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40을 바라보는 상계동 김 사장은 아직 미혼이다. 명국(命局)에 나타난 모습대로 무재(無財)의 사주(四柱)라 어쩌면 주어진 팔자대로 혼자 사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함께 사는 팔순(八旬)의 노모(老母) 마음은 행여 아들이 평생 혼자 살까 노심초사다.

유년 28~32세 사이 경문(景門)에 욕살(慾殺)과 함께한 정재(正財)의 시기는 일생일대 최고의 결혼 시기였다. 하지만 공망(空亡)과 구천(九天)은 이별(離別) 수요 더불어 함께한 세지(歲支)의 모습을 보니 어머니의 방해(?) 공작이 있었음이 분명했다.

김 사장이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연다. 자신의 어머니는 30대 중반 불의의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남편과 사별한 후 재혼(再婚)을 마다하고 아들인 자식 하나를 바라보고 살았다고 한다. 홀로된 후 의지할 곳이 없었던 어머니는 우연히 동네에 있는 용하다는 곳에 출입을 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의지하게 되어 어머니의 웬만한 의사 결정은 대부분 거기서 비롯된다고 하였다.

김 사장 나이 29세 직장에서 만난 아가씨와 장래를 약속하였다고 했다. 하지만 용하다는 곳에서는 지금 만나고 있는 그 아가씨는 아들의 앞길을 막는다며 절대 결혼 불가(不可)를 외쳤고 자연 어머니의 반대로 결혼은 무산(霧散) 되고 말았다. 어머니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던 김 사장은 본의 아니게 강제 이별을 하게 되었고 그 후 어머니의 소개로 몇 번의 선을 보기도 하였지만 인연(因緣)이 닿지 않는 것 같아 여태껏 혼자 지내게 되었다고 한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라는 말이 있지만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든 지금이 그 시기인지 내일이 그 시기인지를 알 수가 없다. 김 사장 역시 아가씨를 만났던 시기가 자신에게 결혼에 관해 힘껏 노 저을 시기인지를 몰랐던 탓에 아직도 혼자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비단 김 사장뿐만 아니라 자신의 명국(命局)에 재(財)가 없는 남자들의 대부분의 공통점은 말 그대로 여자를 만나 연애를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굳이 결혼에 뜻이 없다면 혼자 사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는데 이 모든 것이 타고난 정명(定命)의 소치임을 부정할 수는 없으니 누구를 탓하고 아쉬워하거나 원망할 문제는 아닌것 같다.

상담 내내 옆에서 이야기를 들으며 왠지 아들의 앞길을 막은 것 같아 어쩔 줄 모르는 어머니를 위로하며 김 사장에게는 다행히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좋은 인연이 보이니 이제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행동을 보이라고 하였다.

상담을 마친 후 김 사장에게 한 통의 전화를 넣었다. 설사 좋은 인연을 만났다고 해도 해결해야 할 사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자신의 명국에 있는 고부(姑婦) 간의 갈등 모습이니 어쩌면 40년 넘게 혼자 살아온 어머니에게 아들의 위치는 단순한 자식이 아닌 이상의 존재이기에 설령 좋은 인연을 만났다고 해도 어머니가 보일 행동에 잘 처신하라는 내용이었다.

막상 아들에게 인연이 닿았을 때 나타날 어머니의 반응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