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병들어 가고 있다. 옳지 않음이 옳음으로 대체된 순간부터다. 비리가 관행이 되고 비논리가 인정받고 악행에 무뎌지는 것들이다. 비난과 조롱, 가식과 아첨, 변명과 비겁한 타협은 세상이 병들도록 만드는 양념들이다. 자신을 성찰하지 못하는 가운데 타인을 판단한다는 것은 정신병자가 또 다른 정신병자를 두고 옳고 그름을 이야기 하는 것과 같다. 이런 의식이 넘쳐나는 한 세상은 옳은 방향으로 방향을 전환할 수 없다. 비난이 아닌 격려로 판단이 아닌 객관적인 비판으로 아첨이 아닌 아픈 지적으로 타협이 아닌 협상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이 일은 그 누구도 아닌 지금 나 자신부터다. 자신의 이기만을 생각한다면 서로가 살아갈 방법은 없다. 개인주의는 자기 발전을 위한다는 전제에서 필요하지만 집단을 파괴하지 않는 선을 지켜야 한다. 정치이데올로기는 인간의 정체성을 올바른 형태로 이끌어 내지 못한다면 필요악이다.

인간이 사유를 해야 하는 이유는 옳은 인간 바람직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다. 옳은 인간 바람직한 인간이란 사리를 분별하여 자신이 나아갈 길을 찾아 행동하는 인간이다. 행위 하지 않으면 죽은 사유다. 어떤 형태로든 사유함은 행동함이 전제 되어야 한다. 자기 속에 갇혀 옳고 그름을 드러내지 못하고 자신과 더불어 타인을 향해 사회와 국가를 향해 바른 소리를 낼 수 없다면 그 사유는 잡념이며 푸념에 그칠 것이다. 인간이 교육을 받는 이유는 식견을 넓히기 위함에 있다. 현대는 참된 교사가 없고 제대로 배우고자 하는 학생이 없다. 무엇이 옳고 그름인지를 알면서도 눈 감고 귀 막고 입을 닫기 때문이다.

국가가 개인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고 사회가 개인의 삶을 위협하고 집단이 개인의 인격을 존중하지 않고 가정이 개인을 사랑으로 보듬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의 원인을 우리는 타인에게서 찾는다. 네가 잘하면 나도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지금 자신이 아픈 것은 가정이, 집단이, 사회가, 국가가 옳지 못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보여 지는 것만 본다면 맞는 말이고 옳은 생각이다. 하지만 자신을 둘러싼 외부의 것들이 그리 된 것에 자신의 책임은 없는가? 자신 은 늘 옳았고 정의로웠으며 청렴했고 양심을 거슬러 부끄러운 일을 한 사실이 없는가? 자신의 잘못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타인의 행동은 어리석은 판단이 불러온 결과라고 생각한 일은 없는가? 나는 되고 너는 안 되는 일, 나의 이유와 너의 이유에 다른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는가? 나는 희생하지 않고 타인의 희생만 강요하지 않았는가? 언제까지 남 탓만 하며 살 것인가?

변화는 큰 것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개인의 생각이 변해야 집단의 생각이 사회의 생각이 국가의 생각이 변한다. 아무리 튼튼한 콘크리트 둑이라도 바늘구멍이 그 둑을 무너뜨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자신이 바늘이 될 생각은 없는가? 네가 아닌 내가 우리가 아닌 내가 먼저 변화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그 일은 지극히 작을 일일 것이며 보잘 것 없어서 아무도 관심이 없을 것이다. 어쩌면 손가락질을 당할 수도 있고 비난과 조롱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 때로는 자존감의 상실로 심각한 외로움을 경험할 수도 있다. 그래도 당신은 당신이 정한 일을 계속 할 것인가? 용기를 낼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런 것들을 지금 타인에게 요구하고 있다. 타인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이런 것들을 감수하라는 말과도 같다.

타인에게 요구하기 전에 자신부터 그 일을 해 보라. 그러면 생각하지 못한 결과를 얻을 것이며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힐 것이다. 먼저 자신이 그러한 것들과의 불편함을 경험한 다음에야 비로소 그 요구가 정당성을 얻을 것이다. 그 후에야 비로소 요구는 진심어린 부탁이 될 것이며 마음을 나누는 협상이 될 것이고 사랑을 담은 조언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함께 고민하고 함께 나누는 협력이 될 것이다. 인간은 누구도 온전할 수 없고 완전할 수 없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어깨를 기댈 때 비로소 인간의 불완전함의 완전함을 얻을 수 있다. 참된 인간은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인간이다. 다만 누가 그 불완전함을 더 많이 경험하느냐에 따라 성숙하고 겸손한 인간의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다. 변화의 시작은 자신부터다.