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빙상경기연맹 그랑프리 5차대회 첫날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신기록을 냈다. 사람들은 열광했고 국내의 많은 팬들은 다음날 프리스케이팅에서 또다시 기록을 갱신할 것을 기대했다. 김연아에게의 높은 기대치는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부담감이 작용해서 일까? 김연아는 다음날 실수를 했다. 표정도 전날보다 밝지 않았다. 결국 대회 우승은 했지만 신기록은 남겨지지 못했다.
사람들은 1등은 당연한 것이었기에 세계신기록을 수립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더 크게 이야기하고 있다. 아마 김연아가 일등을 못했으면 비판을 받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매 대회마다 빙상경기의 기록을 갈아치워야 한다는 높은 관심과 기대때문에 김연아가 다음대회에서, 특히 동계올림픽 등에서 최고의 역량발휘를 할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이 앞선다.

기대치를 낮추어야 한다. 기대가 너무 높고 관심이 지나치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긴장감과 심리적 중압감에 오히려 낮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몇 달전부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고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던 기대주가 정작 대회에서 메달권조차 멀어진 경우를 우리는 수없이 보아왔고, 한 껏 부푼기대를 한몸에 받고 큰 자리, 중요한 자리에 앉은 사람이 보잘 것 없는 초라한 업무성적표를 낸 사례가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우등생 자녀에게 거는 엄마의 기대치가 높으면 높을 수록 수능날짜가 다가오면서 수능 준비생은 초조해 지게 되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높은 기대치는 상대적으로 성과를 저하시킬 수 있으니 기대를 하려면 차라리 격려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기대감에 연연 않는 기대 초월감을 지니도록 해야 한다.또한 높은 기대감을 가졌다가 나중에 겪게 되는 허탈과 실망감은 더 클 수 있다. 그냥 편하게 서로를 통해 즐기는 편안함을 가질 때 좋은 성과가 나오는 것이다.

필자가 강의를 다니면서도 가장 두려운 것은 바로 수준 높은 학습자들이 강사에게 던지는 높은 기대치이다. 그런 시선들은 ‘강의를 잘해야지’‘못하면 안되는데….’하는 심리적 부담감을 유발하여 유연한 강의진행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래서 필자는 강의 전에 항상 이야기 한다. 기대치를 낮추고 함께 즐기자고, 높은 눈높이를 제발 낮게 깔아달라고…… 그래서 유쾌한 강의를 만들어 간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혹시나 주위로부터 이러한 높은 기대감을 인식하고 있지는 않은 지 살펴보자. 상사가 나에게 거는 기대, 고객이 요구하는 기대치, 후배들이 바라보는 선배의 모범행동 기대치가 나를 반대로 옭아매어 업무수행에 낮은 수능등급을 매겨줄지도 모른다.

기대가 무슨 목표와 비전이라고 항변하는 사람이 있는데 낱말 뜻부터 다시 학습하기 바란다. 기대치를 낮추라는 것이 기대자체를 포기하라는 말도 아니다.

자 이제부터 아무리 기대유망주라도 그냥 내비두는 지혜를 갖도록 하자.
아님 그저 속으로만 기대하고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도록 하자. 스스로 알아서 최고의 성과를 냈을 때 그때 기대한 대로 되어 기쁘다고 칭찬하고 환호해 주면 된다.

나중에 물리학 책에 나오지 않을 까?
‘기대치와 성과는 반비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