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유선방송을 보는데, “노트북”이라는 영화가 재방영되었다. 사랑 영화로는 유명한 것이기도 하지만 옛날에 느꼈던 감동이 남아 있어서 관심있게 다시 보았다

스토리는 대략 아래와 같다.
첫사랑의 커플이 있고, 여자의 부모님은 딸이 돈 많고 능력있는 남자와 결혼하기를 바랬고, 그래서 이사하고, 편지도 숨기고, … 그랬지만, 결국 딸은 첫 사랑의 남자와 결혼해서 화려하고 부유하지는 않지만 평범하게 아이들을 낳고 잘 살았다. 말년에 아내가 치매에 걸려서 남편과 아이, 손주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아이와 손주들은 아버지에게 이제 어머니를 잊고 집으로 돌아오라고 하지만, 남편은 아내가 있는 이곳이 나의 집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남편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아내를 사랑하고 아껴주며, 마지막에 잠깐 정신이 든 아내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우리 같이 죽을 수 있을까?”라는 말을 하면서 영화는 끝난다

처음 보았을 때는 감동을 받았던 영화였는데, 이제 55살이 되어서 보니,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 부터의 사색”에 나오는 구절이 생각난다.
“사랑이란 생활의 결과로서 경작되는 것이지 결코 갑자기 획득되는 것이 이나다. 그러므로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말처럼 쓸데없는 말은 없다. 사랑이 경작되기 이전이면 그 말은 거짓이며, 그 이후라면 아무 소용없는 말이다”.

단순한 감동을 넘어서, “사랑한다면 영화 ‘노트북’ 처럼..” 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사랑은 경작되어야 하는 것이고 경작하기 위해서는 희생, 용서, 노력, 이해 그리고 상대에 대한 배려가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그냥 씨만 뿌리면 과실이 자라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자란 과실은 당연히 병충해와 가뭄과 비에 시달려서 탐스러운 열매를 맺을 수 없다. 희생, 용서, 노력, 이해, 배려 그리고 한 여름의
따가운 햇볕을 참고 견디는 경작 만이 탐스러운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다른 밭의 탐스러움을 부러워하기 전에 내 밭의 경작에 더욱 신경써야 하는 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스마트폰, 자기중심, 물질 중심)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 되었다는 것이 슬프다.

갑자기 나의 결혼 24년이 부끄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