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미래를 알기는 어렵다. 특히 경제 전망은 예측이 불가능한 신의 영역이기도 하다. 지금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보통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 중 하나는 부동산 가격 전망일 것이다.

일본 경제의 궤적을 통해 한국의 부동산 가격을 감히 전망해 본다. 2006년 11월27일 커뮤니티에 올렸던 기사를 다시 한번 올려본다.**




##사건 1

다음달이면 경제 기자 생활 만 18년을 맞습니다.

그런 제가 요즘 집안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이유는 다름 아닌 강남 아파트 가격 때문입니다.

제 친 동생이 6년 쯤 전 서초구 잠원동에 27평짜리 조그만 아파트를 샀습니다.

당시 1억5000만 원 정도 주고 산 것으로 기억하는데 2,3년 전부터 계속 올랐습니다. 식구들은 언제 파느냐로 논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작년 초부터 저는 오를 만큼 올랐으니 팔고 시내에 환경 좋고 조금 넓은 곳으로 옮기라고 권했습니다.

작년 상반기 인가 호가가 5억 원을 돌파해 저는 지금이 꼭지점이라고 주장했으나 집안 노인들의 반대로 팔지 않았습니다. 자꾸 올라가는데 왜 파느냐는 논리입니다.

이 아파트는 최근 호가가 7억 원을 넘겼다고 합니다.

고시 공부하느라 30이 넘어 가장 실업생활을 4년 동안 했던 동생은 몇년간의 실직 기간을 충분히 보상 받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도 아파트 가격이 정상을 벗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집안에서 다소 체면을 구기긴 했지만 지금도 동생과 국제 전화 할 때 마다 임자 만나면 팔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사건 2

한국이 외환 위기를 맞은 1997년 초부터 1999년 초까지 2년간 증권부에서 증권거래소 출입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주식에 대해 깊은 지식은 없었으나 외환위기 직전 1997년 여름부터 주가가 슬금슬금 빠지기 시작해 장중 300선이 깨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외환위기가 다소 수습되고 해외 단기 투기 자금이 몰려들면서 주가는 미친 듯이 뛰어 1년이 안돼 1200선을 넘었습니다.

당시 증권업계에선 한국이 이제 새로운 성장 단계로 접어들어 주가가 2000, 3000 선을 넘을 날이 멀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컸습니다.

바이코리아 펀드로 유명세를 탔던 H증권사 사장은 출입 기자들에게 주식을 사는 게 좋다고 권하기도 했습니다. 저도 당시 증권 업계 말을 믿고 한국 주가에 대한 장미및 주가 기사를 남발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부끄러운 기억 입니다.



#사건 3

외환위기 전후에 국내 유명 신문사의 경제부 부장으로 근무했던 선배가 있었습니다.언론계에서도 알아주는 실력에다 인품마저 훌륭해 회사 내는 물론 타사 후배들로부터도 존경을 받던 경제부 기자였습니다.

외환위기가 지난 후 몇년 뒤 이 선배로부터 술자리에서 참회의 말을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외환위기 이전 부터 수년째 누적된 경상 적자,한국경제의 소비 과열 등 경고음은 분명히 있었다. 다만 당시 분위기에 도취해 알아채지 못했으며 일부 전문가의 지적이 있었으나 용기가 없어 경고 기사를 쓰지 못했다고 고백 했습니다.”

경제는 물론이거니와 사람 인생도 정점에 있을 때는 정점인지 모릅니다. 위로 올라 갈 때는 더 올라 갈 것으로 모두가 알고 있지요.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그 때가 꼭지였다는 것을 결과적으로 알뿐 입니다.



#사건 4

일본에 떨어져 살지만 금년 여름부터 한국의 부동산 가격 폭등(정확히는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에 대해 얘기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특파원이나 주재원 동료 중에서 귀국을 앞두고 희비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리를 해서 아파트를 사두고 나온 사람과 집을 팔아 전세를 주고 주식 투자를 하거나 은행에 맡겨 둔 사람과는 3,4년 만에 인생이 완전히 달라진 것 같습니다.

가끔 서울에서 온 사람들과 토론을 벌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본의 버블 붕괴 과정을 들어 강남 아파트 가격이 멀지 않아 붕괴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하면 큰 목소리로 반론을 펴는 사람이 많습니다. 전후 사정을 들어보면 강남에 살거나,최근에 강남에 아파트를 샀거나,아니면 앞으로 사고 싶은 사람들 이었습니다.

제 주변에도 최근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서울에 아파트를 산 사람을 많이 봤습니다. 자기 자본을 50%도 갖지 않고 은행 대출을 받아 사는 경우도 수두룩 합니다. 원금 상환 계획도 없이 그저 오를 것을 기대해 이자로만 월급의 3분의 1이상을 내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도 버블 경제기에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물론 일본에선 기업들이 부동산 투자를 주도 한 것이 다른 점입니다.

일본은 1980년대 버블 경제를 거친 뒤 1991년 초부터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경기 회복세로 도쿄 나고야 오사카 등 3대 도시권의 공시 지가는 올랐지만 전국적으로는 가격 하락이 16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버블 붕괴는 정말 무섭습니다.

한번 꺼지면 회복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세계 2대 경제대국인 일본,축적된 자본과 기술,돈을 가진 일본도 회복하는 데 15년이 걸렸습니다.



버블 붕괴는 개인 실패의 문제가아닙니다.국가 존망이 달린 문제입니다.

개인 투자가는 물론 한국경제 앞날을 위해서도 더 이상 버블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참고로 저는 강남에 살지는 않습니다.그러나 종로구 광화문 뒤의 교통 좋은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7년 만에 아파트 가격이 2.5배 가량 올라 부동산 버블 혜택을 본 편에 속한다고 하겠습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