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이후 9개월 만에 일본에 다녀왔습니다.
연초부터 외신을 통해 일본경제가 디플레에 빠졌고 경기 침체가 심각하다는 뉴스를 많이 들었으나 현장에 가 본 결과 다소 다른 감을 느꼈습니다.
봄이 되면서 서서히 소비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물론 상당수 업체들은 아직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지만 불황기를 이용해 떼 돈을 버는 업체들도 많았습니다.
올 하반기부터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꽤 있었습니다.불황기에도 새로운 비즈니스로 성공 신화를 쓰고 있는 3개 업체를 취재하고 왔습니다.
소개해 드립니다.

도쿄시내 니혼바시에 있는 고고그룹 본사에 들어서자 입구에서부터 왁자지껄해 활기가 느껴진다.요즘 일본 TV와 신문에서 맛집으로 여러차례 소개되면서 한창 인기가 치솟고 있는 카레 프랜차이즈 업체로 가맹점을 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이 연일 장사진을 치고 있다.

“불황이라고 하는데 실감나지 않습니다.지난해에도 매출이 10% 이상 늘었습니다.” 모리야마 히로카즈 사장은 “경기가 나쁘다고 하는 것은 핑계가 되지 않는다”면서 “품질 좋고 가격은 저렴하면 소비시장은 얼마든지 있어 불황기는 오히려 사업 확대 기회”라며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일본경제가 디플레에 빠질 만큼 위축된 상황이지만 프랜차이즈 업계에는 새로운 영웅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자신만의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시장을 리드하는 업체들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 초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

지난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성장률(점포수 기준) 1위를 기록한 ‘미스터 무시빵’ ‘카페드크리’ ‘고고카레 ’등 3개 업체의 성공 비결을 소개한다.

◆미스터무시빵,웰빙 이미지로 돌풍

지난 30일 오후 찾은 메지로 도리(거리)에 있는 미스터무시빵 메지로점은 4평 남짓한 소형 매장이지만 장바구니를 든 주부들과행인 등 10여명이 뒤섞여 계산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을 연지 한 달 밖에 안됐으나 건강식에다 맛도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4명의 종업원들이 만들기 바쁘게 팔려나가고 있다.
무시빵은 일본산 밀을 재료로 사용해 만든 빵으로 구을 때 버터나 기름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증기로 쪄내는 게 특징이다.겉보기에는 우리나라에도 예전이 집에서 만들어 먹던 술빵같은 형태다.
밀가루 등으로 반죽한 생지 속에는 팥 안꼬를 넣었고 외부엔 호박,딸기,고구마 등 제철의 과일과 야채를 보기 좋게 얹었다.작은 주먹만한 크기의 빵은 개당 140∼160엔(약 1680∼1920원) 정도로 하루 1500개 이상 팔리고 있다.월 매출은 500만 선으로 순익도 100만엔 정도다.

명문 고베대 화학과를 졸업한 와타나베 유스케 사장은 건강에 좋고 맛도 있는 전통빵을 개발한다는 집념아래 10여년간 매달러 무시빵을 개발했다.
와타나베 사장은 “일본의 전통 빵을 현대화한다는 전략이 주효했다”면서 “젊은층에 국한된 햄버거나 도너츠와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모든 연령층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게 최대 강점”이라고 말했다.

미스터무시빵은 지난해 5월 가맹사업에 나선 뒤 10개월 만에 홋카이도부터 큐슈에 이르기까지 전국적으로 점포가 급증,지난달 말 150호점을 돌파했다.
프랜차이즈 업체 중 증가률에서 일본 최고 기록을 질주 중이다.일반 가맹점 보다 3배 가량 비싼 300만엔 정도의 가맹비를 받고 있으나 예비 창업자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와타나베 사장은 인터넷 판매와 관련해 “당일 만든 빵만을 판다는 방침이어서 인터넷 판매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며 “인터넷 판매를 하면 가맹점들의 매출도 줄어들게 된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카페드크리 차별화 상품 주효

일본 내 카페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7위인 카페드크리는 불황속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1994년 론칭 이후 매년 10여개씩 늘어나 3월 현재 150호점을 돌파했다.
올들어 신규점난도 5개가 늘어났다.1위인 도투루 등이 고전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2009회계연도에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15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카페드크리의 최대 강점은 차별화된 상품력이다.미국풍의 카페를 지향하는 경쟁사들과 달리 인테리어를 클래식한 유럽풍으로 꾸몄고 호지차 등 일본 전통차를 밀크 등과 섞어 만든 다양한 신제품을 차를 선보여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케이크 등 다양한 간식용 제품도 매달 새롭게 선보여 특히 젊은 여성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가격은 스타벅스 등 외국계 경쟁사보다 20% 가량 낮은 저가 정책을 써 주머니가 얇아진 소비자들을 파고들고 있다.

이누마 히로시 사장은 “여성층이 대화하고 즐기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콘셉트 아래 전략을 짠 게 주효했다” 며 “커피전문점은 경쟁이 치열한 만큼 새로운 소비층을 끌어들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고카레 국내산 식자재로 승부/정신무장,서비스 마인드

카레 업계 2위인 ‘고고카레’는 요즘 일본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가장 화제를 모으고 있는 업체다.올들어서도 두자릿수 매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가 창업 6년째로 매장수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31개다.직영점 비중도 높아 종업원 수만도 420명에 달한다.고고카페의 경쟁력은 신선한 식자재와 수제로 만드는 음식맛이다.‘품질 대비 가격 만족도’가 뛰어나 단골들이 늘어나는 게 실적 호조의 배경이라는 게 미야모리 사장의 설명이다.

이 업체는 물 좋고 산 좋기로 유명한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에서 직영하는 농장에서 식자재를 공수해와 사용한다.게다가 경쟁사와 달리 카레와 돈까스를 냉동이 아닌 매장에서 직접 주방장이 직접 제조해 독특한 손맛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카레는 이틀 동안 55단계의 제조 공정을 거쳐 만들고 있다.카레(기본형) 가격은 600엔으로 경쟁사보다 20% 가량 싸게 받고 있다.

미야모리 사장은 “이익보다는 소비자들과 직원들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목표로 사업을 하다 보니 예상 외로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며 “좋은 음식을 한국에 보급하기 위해 한국의 2개 외식업체와 제휴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불황이라고 모두 불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모두가 어려울 때야 말로 새로운 성공 신화가 만들어지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