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기간중 주변의 일본인 친구들로부터 인사를 많이 받았다.

한국은 대단하다는 얘기가 주류였다.

일본인들도 한국이 이젠 축구에서 한 수 위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듯 했다.

아쉽게도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한국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축구 강국임은 확인된 셈이다.

축구 시합을 지켜보면서 월드컵은 스포츠가 아니라 ‘전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가공할만한 현대 병기 덕분에 강대국간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대신 ‘축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토털 워(전면전)’가 벌어지고 있다.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지만 현대 사회에서 축구는 국력과 비례하는 측면이 많다.불과 10여년 전만해도 한국 선수들은 못먹고 자라 후반전만 되면 체력이 약하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실제로 후반전에 제대로 뛰지 못해 역전을 당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그러던 한국 선수들이 덩치가 큰 유럽 선수들에 체력에서 전혀 밀리지 않게 됐다.

이번 월드컵에서 각국의 축구 전문가들 조차 놀랄 정도로 한국 선수들은 강인한 체력을 과시했다.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다.

축구 뿐만 아니다.

요즘 일본 스포츠 시장은 한국 선수들이 휩쓸고 있다.

사실 일본에서 축구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뭐니뭐니 해도 일본의 ‘국기’는 야구다.

프로 야구 시합은 지역을 대표하는 대리전처럼 치열하다.

프로 야구 역사가 오래된 만큼 선수층도 두텁다.

웬만한 팀은 선수들이 100명을 넘는다.

이런 야구 본고장에서 이승엽 선수는 현재 홈런 24개로 1위를 달리고 있다.타율도 2위다.

외국인에 대해 배타적인 일본 땅에서 이 선수는 당당히 실력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야구 뿐만 아니다.

올해 일본 프로 여자골프에서 이지희 선수는 상금 랭킹 1위에 올라있다.

현대사회는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들이 영웅인 시대다.

그만큼 도전자도 많고 경쟁도 치열하다.

이러한 스포츠 시장에서 한국 선수들이 세계 각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한마디로 말해 한국인의 우수성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필자는 한국 선수들을 보면서 한국인은 역시 단기 승부에 강하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흔히 일본인의 기질로 사무라이 정신을 꼽지만 오히려 한국인이 더 사무라이 답다는 생각을 해본다.

역설적으로 한국인의 미덕으로 꼽히는 은근과 끈기는 일본인들이 훨씬 강하다는 느낌을 가질 때가 많다.

제조 현장에 매달려 땀방울을 흘리면서 열심히 제품을 만드는 일본의 장인들을 볼 때 그런 생각이 든다.

꾸준히 열심히 노력하는 면에서는 한국인이 일본인에 뒤지는 게 현실이다.

결론은 이렇다.

단기 승부는 한국인 강할 수도 있다.장기적으로 개발하고 궁리하는 면에서는 아무래도 우리 나라 사람들이 부족한 점이 많다.

이번 월드컵은 한국인의 저력을 보여준 좋은 계기가 됐다.

그러나 곰곰히 살펴보면 이만큼 한국이 세계시장에서 인정받게 된 것은 경제력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8강에 올라온 나라를 보더라도 대부분 유럽의 강국들이다.브라질의 경우 개인 소득은 높지 않지만 엄청난 땅과 자원을 가진 대국이다.

한국이 4년뒤 16강에 올라가려면 경제적으로 더 발전해야 한다.

그러려면 더 열심히 연구개발하고 신제품을 만들어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아야 한다.

스포츠도 마찬가지지만 경제에는 우연이 없다.

이젠 월드컵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다시 미래를 준비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