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굽는 것과 같다(治大國若烹小鮮).’ 도가의 정수를 담은 ≪도덕경≫에 나오는 문구다. 작은 생선은 별로 먹을 게 없다. 더구나 굽는다고 이리저리 뒤집으면 뼈만 남는다.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 교육도 마찬가지다. 100년은 고사하고 10년도 안돼 이리저리 뒤집으니 그 토대가 허약하다. 뭐가 자주 바뀐다는 건 질서가 여전히 어지럽다는 얘기다.

전한(前漢) 문제(文帝) 때의 어사대부 조착은 재정에 밝았다. 백성을 아끼는 마음 또한 지극했다. 당시 흉노족은 수시로 변방을 침략해 곡식을 약탈해 갔다. 허리가 휘는 건 백성이었다. 약탈로 굶주리고, 부역으로 쉴 날이 없었다. 보다 못한 조착이 문제에게 상소문을 올렸다. 논귀속소(論貴粟疏), 곡식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상소였다.

“부역이 가혹해 다섯 식구 농가에서는 두 사람이 부역에 나갑니다. 홍수나 가뭄을 당한 자에게조차 세금을 징수하고 부역을 시킵니다. 더구나 세금과 부역의 시기가 일정하지 않습니다. 아침에 영을 내렸다가 저녁에 고치는(朝令暮改) 일이 많아 백성들은 더 힘이 듭니다. 전답이 있는 자는 반값으로 팔고, 없는 자는 빚을 내어 10할의 이자를 냅니다….”

《사기》평준서에 나오는 그의 상소문은 백성을 아끼는 마음으로 그득하다. 그는 특히 조령모개(朝令暮改), 아침에 영을 내리고 저녁에 고치는 식으로 법령을 자주 바꿔서는 안된다고 호소했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자는 자주 법령을 바꿔 위세를 과시하고 이권을 챙기려 한다. 그런 조착은 당연히 조정 대부들에게 눈엣가시였다. 결국 그는 관료들의 시기를 사 죽임을 당했다. 어찌보면 간신보다 충신이 더 사약을 받은 게 역사인지도 모른다.

직장에서는 조령모개식 상사가 최악이다. 이래라 해서 이러려고 하면 저래라 하고, 저래라 해서 저러려고 하면 이래라 한다. 헷갈린다고 한마디 하면 그것도 알아서 못하느냐고 나무란다. 그러니 윗사람 눈치보느라 매일 가랑이가 찢어진다.

아침에 만들고 저녁에 고치는 일이 반복되면 근본을 살펴야 한다. 그건 당초 설계에 뭔가 큰 오류가 있다는 얘기다. 크게 잘못된 설계는 고치기보다 다시 그리는 게 낫다. 때로는 고치는 비용이 완전히 새로 만드는 것보다 훨씬 크다.
[바람난 고사성어] (12)조령모개(朝令暮改)-아침에 만들고 저녁에 고친다
신동열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