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은 정치가, 증폭은 언론이



오늘의 투표는 정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단순히 아이들의 점심 걱정이 아니라 그 저변에 깔린 각 정당의 노선의 차이로 인한 것은 분명하다. 다만, 그 것을 누가 더 아이들을 생각하는 가로 포장했을 뿐이다. 그런 면에서 어느 새 정치인이 된 교육감이라는 자리도 새삼스러워 보인다.



이번 투표는 오시장이 무엇을 잃었다기 보다는 밑져야 본전일 수도 있다. 서울시의 조례통과 건수를 보면 오시장이 낸 조례의 통과 건수는 0%인데 비하여, 곽교육감의 통과율은 100%이다. 어느 모로 보다 상식적이지 않다. 어느 쪽에서 보면 의회 의원의 다수를 뽑아준 시민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하지만, 오시장도 같은 과정을 거쳐야 다수결의 원칙으로 선택된 사람이다. 지금 서울의 시정운영 현황은 투표이전부터 이미 오시장의 미이라화가 되어 있었고, 오시장으로서는 더 잃을 것도 없다. 그렇지만 투표에서 오시장의 제안이 찬성으로 나타난다면 그나마 숨구멍이 트일 것이라고 기대했을 수도 있지만, 애초부터 별 가망이 없었던 게임이다. 투표이전에 이미 서울시 행정분야와 의회분야의 관계가 상식을 벗어난 혼돈의 상태에 있다.



“유머하나, 어느날 의사, 건축가, 정치인 셋이서 서로 자기의 직업이 오래되었다고 주장을 하는데, 의사는 자기들이 아담의 갈비뼈를 떼어내어 이브를 만들었기 때문에 최고로 오래된 직업이다…건축가는 건축가가 천지창조를 했다…그 얘기를 듣고 있던 정치가 왈 천지창조 이전에 혼돈이 있었는데 그걸 만든 사람이 정치인들이야…ㅋㅋ요즈음 서울의 무상급식 논란 과연 혼돈 그자체 입니다.ㅠㅠ (출처 : http://blog.daum.net/riverds/62)”



정말 정치인들의 자기네말로 아이들 밥먹는 것으로 시작한 것이 한국의 모든 정치를 혼돈으로 빠트렸다. 어쩌면 정치인들은 그냥 그 정도로 끝냈으면 서로 덜 골치가 아팠을 수도 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 투표가 서울시장에 대한 신임을 묻는 정도로 갔을까? 내가 보기에는 언론이 몰고 간 것이다. 불과 7월에만 해도 서울시장의 신임을 묻는가에 대한 기사는 별로 없었다. 그런데 8월 들어서면서 언론에서 오세훈시장의 거취 표명이 다가온 것처럼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오세훈 시장의 선택권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속으로 보면 거취표명을 강요한 것이고, 그 것은 서울시장에 대한 신임 여부말고는 별 다른 수가 없었다. 어쩌면 오시장으로서는 거기까지 갈 생각은 없었고 다만 무상급식 여부만 물어볼 작정이었을 지도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다.



이번 투표 결과를 보면서 정치야 원래 그렇다지만, 언론의 추측성 기사가 무엇을 의도하는 지 잘 봐야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리고 그게 일관성이 없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무현대통령이 재임당시 지지율 10%에도 못 미쳤을 때 보여주었던 모든 언론들의 기사를 돌이켜 보면, 요즘들어 그가 왜 다시 높이 평가되어야 하는 지를 의문을 품게된다. 아마 언론사들의 기자들이 바뀌었거나, 그러한 신문사의 가치관이 바뀌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이버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는 ‘디지털 리터러시’만큼이나, 언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는 ‘미디어 리터러시’가 더욱 필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