍼상, 화장품 기계는 세미 프리랜서 오퍼상, 발가락양말은 제조수출, 맨발신발은 수입 및 내수 마케팅으로 각각이 매우 다르다. 이처럼 매우 다른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사장의 능력이나 성격, 그리고 사람 자체에 대한 정의는 일정하지 않다. 예를 들면 단순오퍼상의 경우 해외 바이어와 국내 공급처간의 사이에서 원활한 가격과 수량의 조절능력이 필요하고, 세미프리랜서의 경우는 해당 제품에 대한 독자적인 가격설정을 위한 전문적인 능력과 시장개척 능력이 필요했고, 내수 마케팅은 국내 시장에 대한 개척능력이 필요로 한다. 이렇다보니 사장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사업에 대한 정의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그리고서는 ‘과연 나는 저런 사업을 감당할 만한 능력이 있을까?’하는 판단이 중요하다. 하지만 일을 하다보면 항상 새로운 일이 터지고, 생긴다. 그 때마다 나는 새로운 능력을 필요로 하고, 새롭게 세상을 보는 눈이 필요하고, 새로운 성격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럼 이런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과연 나는 카멜레온처럼 잘 변할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에 자기에 대한 성찰을 하지 않고 사업을 시작하는 더 큰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장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가 날 것이다. 시장에서 사장으로 적합한 것으로 평가를 받은 사장은 전체의 10%도 되지 않는다. 그게 두려운 거다. 하기는 해야겠는데, 부적합 판정이 날까봐 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하기사 사람나고 돈낳고, 돈낳고 시장이 생겼고, 시장이 생기고 사장이 생겼다. 옛날이야 왕후장상의 씨앗이 따로 있었지만, 지금이야 선거만 잘하면 국회의원도 되고 대통령도 되는 세상이다. 사장의 씨앗이 따로 있다는 말도 없다. 누구는 태어나면서부터 사장이야, 깟거 회전의자에 앉으면 나도 사장이지. 맞는 말이다. 수많은 구멍가게에 걸려있는 말처럼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나중은 창대하리라’를 기대할 지 모르지만, 실제로 시장에서 ‘그래 너야말로 사장감이었어!, 정말 반가워’하고 받아주는 사장은 고작 10%도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경우는 사장으로 부적합 판정이 나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그 판정이 두려워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는 것은 아닐까?



그럼 나는?

이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이미 이 바닥에 발담근지 17년. 내가 사장감인지 아닌 지보다는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남처럼 삼성같은 것을 아이들에게 하나씩 넘겨주어야 한다는 게 나에 대한 나의 판단이다. 설사 이제와서 사장감이 아니라고 판정이 난들 내가 무엇을 하겠는가? 다만, 나를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지 않고 내 능력 그대로 일을 해가려고 노력할 뿐이다.



사진 출처 : http://blog.naver.com/kcm8352/401341565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