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히 오가던 오토바이도 뜸했다. 연신 드르륵 거리던 재봉기음도, 덕트에서 쉼없이 뿜어져 나오던 스팀도 멎었다. 지난달 10일, 창신동 647 봉제골목의 풍경이다. 동대문 일대 의류시장의 하기휴가(8월 7일~13일)에 맞춰 창신동 봉제공장들이 잠시 셔터를 내린 탓이다.

정오를 막 지난 시각, 한무리의 대학생들이 조용하던 647 봉제골목에 나타났다. 스타일부터 예사롭지 않은 이들이 향한 곳은 창신동 647번지 막다른 골목에 위치한 실빛빌딩. 서울봉제산업협회가 입주해 있는 이 건물 1층 공간에는 봉제 실습이 가능하도록 각종 재봉기와 작업 테이블이 갖춰져 있다. 30여 명의 학생들이 운신하기엔 턱없이 비좁은 공간이나 불편함을 마다않고 각자 요령껏 자리했다.

이들은 전국 각 대학교에서 의류패션을 전공하는 학생들, 당찬 예비 디자이너들이다. 그렇다면 무슨 일로 방학 중일텐데도 불구하고 푹푹 찌는 불볕더위에 무리지어 봉제골목을 찾았을까?

이들 예비 패션디자이너들에게 미션이 주어졌다. 자신들이 직접 드로잉한 패션디자인을 이곳 봉제장인들과 협업해 옷을 만들어 꿈의 런웨이에 올리기 위해서다.

이름하여 ‘2017 상상패션위크’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이미 1차, 2차 선발과정을 어렵게 통과해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

서울시와 KT&G ‘상상univ’가 공동 주최하는 ‘2017 상상패션위크’는  오는 9월 21일부터 27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2017 서울디자인위크’의 마지막날 행사이다.

대학생들의 도전과 열정을 응원하는 커뮤니티, 상상univ는 KT&G가 추구하는 독창적 사회공헌의 일환으로서 우리 사회의 미래인 대학생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출발했다. 2010년 봄, 대학생 문화예술 커뮤니티로 출발한 상상univ는 컬처, 아트, 라이프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배움과 교류, 나눔의 기회를 제공해 오고 있다.

이러한 취지에 맞게 이번에 또하나의 새로운 영역을 추가했다. 바로 미래의 패션디자이너와 봉제장인들을 응원코자 준비한 ‘2017 상상패션위크’가 그것이다.
‘산학 콜라보’에 관심 가는 까닭?
‘상상패션위크’는 서울봉제산업협회(회장: 차경남)가 한성대 패션학부와 진행한 바 있는 산학 협업이 모티브로 작용했다. 서울봉제산업협회와 한성대는 2015년 12월 ‘창신ㆍ숭인 도시패션 선도사업’의 일환으로 산학 협업을 통해 숙녀복을 제작해 발표회를 가진 바 있다. 당시 발표회에는 한성대 패션학부 학생 20여명이 5개 팀으로 나눠 창신동 봉제공장 소잉마스터들과 머리를 맞대가며 만든 여성의류 26점을 발표해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이 아이디어에 서울시와 KT&G가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고 서울봉제산업협회가 봉제장인들과 제작에 필요한 장비와 공간을 제공키로 하여 이번 프로젝트가 성사됐다.

SNS를 통해 ‘2017 상상패션위크’ 참여를 공모한 결과, 전국 패션디자인 관련 학과가 있는 50여개 대학교가 참여를 희망했으며 9,500명이 급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예산 상 총 10개팀(30여 명)만 선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날 사전 설명회에서 만난 참가자들의 눈빛은 반짝였다. 주최측 관계자들의 진행과정 설명을 꼼꼼히 메모하고 질문하는 등 열기도 뜨거웠다. 오는 9월 27일 런웨이까지의 시간이 빠듯해 걱정하는 모습도 역력했다.

이들의 걱정을 덜어주려는 듯 봉제협회 차경남 회장은, 이 시간 이후 제작 공간을 무한 개방할테니 자유롭게 이용하라고 주문했다. 또한 참가자들에게 재능 기부를 약속한 의류브랜드 ‘창신사’를 전개 중인 낙산패션 우병호 대표와 소속 디자이너들도 제작과정의 전문적인 부분에 대해 언제든지 상담 가능하다며 힘을 보탰다.

예비 디자이너인 학생들과 창신동 봉제장인들의 콜라보레이션이 과연 어떤 결과물을 선보이게 될지, 9월 27일 DDP 런웨이가 자못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