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한국내 비판 여론을 무릅쓰고 지난주 2박3일간 일본을 공식 방문하고 돌아갔다.

반장관은 귀국에 앞서 지난 주말 주일 특파원과 만난 자리에서 “사실 방일에 대해 가족 이나 친척들 사이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올 정도 였다”고 소개했다. 예정됐던 한일 외무장관 회담을 실행한데 대한 심적 부담감이 그만큼 컸음을 의미한다.

그는 방일을 결행한 배경에 대해 “양국 관계과 동북아 정세를 긴 안목으로 고려해 결단을 내렸다”고 고충을 피력했다.

반장관이 일본을 방문했던 지난 한주간은 공교롭게도 한국관련 뉴스가 쏟아진 한주 였다.

연초 독도 영유권과 일본 역사 교가서 검정 문제를 둘러싸고 고조됐던 양국간 긴장 관계가 다소 수그러들면서 일본내 한류 열기는 재연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개봉된 한국 영화 ‘와타시노 아타마노 나카노 케시고무(한국명 내 머리속의 지우개)’는 2주 연속 영화 차트 1위에 올라 한류팬들의 열기를 반영했다.

TV 연예 프로그램 이나 스포츠 신문 등은 열일 대서특필하고 있으며, 여주인공으로 나온 손예진은 일본에서 새로운 ‘히로인’으로 떠올랐다.

롯데가 구단주인 롯데마린스는 지난달 31년 만에 프로야구 재팬 시리즈에서 우승해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다.

‘롯데’와 ‘이승엽’은 전국적인 브랜드가 됐다.

홈구장 치바현의 롯데 관련 매장에서실시된 바겐세일에는 수만명이 몰려들어 물건이 동이 났고, 롯데검은 전국에서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한국관련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한류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일본에서 뿌리를 내린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 양국 회무장관 회담이 예정대로 성사돼 한류붐 지속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일본에 사는 90여만 재일교포들도 한국 정부가 국내 비난 여론을 감수하고 예정된 외무장관 회담을 성사시킨데 대해 안도하는 분위기다.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일본내 정치권 이나 언론들도 한국측 결단을 상당히 호의적으로 평가했다.

정부측은 한국인 한센병 환장의 보상 문제와 항구적인 비자 면제 조치 등에 전향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요미우리신문 등 보수 언론들도 이제는 야스쿠니신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3의 추도 시설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시기가 됐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처럼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가운데 지난 31일 단행된 고이즈미 총리의 내각 개편은 또 한번 한국인들을 실망시켰다.

한국 등 아시아 문제에 대해 강경파로 알려진 아베 신조 관방장관 이나 아소 타로 외무상이 중용돼 차기 총리감으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마찬가지로 이번 인사는 일본 지도자들의 속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사로 인한 한일간의 갈등을 하루아침에 속 시원하게 풀 묘책은 없다.

더구나 외교에는 상대가 있다.

강대국 일본과의 외교에서 한국측이 원하는 대로 100%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기 힘든 것도 현실이다.

그런면에서 반 장관의 이번 방일은 현실적 ‘성과’와 함께 명분에서 ‘실패’로도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일본과의 외교에서 한국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좀더 깊 은고민과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