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화엄사에서 만나 뿌리 깊은 나무들...
버스를 타고 화엄사 입구에서 내리니 지리산이다. 그 유명한 지리산을 비로소 이제야 직접 찾아 온 것이다. 내 마음속의 지리산은 깊고 깊은 신비한 기운에 쌓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2월이란 계절은 메마르고 지친 겨울 모습이었다. 좀더 일찍 왔다면 하얀 눈으로 덮인 설경의 신비를 만날 수 있었을텐데. 인적이 뜸한 곳에서 조용한 명상과 상념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좋았지만 생명력 넘치는 장면을 담고자 한 것은 욕심이었다.
지리산 화엄사에서 만나 뿌리 깊은 나무들...
지리산 화엄사 계곡의 나무들은 긴 겨울 혹한을 견뎌낸 자부심으로 수런대며 다가오는 춘삼월에 화사한 모습으로 피어날 궁리를 하고 있었다. 지리산 초입의 화엄사는 유명세 만큼 규모와 화려함에서 빼어났으나 중장비 소리와 함께 요란하게 진행되는 시설확충 공사로 어수선했다. 깊고 신비한 경건함에 쌓인 종교 유적지를 기대한 나로선 다소 상심이 되었다. 노고단 정상까지 다니는 버스도 겨울에는 통행이 중단되 4월에야 다시 통행을 시작한다고 하였다. 시간의 여유만큼 욕심을 비우고 지리산을 올라가 섬진강 줄기며 인근을 조망하며 지리산의 산세를 감상하였다. 처음으로 지리산을 방문한 내게는 모든 풍경이 다 새롭고 2월의 황량함속에서도 다가오는 봄의 왕성한 생명력이 느껴졌다.
지리산 화엄사에서 만나 뿌리 깊은 나무들...
내려오며 수령이 오래된 큰 나무들을 카메라에 담으려다 한번에 담기지 않는 크기로 인해 애를 쓰다 부분만 담아 보았다. 어찌 저리 오랜 세월을 견디며 살아갈까 싶어 부러운 마음으로 나무들을 살펴보았다. 한 나무에서 반쯤 드러난 뿌리를 보니 여러 갈래의 굵고 가는 잔가지들이 대지를 향해 치열하게 뻗어있었다. 그 간절함이 사뭇 마음에 와 닿았다. 자신을 지탱하고 살아가는데 필요할 양분을 흡수하기 위한 치열한 수고와 갸륵함에 미소가 머금어졌다.

여행을 통해 자연에 담긴 생명의 신비와 진리를 발견하리라 생각했는데 이 또한 진리다 싶었다. 지혜를 얻었다는 뿌듯한 마음으로 지리산 초입에 맡겨놓은 짐을 찾아 등에 메고 아랫마을까지 걸어서 내려가기로 했다.
지리산 화엄사에서 만나 뿌리 깊은 나무들...
원래는 더 느리게 걷고 더 가까이 다가가 오랫동안 찬찬히 살펴보려는 생각으로 나온 여행이었다.하지만 첫 여행이라 더 많이 보고 싶은 욕심이 다스려지지 않았다. 지리산 아랫마을을 둘러보며 도시와 다른 풍경이 주는 평온한 느낌에 무거운 짐과 발걸음의 수고도 잊고 마음과 눈을 정겨운 느낌으로 채웠다. 지리산 아랫마을에는 곧 밤이 찾아올 것이고 밤에는 늦지 않게 다음 예정지로 출발해야 하기에 걸음을 재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