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리적으로 자연재해가 매우 많은 나라다. 올 여름도 변함 없이 태풍이 몰아닥쳤다. 이번 주에도 초대형 태풍 너구리가 오키나와를 거쳐 규슈를 관통했다. 태풍이 지나간 곳은 35를 오르내리는 폭염으로 뜨겁다.

올 여름 일본인들은 공영방송인 NHK의 대하 드라마 ‘군사(軍師) 간베’를 보며 더위를 이기고 있다. 필자도 매주 일요일 저녁은 ‘간베’를 보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연초부터 시작한 대하드라마는 7월 들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국시대의 3대 영웅인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모두 등장했다. 전국시대는 오다를 거쳐 도요토미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금 주엔 일본 전국시대의 통일 초석을 놓은 천재 무장인 ‘오나 노부나가’의 죽음을 그린 ‘혼노지(本能寺)의 변’ 편이 방영된다. 오다는 기발한 발상과 과감한 결단력을 가진 리더로 평가받고 있다. 서양문물을 적극 수용해 무장 가운데 최초로 조총부대를 만들어 전국시대의 무질서를 평정한 오다 노부나가. 그런 그도 일본 통일을 눈 앞에 두고 부하의 배신으로 무너진다.

평소 오다로부터 소심하고 무능한 평가를 듣던 아케치 미쓰히데가 모반의 주인공이다. 아케치는 명령을 받고 적지로 향하던 도중 주군인 오다가 있던 교토의 혼노지로 말머리를 돌린다. 오다는 천하평정을 앞두고 방심하고 있었다. 먼 전쟁터에서 벌어지는 적군의 전력에만 신경을 곤두세웠다. 아군인 아케치가 창끝을 돌려 달려올지는 상상도 못했다. 심복인 도요토미 히데요시도 먼 전쟁터에 나가 있어 주군을 지켜주지 못했다.

결국 오다군은 아케치군의 막강한 전력 앞에 무너진다. 수백명의 오다의 정예 호위병사들도 수만명의 반란군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오다는 자신의 방심과 실책을 후회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사랑하는 오다의 부인은 반란군의 칼을 맞아 쓰러진다. 오다는 자신을 향해 몰려오는 반란군에게 최후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스스로 불길 속으로 들어가 장렬하게 최후를 마친다. “사나이 인생 50년을 중얼거리면서… ”

일본 역사에서 최고 영웅으로 꼽히는 오다의 죽음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적은 외부에 있지 않고 내부에 있다는 점이다. 한 나라건, 한 기업이건 정점에서 무너지는 계기는 ‘외부 위기’가 아닌 ‘내부 붕괴’에 있는 사례가 많다.

올 들어 한반도 주변 상황은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일본은 재무장을 서두르고, 미일 군사동맹은 강화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더 가까워지고, 일본과 북한은 화해 분위기다. 남북간 긴장 관계는 이어지고 있다. 한반도 주변 지형도의 급변 속에 국내 정치, 경제 상황은 녹녹치 않다. 국내 정치는 어지럽고, 경제 상황은 좋지 않다.

대한민국호는 외부의 위기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는가. 우리는 한반도에 위기가 없다고 너무 방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낙관보다 우려가 앞서는 마음이 기우이면 좋을 텐데.

한경닷컴 최인한 뉴스국장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