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년이다. 토끼처럼 날쌔고 영민한 한해 맞이의 상쾌한 시작점이다.
모두들 부푼 가슴을 안고 거창한 한해 설계를 했을 것이다. 늘 그렇듯이 올 한해 부자 되게 해달라는 ‘대박의 꿈’을 감초처럼 곁들여서…….

새로운 변화, 새로운 출발을 향한 계획은 꼭 필요하고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제발 너무 중장기 계획처럼 긴 한해 설계는 하지 않도록 하자. 중장기 계획은 언제나 무리수가 뒤따르고 욕심만 앞서게 된다. 그러다 보니 두리뭉술, 허허실실 뜬구름 잡는 공약만 남발한다. 당장 한치앞도 예측하기 힘들고 한달, 아니 적게는 하루를 사는 것에도 무수한 변수가 존재하거늘 그 형식적인 중장기 계획이 무슨 큰 의미를 던져줄 수 있단 말인가?

중장기 계획보다는 단기 계획, 단타계획을 세워보자. 하루계획, 주간 계획, 월간계획 등등…… 좀 길어진다면 분기계획정도가 어떨까 싶다. 우리가 연초에 누구를 만나 약속을 할 때 “올해 가기전에 한번 보자”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 말은 신뢰감이 없다. 그저 “ 우리 언제 한번 밥 먹자”와 같은 형식적인 말이다. “다음주 목요일에 만나자” 이렇게 해야 신뢰감이 있다. 이렇듯 중장기 계획보다 단기 계획에 더 믿음이 간다.

기업들도 연초에 경영계획 설계에 분주하다. 중장기 청사진을 그럴싸 하게 제시한다. 그러면 뭐하나 하루 하루 허덕이며 살기 바쁜데. 중장기 계획 세워놓고 그 계획을 언제나 머릿속에 각인한 후 정신이 해이해질 때 마다 자신을 채찍질 하는 도구로 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게다가 그 중장기 계획은 세워놓은 후 매년마다 수정보완을 하지 않던가? 중장기 계획은 큰 그림으로서 가치가 있을 뿐 실행 논리로서는 그닥 추진체가 되지 못한다.

신묘년은 알차게 단타를 쳐보자. 홈런을 치겠다는 것보다는 안타를 자주 쳐서 진루를 잘해야 팬들이 더 좋아한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오늘은 기필고 뭘 해야지!’하는 계획부터 ‘이번주에는 꼭 이책을 읽어야지!’ ,‘이번 달에는 꼭 000를 만나야지!’라는 단기 계획을 실행 패키지 상품으로 만들어 움직여 보자. 재미도 있고 성취감도 있을 것이다.
재테크도 그렇다. 5년 적금 상품을 드는 사이 펀드 수익이 잘 될 때는 5년 정기 적금 금리를 한해에 달성할 수 있다. 5년후, 10년후 내집마련 계획은 또 그때 가봐야 아는 것이다.
이러한 중장기 계획은 지키지 못할 경우에도 패널티가 없다는 것이 맹점이어서 계획대로
실행해 내기란 거의 어렵다. 5년후 그 계획을 달성을 못하면 막대한 벌금을 묻는다던지 심지어 저승사자가 방문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한해 시작에 대단한 계획을 하고 못지키며 무기력하게 살다가 또 해가 넘어갈 때 다시 걸죽한 계획을 하고 또 해를 넘기며 아쉬워 하는 악순환만 되풀이 할 뿐이다. 그러니 그냥 단기에 충실하며 살자. 매월 일정한 월급을 꼬박 받는 게 낫고 어떤 때는 하루하루 일수 찍는 재미도 있는 것이다. 더구나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은 우리들에게 3년, 5년, 10년을 지긋이 기다릴 여유를 주질 않는다.

참으로 우스꽝스럽게 신묘년의 상징인 토끼도 단타의 대명사 이다. 토끼처럼 단타 행동은 오히려 우직 장타보다 귀염성 있고 사랑받는다. 주변 환경변화를 직시하며 토끼처럼 내가 더 유리하고 더 잘 될수 있는 곳으로 기민하게 뛰어다니는 올 한해가 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