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여름,이열치열로 더위를 이기는 일본인들>

필자도 더위를 꽤 타는 편이었다.하지만 일본에서 4년 남짓 살고난 뒤 더위에 강해졌다.올 여름 지인들로부터 너무 더워 견디기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일주일 정도 빼고나면 못 견딜 정도의 더위는 아니었던 것 같다.아무래도 일본의 폭염을 겪으면서 단련이 된 덕분일 것이다.

일본의 여름은 덥고 길다.도쿄나 오사카를 기준으로 보면 보통 4월부터 9월 말까지는 30도를 넘는다.우리나라에서야 삼복지간만 지나면 아침,저녁엔 크게 덥지 않다.하지만 일본은 다르다.
7,8월 두 달정도는 새벽에도 30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날이 많다.잠시만 밖에 나가도 옷이 젖는 것은 물론 머리가 어질어질한 경우도 있다.아스팔트가 너무 뜨거워져 정말 발바닥이 따가웠던 적도 있었다.

올해도 일본은 ‘역사적인 폭염’에 시달렸다.이달 초 일본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올 여름(6∼8월) 평균 기온이 평년 기온(1971∼2000년의 여름 평균 기온)을 1.64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도쿄의 경우 최고 기온이 35도를 넘은 날이 이어졌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더웠던 해는 1994년으로 이 때는 평년기온보다 1.36도 높았다.올 여름 기온은 1994년보다 높은 것은 물론 통계를 내기 시작한 1898년 이후 가장 더웠다.더위에 악하다면 여름철에는 일본에 가지 않는 게 좋다.

일본에 살면서 뜨거운 여름철에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마츠리(祭り)’가 열려 의아해했던 기억이 있다.연일 35도 안팎으로 치솟아 그냥 앉아 있어도 더운데 기모노 등 전통 의상을 입고 온갖 놀이를 하는 일본인들이 신기했다.
몇 년을 살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집단으로 놀이를 즐기면서 더운 여름을 이겨내려는 삶의 지혜가 담겨있었던 것이다.마츠리를 통해 전통 문화도 잘 보존돼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마츠리’란 쉽게 말해 ‘축제’를 의미한다.마을이나 지역 단위로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연중 행사로,경사스럽고 축하하는 내용의 종교적인 의식에서 출발했다.
일본에는 일년 내내 마츠리가 없는 날이 없다고 할정도로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형태의 마츠리가 열린다.필자가 살았던 도쿄 신주쿠의 동네에서 가장 더운 8월 중순에 동네 축제가 열리곤 했다.

일본에서는 교토의 기온 마츠리가 특히 유명하다.역사가 살아 숨쉬는 고도인 교토에서 이루어지는 마츠리로 매년 7월 16일과 17일에 진행된다.
헌 책방 거리로 유명한 도쿄 간다 지역에서 열리는 ‘간다 마츠리’와 오사카의 ‘덴진 마츠리’도 전국 3대 축제로 꼽힌다.더운 여름에 일본에 여행을 간다면 이왕이면 마츠리가 열리는 교토나 오사카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우리사람들은 한국인들의 강점으로 ‘은근’ 과 ‘끈기’를 꼽는다.하지만 한국보다 훨씬 길고 더운 여름을 잘 이겨내는 일본인들도 ‘참을성’에 관한한 우리나라 사람들과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여름 더위나 매년 닥쳐오는 태풍을 놓고 보면 자연환경에선 한국이 일본보다 훨씬 좋은 게 사실이다.‘삼천리 금수강산’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조상님들 덕분에 좋은 국토를 이어받은 만큼 한국이 일본에 뒤질 자연적 이유는 없다.우리가 하기에 따라 일본을 앞서는 국가가 될 자연 조건과 잠재력은 얼마든지 있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