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기업가로 가장 성공한 한국인을 꼽는다면 누구일까. 기준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나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한동안 매스컴의 관심권에서 비켜나 있던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 3월 하순 이후 다시 주목을 끌고있다. 재일교포 3세인 손사장은 1981년소프트뱅크를 설립, 야후재팬 등을 경영하는 일본 IT(정보통신) 업계의 선구자다. 이미 2000년초 미국 경제 잡지인 포천지로부터 세계 1백대 부호에 꼽힐 정도로 대단한 부를 거머쥔 인물이다.



손사장은 최근 일본내 최대 이슈가 된 일본방송을 둘러싼 인터넷 기업 라이브도아와 후지TV간 M&A(인수합병)전에서 후지TV측 백기사로 등장, 언론의 주목을 받고있다.

손사장은 IT업계에서 승승장구하면서 한동안 일본 기업이나 정부로부터 견제를 많이 받았다. 얼마전 만난 재일교포 한분은 만약 손사장이 정부의 견제를 받지 않았다면 지금보다도 훨씬 기업을 키워 아마 재계에서 랭킹 5위안에는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 시샘과 견제를 받기도 했던 손사장은 이번에는 재계와 언론으로부터 엄청난 대접을 받고있다. 신생 인터넷 기업의 도전에 직면한 기존 재벌 기업인 후지TV의 경영권 방어를 지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동안 희망해온 미디어 산업 진출의 가능성도 높아졌다.



지난 주말 일본의 유력신문에 나온 인터뷰 기사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손사장의 인터뷰를 쓰면서 그가 대답을 할 때 매우 정중하고 공손한 자세로 임했다는 내용이다. TV에서도 최근 손사장의 관련 보도는 매우 우호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손사장은 지난주말에는 IT업계 리더가 아니라 프로야구 구단주로도 언론에 등장했다.경영난을 겪고있는 다이에그룹으로부터 지난해 말 인수한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개막전에 참여,지역 주민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흔히 일본시장은 외국 기업이나 외국인에 매우 폐쇄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실제 법률이나 제도적 장벽이 없는데도, 외국기업이 발을 들여놓지 못하기 때문에 ‘비관세 장벽’이라는 표현도 많이 쓰인다.



손사장이 험한 일본 땅에서 한국계 라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대성공을 거둔 것은 독보적 사업을 하고 있고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중퇴하고, 1970년대 혈혈단신으로 미국으로 건너간 손사장은 고학으로 버클리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인터넷과 IT산업의 미래에 일찍 눈을 뜬 손사장은 1981년 자본금 1억엔과 2명의 사원으로 회사를 설립, 오늘날 대기업으로 키워냈다. 일본인들도 눈여겨 보지 않던 성장산업을 꿰뚫어 보고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에 그는 확고한 기반을 잡을 수 있었다.



현재 소프트뱅크의 직원수는 1만1천여명이며, 지난해 5천1백73억엔의 매출을 올렸다.공식적인 관계회사 수만도 3백여개를 넘는다. 일부 언론에선 8백여개라고 전하고 있다.



기자는 최근 일본 언론의 보도를 접하면서 손사장의 앞길이 매우 밝을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확고한 사업 기반이 있는데다 시민들의 사랑까지 받게됐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기업가인 호리에 라이브도아 사장이 다소 도전적이고 ‘건방진’모습으로 나와 이유없이 미움을 사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 모습이었다. 재팬드림의 상징으로 1백여만 재일교포들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드는 손사장의 건투를 빈다.



일본에서 떼 돈 버는 한국인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